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첨단 기술 분야에서 직원 해고가 급증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스타트업 정보 플랫폼 크런치베이스(Crunchbase)에 따르면 올해에 기술 분야 해고자가 4만1000명에 달했다. 미국 소셜미디어 스냅챗 운영사인 스냅은 6400명 가량인 현재 인력의 20%가량을 줄이기로 했다. 넷플릭스, 마이크로소프트, 온라인 쇼핑몰 소피파이(Shopify)를 비롯한 빅테그가 수백 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구글과 애플은 직원 신규 채용 동결 또는 채용 규모 감축 등에 나섰다. 미국 테크 기업이 선도하는 해고 바람은 '포스트 팬데믹' 시대를 맞아 화이트칼라 일자리의 위기를 알리는 '탄광의 카나리아'라는 지적이 나온다. 카나리아는 탄광에서 다가올 위험을 광부들에게 미리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스냅은 팬데믹 기간에 다른 정보기술 기업처럼 인원을 대폭 늘렸다. 전일제 직원 수가 2020년 3월 3400여명에서 올 6월엔 6400여명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포스트 팬데믹 시대를 맞아 경기 둔화로 구조 조정에 나섰다.
소피파이는 전자 상거래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출발해 팬데믹 시대에 이커머스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소피파이도 팬데믹 당시에 급성장했다가 최근 실적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다. 애플은 채용 담당자 100명을 해고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전체 직원의 1%가량을 줄였다.
고물가, 고금리 사태 속에서도 미국의 고용 시장은 여전히 강세를 보인다. 미국에서는 인플레이션보다 인력난이 더 심각한 악재가 될 것이라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WP)는 "인력 부족 사태가 미국에서 사상 최악의 노동 위기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WP는 "현재 110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비어 있으나 실업자는 600만 명에 불과하다"면서 "미국 기업들이 필요한 직원을 채용하는 데 1년 이상이 걸린다"고 전했다. 특히 건강 관리, 접객업, 교육 분야의 인력 부족 사태는 사상 최악의 수준에 이르렀다고 WP가 강조했다.
그러나 노동 시장 강세가 오래가지 못할 수 있다고 CNN 비즈니스가 최근 보도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지속해서 금리를 올리고 있어 수요가 감소하고, 고용이 줄어드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이 매체가 전했다. 미국에서 경기 침체기가 오면 대량 실업 사태가 발생하고, 실업률이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
비즈니스 위크는 최신 호에서 "경기 침체기가 오면 화이트칼라 직종이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기술, 금융, 부동산 분야에서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이 대량 해고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디자인과 엔지니어링, 컨설팅, 인력개발, 마케팅, 리서치 분야와 테크, 금융, 부동산 관련 산업계에서 대규모 구조 조정이 진행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이 매체가 강조했다. 이들 분야는 팬데믹 기간에 가장 서둘러 고용 인원을 늘렸기에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 가장 취약한 분야로 꼽힌다.
비즈니스 위크에 따르면 화이트칼라 일자리는 팬데믹 기간인 2020년 2월부터 올해 8월까지 전문직과 사업서비스 부문 등에서 100만명 이상 늘었다. 이에 반해 이 기간에 레저와 접객 부문은 2020년 2월 대비 120만명 줄었다. 기업들은 이제 경기 침체기를 앞두고 화이트칼라 직종을 정규직이 아닌 임시직으로 채우고 있다. 이는 곧 화이트칼라 일자리 위기를 예고하는 것이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