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이즈를 통해 중국에 서비스되던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이하 블리자드) 게임들이 기약 없이 중단될 예정이다. 이로 인해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으로 불법 이용자가 대거 유입돼 게임 생태계 교란이 우려된다.
양사는 지난 2009년부터 14년 동안 중국 내 게임 서비스를 위해 동행해왔으나 오는 23일 서비스 계약 종료를 앞두고 양측의 계약이 연장되지 않은 것은 물론, 블리자드가 새로운 현지 파트너를 구했다는 발표도 없었다.
블리자드는 한국에서의 명성에 못지 않게 중국에서도 '국민 게임사'로 불리고 있다. 중국의 '워크래프트 3' 인기는 한국에서 '민속놀이'라 불리는 '스타크래프트'에 비교될 정도다. 그 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하스스톤' 등 워크래프트 시리즈는 물론, '디아블로', '오버워치' 등도 적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양사의 계약 종료로 넷이즈가 개발에 참여한 '디아블로 이모탈'을 제외한 모든 블리자드 게임은 중국 내 서비스가 23일부로 끝난다. 이에 블리자드 중국 지사는 17일 웨이보를 통해 "넷이즈가 우리가 제안한 서비스 6개월 연장 제안을 거부했다"며 상대를 비난하고 나섰다.
넷이즈 역시 즉각 반박에 나섰다. 중국 매체 남화조보(SCMP)에 따르면 넷이즈는 18일 위챗을 통해 "당초 블리자드가 타 게임사들과 3년 단위 협상을 진행했다는 정황을 파악해 계약연장을 거부한 것"이라며 "6개월 연장 제안은 당사가 블리자드 게임 운영팀을 해체한 후에 이뤄진 만큼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발표했다.
중국에서 블리자드 게임이 중단된다면 다수의 중국 내 게이머들이 불법 가상 사설망(VPN)을 통해 타국 서버를 이용하게 될 전망이다. 특히 지리적으로 가깝고 블리자드 게임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한국이 주요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최고 랭크 그랜드마스터 출신 현직 대학생 게이머는 "블리자드 게임은 거의 다 즐겨봤지만 어느 게임에도 중국인 VPN 이용자는 있었다"며 "1월 말부터 중국어 간체자 ID를 쓰는 이용자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 뻔히 보인다"고 말했다.
해외 VPN 이용자들의 국내 온라인 게임 이용 증가는 국내 이용자들과의 소통 부재, 흔히 '핑'이라 불리는 게임반응 속도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현상을 일으킨다. 이는 협동이 중요한 온라인 게임 이용에 있어 적지 않은 불편함을 초래한다.
중국 이용자들이 유달리 '핵(게임 이용에 악영향을 미치는 비인가 프로그램)' 이용에 관대하다는 것 또한 문제다. 일례로 지난 2021년 한국과 중국 스트리머들이 참여한 '펍지: 배틀그라운드(배그)' 교류전에선 중국 스트리머들이 게임 도중, 총격 지점을 자동으로 보정해주는 '에임 핵'을 대거 사용한 장면이 포착돼 논란이 됐다.
이와 관련해 브랜든 그린 전 배그 개발자는 게임 매체 코타쿠와 인터뷰서 "배그에서 이용되는 핵의 99%는 중국에서 개발된 것 같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선 "중국 이용자를 모두 차단해야 된다"며 강경한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게임사 개발팀 직원은 "한국에선 VPN 이용 자체는 불법으로 간주하지 않는 만큼 중국 이용자를 모두 선제적으로 잡아낸다는 것은 기술적으로도, 국가 간 형평성 등 도의적 차원에서도 어려움이 있다"며 "게임사 입장에선 발 빠른 사후 처리 등에 힘쓸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블리자드 측은 넷이즈 외 파트너와 협상, 중국 서비스를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넷이즈를 대신할 유력한 파트너로는 텐센트, 퍼펙트월드 게임즈, 바이트댄스, 알리바바 등이 거론되고 있다.
게임시장 조사기관 니코 파트너스는 "중국의 엄격한 게임 규제 현실을 고려하면 서비스 계약이 당장 마무리된다고 해도 실제 서비스까지 이어지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적어도 올해 안에 새로운 중국 서비스가 재개되긴 어려울 전망"이라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