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721’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발주해 네덜란드에서 건조 중인 초호화 요트의 이름이다. 길이만 127m에 건조비용만 5억달러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Y721은 두가지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시선을 집중시켰다.
우선 네덜란드의 요트 전문업체 오션코가 북해 연안의 항구도시이자 유럽 최대 항만인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있는 자사 조선소에서 건조 중인데 세계 최대 요트로 기록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른 이 요트가 고객에 납품되려면 로테르담 안쪽에 있는 국보급 철교인 코닝스하벤 다리를 통과해야 하는데 요트의 덩치가 워낙 크다보니 항구를 빠져나갈 때 이 다리를 잠시 해체해줄 것을 로테르담시에 지난 2월 요청하자 지역주민과 시민단체들이 들고 일어났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부호가 주문한 요트가 항구를 빠져나가지 못한다고 해서 국보급 다리를 훼손하는데 대한 반발 여론이 예상보다 거세지자 이 문제는 국제적인 논란거리로 부상했다. 결국 몇 달간 고심하던 오션코 측이 계획을 바꾸기로 지난달 결정하면서 이 논란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베조스의 개인 요트 Y721이 로테르담항을 어떻게 빠져나갈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 없었는데 그 방법이 마침내 밝혀졌다.
Y721이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간) 아무 예고도 없이 새벽 야음을 틈타, 마치 군사작전을 벌이듯이 전광석화처럼 로테르담 안쪽에 위치한 조선소에서 항구 바깥으로 빠져나온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새벽 야음 틈타 은밀히 이동
독일 시사주간지 데어슈피겔에 따르면 로테르담보다 안쪽에 있는 알블라세르담의 오션코 조선소에서 탈출 작전을 시작한 시점은 모두가 잠들어 있는 지난 2일 새벽 3시께. 목표한 도착지는 항만 아래 쪽에 위치한 그린포트 조선소. 이 조선소부터 북해로 이어지는 구간에는 다리가 없다.
오션코가 당초 계획한 동선은 국보급 다리가 중간에 있지만 동선이 가장 짧은 나우어마스강을 타고 내려가는 것이었는데 이날 새벽에 이용한 동선은 아우더마스강을 타고 내려가는 것이었다.
요트 마니아로서 Y721의 이동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뒤 유튜브에 영상을 올린 로테르담 시민 한코 볼은 데어슈피겔과 인터뷰에서 “지켜보는 시민도 없고 언론사도 오지 않은 가운데 Y721이 목적지로 이동하는데 걸린 시간은 3시간에 불과했다”고 “같은 구간을 이동하는데 보통 두배 이상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이렇게 빨리 배가 이동한 것은 처음 본다”고 밝혔다.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방법으로 전광석화처럼 Y721를 옮긴 것은 몇 달간 논란에 시달려온 오션코 측이 대중의 시선을 얼마나 피하려 애썼는지를 잘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라는 지적이다.
◇오션코 측이 떠안야 하는 부담
그러나 오션코 측이 Y721를 로테르담 항구 안쪽의 오션코 조선소에서 바깥에 있는 그린포트 조선소로 무사히 옮겼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데어슈피겔은 전했다.
Y721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로 마무리 작업이 필요하고 이 요트 같은 초대형 선박을 건조하려면 많은 장비와 인력이 필요한데 그 모든 것을 새 조선소로 옮겨와야 하는 만만치 않은 작업이 기다리고 있어서다.
뿐민 아니라 오션코 입장에서는 Y721 프로젝트가 끝난 뒤에도 계속 주문을 받아 배를 건조해야 하는데 다시 관련 장비와 인력을 항구 안쪽의 전용 조선소로 옮겨야 하는 일도 남아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