한국게임학회가 현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의 게임산업에 대한 무관심을 비판하며 "향후 2주 안에 게임산업 진흥책을 정리해 발표해달라"고 주문했다.
11일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한국게임학회 신년 기자 간담회에서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문체부에 공식적으로 금일 기준 2주 안에 구체적인 게임산업 진흥방안을 정리해 발표할 것을 요청한다"며 "필요하다면 이후 관련 내용을 담은 공문을 보낼 것"이라고 선언했다.
게임학회는 앞서 2022년 10대 게임 뉴스 중 하나로 '문체부의 대통령 업무보고 게임 패싱'을 지목했다. 이는 박보균 문체부 장관이 지난해 7월 대통령 업무 보고 중 게임 관련 건을 누락했던 일을 문제 삼은 것이다.
위정현 학회장은 "문체부의 2023년 새해 보고에서도 게임 관련 내용은 대부분 누락되고 '90억원 규모의 다년도 신규 사업을 추가하겠다'는 정도 내용만 포함됐다"며 "콘텐츠 수출 70%가 게임에서 창출됐다, 세계 4위 게임 강국이다라는 말 뿐, 사실상 또 다시 '게임 패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게임학회가 지난 2019년, 더불어민주당 집권기 도종환 장관 시기에도 게임업계 전문가 정책평가 설문조사를 실시해 44.4점의 평점을 기록했다고 발표한 점을 들어 "학회의 게임 정책에 대한 비판은 정권에 따라 바뀐 것이 아니라, 게임에 무관심한 당국을 모두 비판하려는 의도"라고 강조했다.
또 "문체부가 이정도로 게임에 무관심한 것에 대해 박보균 장관이 게임을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것이 아닌가 묻고 싶을 정도"라며 "학회의 요청에 응답하지 않는다면, 4년 전과 같이 게임업계 전문가들을 상대로 정책평가 설문조사를 재차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게임학회는 이날 간담회에서 문체부 관련 발표 외에도 △메타버스와 블록체인 P2E(Play to Earn) 게임 △게임 중독 질병 코드 도입 논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 게임법 소위 심사 관련 이슈 등에 대해 다뤘다.
위정현 학회장은 지난해 7월 간담회에서 "P2E가 게임계의 미래라는 점은 설득력이 없으며 메타버스 역시 하락기에 접어들었다"고 발표했다. 이날 역시 "P2E는 사실상 소멸기에 이르렀으며 메타버스 역시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메타버스에 대해선 "용어 자체는 사라질 수 있으나 가상증강현실(VR·AR)이나 대규모 인원이 함께하는 온라인 공간은 살아남을 것"이라며 "현재의 게임법과 별개로 메타버스는 아직 명확한 수익 모델이 구축되지 않은 만큼, 각 업체들의 자율 규제에 맡겨두는 것이 좋다"고 평했다.
세계 보건기구(WHO)가 2019년 게임 중독을 국제질병분류(ICD) 상 질병으로 분류한 이래, 한국에선 이에 따라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체계(KCD)에도 게임 중독이 질병으로 도입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KCD 소관 기관인 통계청은 지난달 21일 "통계법에 의해 국제 분류 기준의 특정 내용을 빼고 국내에 도입하는 것은 위반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위 학회장은 "통계법 22조를 살펴보면 '국제분류표준을 기준으로 작성·고시하되 미리 관계 부처와 협의해야 한다'고 명시된 만큼 이는 통계청이 제멋대로 법을 해석한 사례"라며 "2019년 KCD 지정권한을 보건복지부로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을 거부했을 때와 태도가 완전히 바뀐 것"이라 지적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시절 "게임을 질병으로 보던 왜곡된 시선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던 점을 인용해 "현 정부가 그 때의 발언을 잊지 않고 지켜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국회 문체위에선 지난 20일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화, 이용자위원회 신설 등의 내용을 담은 게임법(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소위원회 심사에 올랐으나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위원의 반대로 법안이 계류된 채 심사가 마무리됐다.
학회는 소위 심사가 열린 당일 게임법 개정안의 신속한 통과, 소위원회 속기록의 투명한 공개 등을 요구하는 내용의 성명문을 내놓았다. 위 학회장은 신년 간담회에서 "오는 30일 소위원회 심사가 열린다"며 "이번 심사에선 법안이 통과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