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거래, 택배 등 안되는 게 없는 만능 엔터테이너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편의점이 이번에는 리커숍(Liquor Shop) 자리를 넘보고 있다.
소주, 맥주만 취급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고급 소주와 전통주, 와인, 위스키, 수제맥주, 이색 막걸리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동네에서 가장 큰 '주류백화점'이 됐다.
편의점을 리커숍으로 변신시키고 있는 주역은 MZ세대와 홈술족이다. 이들이 다양한 술을 편의점에서 찾기 시작하면서 업계는 각사의 특성을 살린 주류 경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프리미엄 소주를 두고 불이 붙었다.
GS25가 가수 박재범이 설립한 원스피리츠의 '원소주 스피릿'을 7월부터 판매하겠다고 예고한 뒤로 세븐일레븐은 뉴욕에서 온 우리술 '토끼소주'로 맞대응에 나섰다. 또 7월에는 '임창정 소주' 판매까지 예고한 상황이다.
프리미엄 소주 마케팅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GS25다. 원스피리츠와 손잡고 부산 전포동 카페거리에 원소주 팝업스토어 '지에스 원(GS WON)'을 오픈하며 원소주와 GS25의 협업을 대대적으로 알리고 있다. 지에스 원이라는 이름도 GS25와 원소주의 의미를 담아 만들었다.
맥주 경쟁도 치열하다. 개성 없는 제품 찾기가 더 힘들 정도다.
레트로 감성의 수제맥주 맛집으로 통하는 CU는 업계 단독으로 '크라운맥주'를 출시, 여름 성수기를 정조준했다. 크라운 맥주는 1952년에 출시돼 40년 이상 판매된 제품이다. 30년만에 부활하면서 크라운맥주는 에일맥주로 재탄생됐다. CU는 크라운 맥주를 통해 2020년 일으킨 '곰표 밀맥주' 신드롬을 다시 재현시키겠다는 포부다.
GS25는 소맥(소주+맥주) 콘셉트의 '갓생폭탄맥주'를 선보였다. 각종 SNS에 소맥 최적의 레시피로 알려진 비율로 만들어진 제품이다.
편의점은 평범한 먹걸리도 거부한다. 세븐일레븐의 '임창정미숫가루꿀막걸리'와 이마트24가 코오롱스포츠·서울장수와 협업한 '솟솟막걸리' 등 차별화된 막걸리로 홈술족을 공략 중이다.
아예 주류특화매장을 꾸린 곳들도 많다. 대표적인 곳이 이마트24다.
이마트24는 지난 2019년 3월 업계 처음으로 주류특화매장을 선보인 데 이어 올해 4월에는 서울 천호동 매장을 재단장해 주류 전문 편의점 1호점을 오픈했다. 이곳은 매장 면적의 1/3을 700여종의 주류와 안주가 차지하고 있다. 1만원 이하의 가성비 제품부터 로얄살루트 21년 같은 고가의 위스키와 와인, 전통주, 수제맥주까지 한자리에 모은 것이 특징이다.
가격 접근성이 좋고 트렌드가 빠르다는 장점을 가진 편의점은 앞으로 주류 판매 전문 플랫폼 기능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업계는 이미 주류 전문 가맹점의 역할을 일부 대체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또 상권 니즈에 따라 주류 전문 플랫폼의 역할을 희망하기도 했다.
한 편의점 관계자는 "특별한 주류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있지만 주류판매 채널이 활성화되지 않은 일부 지역에서는 편의점이 주류 전문점의 대안이 되고 있다"며 "편의점이라는 업 자체가 소비 편의를 돕는 역할인 만큼 향후 이런 지역에서 주류 플랫폼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편의점이 주류에 힘을 쏟는 이유는 오프라인 채널이 가질 수 있는 경쟁력 중 하나이기 때문"이라며 "그런 의미로 주류 특화 매장에 대한 시도나 차별화된 주류를 입점시키는 등의 경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편의점의 공세에 주류 전문 가맹점인 세계주류, 가자주류 등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주류판매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역성장을 거듭 중인데, 특히 편의점이 홈술족과 MZ세대를 흡수해 타격을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세계주류 매출은 2019년 597억원에서 2020년 461억원으로 29.5% 감소했다. 이어 지난해에도 13.8% 감소해 397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송수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sy12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