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디지몬 어드벤처'를 보고 자란 기자는 최근 반가운 소식을 접했습니다. 롯데제과가 24일 '디지몬빵'을 출시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디지몬빵은 디지몬 만화에 등장하는 디지털 몬스터 캐릭터들이 담긴 빵입니다.
디지몬빵은 포켓몬빵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대항마로 등장한 것인데요. SPC삼립이 지난 2월 '추억 소환'을 콘셉트로 출시한 포켓몬빵은 이달까지 7000만봉이 판매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이에 SPC삼립은 2분기 베이커리 부문 매출이 204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했죠.
추억 소환을 콘셉트로 한 제품은 식품업계에만 있지 않습니다. 패션업계에서는 'Y2K 패션'이 트렌드입니다. Y2K 패션은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유행한 세기말 패션으로 크롭티(배꼽티), 로우라이즈(골반바지), 찢어진 청바지 등이 대표적입니다.
토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불리는 싸이월드는 지난 5월 서비스를 재개한지 한 달 만에 신규 설치 건수 287만 건을 기록하며 SNS 앱 부문에서 설치 1위를 차지했습니다.
세대를 가르지 않고 많은 이들이 복고(레트로) 문화를 즐기는 모습입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복고에 열광할까요? 학계에서는 복고가 '뉴트로'를 중심으로 메가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합니다. 추억을 회상하는 기성세대와 옛것을 재해석하는 MZ세대의 성향이 맞물리면서 복고 문화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기성세대와 MZ세대는 복고 트렌드를 소비하는데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성세대는 과거의 재현을 바라보면서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향수를 느끼게 됩니다. 반면 MZ세대는 과거의 것을 새롭게 해석하는 뉴트로를 통해 촌스러움을 재미로 즐기게 됐습니다.
특히 MZ세대는 문화 콘텐츠를 즐기는 디지털 원주민 세대입니다. 풍요로운 문화를 누리면서 재미를 체험하고 공유하는 문화가 활발한 것이 특징인데요. 독특하고 새로운 것에 흥미를 느끼는 젊은 세대들이 즐거움을 나누면서 복고가 더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더해 기성세대들은 과거를 함께 추억, 회상하면서 MZ세대의 소비문화에 동조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살기 어려워진 현재를 벗어나 경제적으로 형편이 더 좋았던 2000년대 초반을 그리워하게 됐습니다. 이전에는 사람들이 굶주린 시절에 향수를 느끼면서 과거의 어려움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면, 현재는 더 살기 좋았던 과거를 회상하게 된 것이죠.
이에 유통업계에서는 복고 열풍이 여전합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지난 16일 문을 연 '스마일링 포켓몬 플레이존'에는 일주일 만에 방문객이 100만명을 넘었습니다. 포켓몬 굿즈숍 이용객은 2만명에 달합니다.
패션업계의 경우 Y2K가 지속해서 유행하고 있습니다.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에 따르면 지난 1~22일 크롭티와 크롭탑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8%, 257%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로우라이즈와 와이드팬츠, 찢어진 청바지 거래액 또한 각각 2649%, 45%, 90% 올랐죠.
스파오는 최근 레트로 트렌드 영화 '퀸카로 살아남는 법'과 손잡고 MZ세대를 겨냥해 Y2K 디자인을 담은 의류를 선보였습니다. LF 헤지스는 상반기 '아이코닉 카라 티셔츠'가 인기를 끈 것에 힘입어 하반기에는 아이코닉 셔츠 등 Y2K 감성 제품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MZ세대가 Y2K 패션에 재미를 느끼고 있어 관련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면서 "하반기에도 로우라이즈, 크롭티 등 Y2K 패션이 유행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복고 트렌드가 지속되려면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복고가 일시적인 흥미나 유행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요즘 세대에 맞게 변형한 콘텐츠를 지속해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인데요. 과연 해를 거듭해도 인기가 사그라들지 않는 복고가 국내에서 메가 트렌드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요? 유통업계에서 앞으로 어떤 제품이 등장할지 궁금합니다.
안희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hj043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