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이 구상 중인 메타버스 사업의 윤곽이 드러났다. 20년 가까이 쌓아온 '메이플스토리' IP 자산에 NFT(대체불가능토큰) 등 블록체인을 결합, 이용자 창작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를 구축하는 것이다.
8일 NDC 2022(넥슨 개발자 콘퍼런스) 기조 강연을 맡은 강대현 넥슨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의 청사진을 선보였다. 메이플스토리 N·메이플스토리 N 모바일 등 블록체인 게임은 물론 게임 개발 플랫폼 'MOD', 앱 제작 플랫폼 '메이플스토리 SDK'까지 발표에 포함됐다.
또 토큰 경제의 자유도 보장을 위해 유료 상품 판매를 금지하는 것은 물론 보편적인 NFT 수집품 제공 모델인 '프리 세일'도 하지 않을 것이며, 거래 수수료를 넥슨과 이용자들이 투명하게 나누는 등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BM)도 제시됐다.
넥슨 관계자에 따르면 이러한 토큰 경제 구축을 위해 자체 블록체인을 개발한다. 메인넷까지 자체 구축할 것인가, 타 블록체인 기반 사이드 체인인가는 확정되지 않았으며 가상 자산 거래소에 상장해 공개적인 거래도 가능케 할 계획이다.
'MOD'는 메이플스토리 에셋을 활용, 이용자가 게임을 창작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넥슨은 이번 NDC에서 '프로젝트MOD CI 2021 포스트모템'이란 제목으로 관련 발표를 진행했다. CI 2021의 정식 명칭은 '크레이이터즈 인비테이셔널 2021'로, 지난해 10월부터 올 2월까지 진행된 MOD 기반 창작 콘테스트다.
강연을 맡은 신민석 넥슨 '프로젝트 MOD' 디렉터는 "10월부터 시작한 참가 접수를 통해 통 297명의 크리에이터를 선정, 11월 17일부터 85일간 프로젝트를 진행한 결과 180명이 게임을 완성했다"며 "메이플스토리란 카테고리를 넘어 다양한 콘텐츠가 등장했으며 깜짝 놀랄만한 참신한 시도도 여럿 있었다"고 설명했다.
'프로젝트 MOD'를 통해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IP와 리소스, 제작도구 등은 물론 서비스 운영·플랫폼·서버·데이터베이스 등 게임 외적인 지원에 더해 'C2E'에 관한 것들을 함께 제공했다고 발표했다. C2E란 크리에이트 투 언, 즉 개발을 통해 돈을 버는 것을 의미한다.
신민석 디렉터는 "C2E야말로 MOD에서 매우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며 C2E의 예시로 유튜브와 로블록스를 들었다. 특히 로블록스에 관해 듀크대학 4년 학비를 번 미국의 고등학생, 로블록스 안에서 '입양하세요'란 게임을 성공시킨 후 40명 규모 스튜디오를 설립하게 된 사례 등을 제시했다.
CI 2021 진행 과정에서 △사용하기 어려웠던 검색 기능 △다수 발생했던 버그 △개인 단위 개발의 한계 등의 문제점이 있었다고 밝힌 신 디렉터는 "공동 제작하면서 채팅까지 할 수 있는 기능을 MOD에 추가했다"며 "이외 여러 시행착오를 보완, MOD를 발전시켜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넥슨은 이번 NDC서 선보인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와 MOD에 관한 강연을 통해 '게임 개발 민주화'를 주요 가치로 내세운 것으로 해석된다. 게임 개발 민주화는 다수 이용자가 자신이 원하는 게임을 즐기거나 만드는 것을 지향하자는 담론으로, 게임 개발의 장벽을 낮추고 보다 보편화하는 것 등을 목표로 한다.
메타버스에 있어 크리에이터의 중요성이 강조됨에 따라 '게임 개발 민주화' 역시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고 있다. 로블록스 코퍼레이션은 물론 유니티와 '언리얼 엔진' 개발사 에픽 게임즈, 메타 플랫폼스와 마이크로소프트 등도 게임 개발 민주화를 메타버스에 있어 중요한 키워드로 지목했다.
넥슨 외에도 '제페토' 개발사 네이버제트가 블록체인과의 결합을 통해 관련 사업을 선보이고 있다. 네이버제트는 '바람의 나라 연' 개발사 슈퍼캣과 협업해 2D 메타버스 '젭'을 선보인 후 젭을 바탕으로 다양한 블록체인 사업을 추진 중이며 '배틀그라운드' 개발사 크래프톤과 협업 'NFT 기반 크리에이터 메타버스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블록체인과 메타버스의 결합에 있어 규제 장벽은 여전한 리스크로 꼽히고 있다. 강대현 COO 역시 이번 NDC 강연서 "한국을 비롯해 여러 국가에서 법적으로 블록체인 서비스를 막고 있다"며 "이로 인해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의 생태계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 구현을 위해 지속적인 연구와 고민을 통해 해결 방안을 찾을 계획"이라며 "NFT가 자유로이 이동하는 생태계를 구축, 최종적으로는 메이플스토리를 넘어 다양한 IP와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공존하는 가상 세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