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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머스크식 중도주의…공산주의도, 트럼프도 아니다

김현철 기자

기사입력 : 2022-10-10 13:15

일론 머스크 CEO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론 머스크 CEO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를 단순히 전기차를 가장 많이 파는 기업의 총수로 여기는 사람은 없다.

마치 자신에게 성역이란 없다는 듯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온갖 분야를 넘나들며 돈벌이와 관련이 없는 거대담론에 대해서도 거침 없는 발언을 쏟아내는 유일한 기업인이자 소셜미디어 트위터를 기반으로 전세계적으로 1억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한 세계 최강의 1인 미디어로서 실제로 전세계 어느 지도자보다 강한 영향력을 실제로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속한 분야와 직업을 막론하고 한 개인이 소셜미디어에 매일같이 글을 올리는 경우도 없었고 올린 글이 하루가 멀다하고 언론매체에 주요 기사로 오르내리는 것 역시 전례가 없는 일이다.
그가 감히 세계 최강 패권국가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과 맞서기도 하고 때로 미국 증권시장을 감독하는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설전을 벌이기도 하는 이유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통신망이 크게 붕괴된 우크라이나에 스타링크 위성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해 우크라이나 국민의 영웅 취급을 받기도 했다.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니아간 전쟁의 출구전략을 나름대로 제시한 뒤 거센 역풍을 맞은 데 이어 미국마저도 조심스럽게 접근해왔던 중국과 대만의 갈등에 대해서도 나름의 중재안을 낸 뒤 비판을 받고 있지만 이같은 반응 조차도 그가 얼마나 영향력 있는 인물인지를 드러내는 또다른 지표다.

머스크 개인의 정치적 성향이 개인적인 문제를 넘어 커다란 관심을 끄는 이유 역시 미국 사회뿐 아니라 지구촌 곳곳에까지 어느 개인보다 많은 영향력을 현실적으로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머스크가 자신의 정치적 노선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언급을 최근 내놔 이목을 끌고 있다.

◇민주당도 아니고 공화당도 아닌 중도주의


머스크가 자신의 정치 성향을 처음 공개한 것은 아니다.

그는 지난 5월 미국 마이애미주에서 열린 IT업계 관련 온라인 컨퍼런스에 참석한 자리에서 자신을 ‘중도주의자’라고 소개하면서 정치적 신념에 변화가 있었음을 처음으로 밝혔다.

그동안은 민주당을 열렬히 지지해왔지만 앞으로는 공화당을 지지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화당에 대한 절대적 지지 입장을 밝힌 것은 아니었다. 물론 공화당에 입당할 의향도 밝히지 않았다. 앞으로 열리는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를 지지하겠다면서도 “난 스스로를 민주당원도 아니고 공화당원도 아니고 ‘중도주의자’로 생각한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경제계 주요 이슈로 키운 트위터 인수 공방과 관련해서도 자신의 중도주의 철학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머스크는 “트위터가 적어도 현재로서는 왼족에 치우쳐 있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라면서 “공론의 장에 속하는 소셜미디어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유통돼야 한다는게 내 생각이고 좌와 우 어느 쪽에도 편향되지 않은 균형 있는 소셜미디어로 바꾸고 싶어 트위터 인수에 나섰다”고 밝혔다.

◇머스크 “미국 대학들, 공산주의 판 쳐”


머스크는 최근 글로벌 유력 경제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가진 인터뷰에서 매우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며 자신이 중도주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매우 구체적인 사례란 자신의 아들이 성전환 수술을 받아 딸이 된 일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시각이다.

머스크가 FT와 인터뷰에서 거론한 자녀는 첫 번째 부인이었던 캐나다 작가 저스틴 윌슨과 사이에서 낳은 자비에 알렉산더 머스크. 자비에는 아버지와 인연을 끊기 위해 성전환 수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올해 18번째 생일을 맞은 직후에는 미국 법원에 자신의 이름을 어머니의 성을 딴 비비안 제나 윌슨으로 개명해달라고 요청했고 법원이 이를 허용한 바 있다.

머스크는 자신의 아들이 딸로 바뀐 사회적 배경에 대해 나름의 시각을 언급하면서 “미국의 고등교육기관(대학교)에서 공산주의가, 부자는 나쁜 인간이라는 정서가 판을 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젊은 세대 사이에서 극단적인 자유주의가 만연한 결과 자신의 아들이 성전환 수술까지 하며 자신과 관계를 끊는 불행한 일이 벌어졌다는 시각이다.

◇머스크 “트루스소셜보다 트럼펫으로 부르는게 맞을 듯”


머스크는 또 FT와 인터뷰에서 공화당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평가되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공산주의와 정반대 편에 있는 또다른 극단적인 인물로 규정했다.

그는 사실상 트럼프를 위해 만들어진 보수성향의 신생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대한 질문을 받고 “트루스소셜은 보수세력만 모여 있는 폐쇄적인 공간”이라면서 “그런 점에서 트루스소셜이라는 이름보다는 차라리 ‘트럼펫(Trumpet)’으로 부르는게 나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머스크는 “내가 트위터에 글을 올리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다”면서 “트위터를 최대한 신뢰할 수 있는, 다양한 의견이 최대한 오가는, 최대한 투명한 플랫폼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머스크가 언급한 트럼펫은 사람 이름 ‘트럼프(Trump)’와 특정인을 위한 나팔수를 뜻하는 ‘trumpet을 합친 말로 트루스소셜을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서만 통하는 극단적인 목소리만 유통되는, 트럼프 개인을 위한 플랫폼으로 깎아내린 셈이다.

트럼프 역시 역대 미국 대통령들과 전혀 다르게 대통령 재임 시절 트위터를 기반으로 한 세계 최강의 1인 미디어로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했으나 지난 2021년 1월 6일 트럼프 지지자들이 미국 의회의사당에서 폭동을 일으킨 사태와 관련해 트위터를 통해 선동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고 트위터에서 영구제명된 바 있다.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기로 하면서 트럼프가 트위터로 다시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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