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 폭락사태, 이더리움 파생상품 위기 등 연이은 악재로 장기화된 블록체인 업계의 불경기, 일명 '암호화폐 겨울'로 접어들면서 국내 가상자산 거래가 크게 위축된 것으로 드러났다.
암호화폐 통계 분석 플랫폼 노믹스에 따르면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국내 5대 거래소의 올해 2분기 자산 거래액의 총합은 2660억달러(약 344조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2분기 1조1660억달러(약 1508조원) 대비 77.2%, 올 1분기 3608억달러(약 467조원) 대비 26.3% 감소한 수치다.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의 거래액은 전분기 대비 약 88조원 가까이 감소했다. 고팍스는 전분기 대비 절반 이하로 거래액이 대폭 줄었다. 코인원과 코빗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감소세를 보여 거래액 비중은 오히려 소폭 증가했다.
5대 거래소는 올 1분기에도 지난해 4분기 대비 총 거래액이 48.5% 감소하는 악재를 겪었다. 이는 지난해 12월 개정 시행된 특수금융법에 의해 은행 실명계좌를 통한 거래가 의무화됨에 따라 암호화폐 투자를 위한 진입장벽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올 2분기 들어 가상자산 거래가 위축된 이유는 전반적인 암호화폐 가격 폭락과 투자심리 악화다. 암호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BTC)은 올 3월까지만 해도 4만달러 전후의 가격에 거래됐다. 그러나 지난 5월 들어 하락세가 시작되더니 6월에는 지난 2020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2만달러 선이 붕괴됐고 지난 달 19일앤 최저 1만7749달러까지 급락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암호화폐가 이렇게 급락한 이유로, 포브스 등 외신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세계적 경제 침체 △5월 초 테라(LUNA) 99.9% 폭락 사태 △6월 초 이더리움(ETH) 위기로 인한 가격 하락 등을 주 원인으로 지목했다.
일련의 암호화폐 하락세에 대해 아직 저점이 오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영국 투자 컨설팅 업체 앱솔루트 스트래티지 리서치(ASR)의 이안 하넷 이사는 "과거 암호화폐 시장의 위기와 비교해봐도 결코 뒤쳐지지 않을 정도의 위기"라며 "비트코인의 가격은 최저 1만3000달러까지도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들 역시 일련의 시장 악화로 인해 위기에 처했다. CNN 등 외신들에 따르면 나스닥에 상장된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 전체 직원의 18% 수준인 1000여 명이 퇴사할 전망이다. 또 다른 거래소 크립토닷컴은 상반기 동안 전체 인력의 5% 수준인 260여 명을 정리해고 했다.
비트코인 억만장자로 알려진 샘 뱅크먼 프리드 FTX 거래소 대표이사는 포브스와 인터뷰서 "암호화폐 시장은 큰 위기에 빠졌고, 몇몇 중소 거래소는 이미 거래 대금 지급이 불가능한 상태에 놓여있다"며 투자자들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애널리틱스 인사이트는 가상자산 시장의 계속되는 위기와 이로 인한 규제 압박 강화로 인해 가상자산 거래소 업계에 큰 위기가 닥칠 것이며 세계 최대 거래소로 알려진 바이낸스도 예외는 아닐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유럽연합(EU) 의회에선 지난달 30일 MiCA(Markets in Crypto-Assets)란 이름의 암호화폐 규제 법안이 통과됐다. 해당 법안은 △스테이블 코인의 일 거래량 2억 유로(약 2713억원)로 제한 △거래소 사업자의 손실 위험 경고 의무화 △유럽증권시장청(ESMA)서 직접 가상자산 시장 감시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국내에서도 가상자산 규제가 추가로 이뤄질 전망이다. 내년 1월 1일부터 가상자산 양도·대여로 인해 발생하는 소득이 250만원 이상일 경우 20%의 세율을 적용하는 내용이 포함된 소득세법 개정안이 실행된다. 윤석열 정부는 이후 '디지털 자산 기본법'을 제정, 가상자산 관련 다양한 법적 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다.
사얀타니 사냘 애널리틱스 인사이트 연구원은 "암호화폐 시장의 규모는 올 상반기 동안 60% 넘게 줄어들었으며 투자자들은 점점 디지털 자산에 대한 투자 의욕을 잃고 있다"며 "불안정한 시장 상황에 따른 수요 감소와 규제 등 외적 위협 확대는 모든 가상자산 거래소 사업자에게 중대한 위기로 다가올 것"이라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