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은 수렁에 빠졌다. 업계인들은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몇몇 중소 거래소는 이미 거래금 지급이 불가능한 상태에 놓였다."
가상자산 거래소 FTX의 샘 뱅크먼 프리드 대표이사가 경제 전문지 포브스와 인터뷰서 가상자산 시장 위기와 이후 전망에 대해 한 말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세계 경제 악화, 테라 폭락 사태, 이더리움 파생 상품 위기 등 연이은 악재로 암호화폐 시장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계속되는 시장 악화를 두고 미디어와 업계 전문가들은 '암호화폐 겨울'이 왔다고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암호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의 거래가는 이달 들어 2020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2만달러(약 2596만원) 선이 붕괴됐다. 19일에는 최저 1만7749달러까지 하락했으며, 30일 기준 2만달러 선에서 제자리걸음 중이다.
포브스는 "주요 암호화폐들의 거래가 하락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이달까지 약 2조달러의 시장 가치가 증발했다"고 보도했다. 나스닥에 상장된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최근 300명을 새로 고용하려는 계획을 백지화했으며 또 다른 거래소 크립토닷컴과 암호화폐 담보 대출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블록파이는 이달 들어 각각 200명 전후의 직원을 정리해고 했다.
샘 뱅크먼 프리드 대표가 지난 2019년 창립한 가상자산 거래소 FTX의 기업 가치는 320억달러(약 41조원)로 알려져 있다. FTX는 최근 양적거래 회사 알라메다 리서치를 통해 블록파이와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 보이저 등에 총합 7억5000만달러대 구제 금융을 제공했다.
뱅크먼 프리드 대표는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으나 고객들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 생각했다"며 "가상자산 시장을 위해서라면 그보다 좋지 않은 거래도 고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지급 위기에 처한 거래소에도 투자할 용의가 있냐는 질문에는 "회계 문서 상 구멍이 많거나 규제 문제에 대응이 부족한 등, 큰 문제가 있는 거래소들이 여럿 있다"며 "그런 이들까지 회생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전혀 실용적이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올해 계속되는 가상자산 시장의 위기 속에서 FTX가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겠냐고 묻자 뱅크먼 프리드 대표는 "FTX는 창립 이후 지금까지 매 분기 수익성을 꾸준히 유지해왔다"고 응답했다. 시장 조사 업체 비즈니스 오브 앱스에 따르면 FTX는 지난해 약 7억달러의 거래 수수료 매출을 기록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8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이어지는 위기 속에서 주목해야할 블록체인에 대해 묻자 뱅크먼 프리드 대표는 스테이블 코인 테더(USDT)를 지목했다. 그는 "테더에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관점은 잘못됐다"며 "테더에 위기가 올것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