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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겨울에 거래소도 '휘청'...월가 '큰손'은 웃었다

'규제' 울타리 역할…공매도 상품으로 수익 낸 업체도 있어

이원용 기자

기사입력 : 2022-07-08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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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암호화폐 겨울'로 불리는 가상자산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물론 주요 거래소마저 휘청이고 있으나 투자업계의 '큰손'인 월스트리트 은행들은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았다.

뉴욕 타임즈에 따르면, 월스트리트에 진출한 프랑스의 투자 은행 BNP 파리바는 지난해 11월 고평가된 주식 종목 50개를 대상으로 한 이른바 '카푸치노 바구니'라는 공매도 투자 상품을 고객사들과 공유했다. 이 상품에는 가상 자산과 관련된 주식이 상당수 포함됐으며 이들의 가치는 6달에 걸쳐 절반으로 감소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에 관해 "낙폭이 큰 장은 곧 변동이 큰 장인만큼, 공매도를 매수처럼 활용할 수 있다면 보다 큰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 또한 사실"이라면서도 "그만큼의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것은 '언제든 잃은 돈을 다시 벌 수 있다'는 여유가 있는 투자자에 한정된 이야기"이라고 설명했다.
그렉 부틀 BNP 파리바 미국 투자 전략 총괄은 "상세한 종목을 말할 수는 없으나 협력사들과 정보를 공유한 것은 사실"이라며 "암호화페 시장 동향과 그에 따른 투자 자금들의 흐름에 따라 포지셔닝을 제안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에밀리 플리터 뉴욕 타임즈 기자는 "월스트리트 은행들은 BNP처럼 암호화폐 시장에 정교한 전략을 세워 접근했다"며 "테라(LUNA)의 폭락과 함께 암호화폐 시장이 피바다가 되는 순간, 월스트리트는 이미 승자의 자리에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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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상자산 시장의 불경기는 으레 '암호화폐 겨울'이란 명칭으로 불린다. 암호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은 올 초 6000만원 가까운 가격에 거래됐으나 지난달 들어 2290만원대까지 곤두박질쳤다. 가격 폭락으로 투자 심리는 악화됐고 세계 각지에선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가 논의되고 있다.

소위 '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은 물론 가상자산 거래소들조차 이러한 하락장에 맥을 못추고 있다. 여러 블록체인 사업자에게 '구제금융'을 제공한 가상자산 계의 큰손 샘 뱅크먼 프리드 FTX 대표조차 "커다란 문제에 처한 가상자산 거래소가 여럿 있으며 그들의 회생을 도울 수는 없다"며 선을 그었다.

나스닥에 상장된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주가는 올 1월 250달러대에서 이달 들어 53달러대로 79% 폭락했고 전체 직원의 18% 수준인 1100여 명이 회사를 떠났다. 세계 최대 거래소 바이낸스는 투자자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비트코인 거래 수수료 무료라는 고육책을 꺼내들었다.

블록체인계 거물들조차 휘청이는 '암호화폐 겨울' 속에서 월스트리트의 '큰손'들이 멀쩡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뉴욕 타임즈는 △울타리 역할을 한 규제 △가상자산 업계에 비해 거대한 자금 규모 등 두가지를 들었다.

국제 은행 규제기관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는 지난해 6월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 자산에 1250%의 위험 가중치를 적용할 것을 주문했다. BCBS가 은행에 요구하는 기본적인 자본 요건은 8%로, 이는 비트코인 등을 보유하기 위해선 그와 같은 가치의 달러를 보유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스위스 바젤 소재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 사무실의 모습. 사진=게티이미지뱅크이미지 확대보기
스위스 바젤 소재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 사무실의 모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정부 역시 자국 은행들을 상대로 △대차대조표에 가상자산 포함 △가상화폐 담보 대출 △헤지펀드·기관투자자들의 가상화폐 거래를 돕는 서비스 등을 금지하라고 경고했고, 이에 따라 월스트리트 은행들은 규제 당국의 눈치를 보며 제한적으로 암호화폐 시장에 접근해야 했다.

월스트리트 은행들의 자금력 또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요인이었다. 암호화폐 통계사이트 코인게코에 따르면, 가상자산 시장의 상승세가 이어졌던 지난해 11월 기준 비트코인·이더리움·솔라나 등 주요 암호화폐들의 시가총액 합은 3조달러(약3895조원)이었으나, 이는 월스트리트를 대표하는 JP모건 체이스의 총 자산가치 3조5000억달러(약 4544조원)에 미치지 못한 수치였다.

금융 정책 연구기관 사로스 센터의 리나 아가왈 소장은 "기관 투자자들이 암호화폐 시장에 발을 담근건 사실"이라면서도 "말 그대로 '발 끝'을 담궜을 뿐, 포트폴리오의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배런스는 이더리움 파생상품 위기의 주인공 셀시우스, 나스닥 상장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 등 상당수의 블록체인 기업 경영진에 과거 월스트리트 은행 출신 인사들이 다수 포진했다는 점을 들어 "암호화폐 겨울을 막지 못한 것은 업계인들의 책임도 있다"고 지적했다.

조 라이트 배런스 기자는 "암호화폐 겨울은 10여 년 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이어 규제 회색 지대에 놓인 월스트리트 업계인들이 어떤 파국을 맞이하는지 보여준 또 다른 예시"라며 "이는 블록체인 시장을 상대로 한 규제 확대, 정부 개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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