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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서 최근 20년간 ‘가장 치솟은 물가' 알고보니

‘병원 치료비’ 최대 폭 상승…‘TV’ 최대 폭 하락
지난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미국의 소비자 물가 추이. 사진=AEI/미 노동통계국/비주얼캐피털리스트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미국의 소비자 물가 추이. 사진=AEI/미 노동통계국/비주얼캐피털리스트

미국 경제 입장에서 지난 한해는 역대급의 물가 상승을 겪은 힘든 한해였다.

미국 중앙은행이 경기 침체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에도 잇따라 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도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미국 정부가 구체적인 품목별로 소비자물가 추이를 살핀 결과 에너지와 초‧중‧고 급식비를 비롯한 식료품 가격을 중심으로 물가가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1일(현지시간) 미국의 시장정보 조사업체 비주얼캐피털리스트에 따르면 강산이 두 번 바뀐다는 20년이라는 장기간에 걸친 물가 흐름을 살핀 결과는 이와 많이 다른 그림을 제시하고 있다.

◇병원 치료비, 최근 22년간 220% 폭등


비주얼캐피털리스트에 따르면 지난 2000년부터 지난해 사이 가장 많이 물가가 오른 품목과 서비스를 분석한 결과 ‘병원 치료비’가 으뜸을 차지한 것으로 조사된 반면, TV 가격은 오히려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기업연구소(AEI)가 미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이 집계한 자료를 토대로 분석해 최근 발표한 내용이다. AEI는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성향 싱크탱크로 공공정책 분야에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곳.

비주얼캐피털리스트는 지난 12년 사이 병원 치료비가 가장 많이 비싸지고 TV 값은 크게 저렴해진 배경과 관련해 “TV 생산 등 아웃소싱이 원활한 분야에서는 생산단가 하락으로 소비자 가격이 떨어지는 현상이 일반화된 반면, 병원 치료 같은 아웃소싱이 어려운 분야에서는 비용이 크게 오르는 현상이 일반적이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병원 치료비뿐 아니라 대학 등록금, 대학 교재비, 의료 서비스 비용, 돌봄 서비스 이용료 등이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것으로 나타나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했다.
AEI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해 소비자물가는 지난 2000년과 비교해 전체적으로 74.4%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으나 병원 치료비의 경우 같은 기간 동안 무려 220%나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는 인플레이션 여파로 병원 치료를 미룬 경험이 있는 미국인이 전체의 40%에 육박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와도 궤를 같이 한다.

이어 대학 등록금이 178% 인상된 것으로 나타나 2위를 기록했고 대학 교재비가 162%, 각종 의료 서비스 비용이 130%, 아동 돌봄 서비스 비용이 115%씩 각각 올라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밖에 식품 가격이 82%, 주택 가격이 80%의 높은 인상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물가 상승률보다 임금 상승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2년간 소비자 물가가 평균 74.4% 오르는 사이 시간당 임금 역시 99.6% 오른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임금 상승률이 인플레이션 상승률보다 25% 정도 높았다는 뜻이다.

◇횡보하거나 오히려 떨어진 것도 있다


AEI에 따르면 아웃소싱을 통해 생산 단가가 꾸준히 낮아진 품목들의 경우 최근 22년간 가격이 횡보하거나 오히려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TV, 완구류, 컴퓨터 소프트웨어, 휴대폰이 이같은 흐름을 주도한 것으로 분석돼 TV의 경우 지난 12년 사이 97%나 가격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TV 다음으로 완구류 가격이 72% 내려 하락 폭이 큰 것을 기준으로 2위를 기록했고 컴퓨터 소프트웨어 가격도 70.5% 하락해 3위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새로 출시된 자동차, 가구와 가전제품을 비롯한 가정용 소비제품, 의류 같은 품목의 가격은 큰 폭으로 내리지는 않았으나 최근 20여년 사이에 큰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AEI는 “병원 치료비 등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른 분야는 정부 차원의 규제나 개입이 활발했다는 공통점이 있는 반면 TV 등 물가가 크게 떨어진 분야는 정부의 간섭이 없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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