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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빠꾸’ 정용진, 이번엔 주류 사업에 ‘직진’…주류업계 ‘긴장’

美 프리미엄 와이너리 '쉐이퍼 빈야드' 인수로 와인사업 본격화
프리미엄 와인 라인업 확보 및 자체 와인 생산 '기대'
위스키 증류소 설립도 검토…주류사업 역량 강화 '집중'

송수연 기자

기사입력 : 2022-02-23 05:20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미국의 유명 와이너리를 인수하는 등 주류 사업 역량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미국의 유명 와이너리를 인수하는 등 주류 사업 역량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노빠꾸(No back)’를 외치던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이번에는 주류 사업에 ‘직진’하고 있다. 위스키에 눈독을 들인데 이어 와인 사업까지 본격화 하면서 애주가로서의 취미를 핵심 사업부문으로 확장 시키고 있다.

정 부회장의 이 같은 행보에 주류 업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유통채널이 다양한 대기업이 시장에 뛰어들 경우 일반 주류 유통업체에 비해 다양한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우려의 시선도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 2016년 제주소주를 인수하며 소주 시장에 야참차게 뛰어들었지만 사업부진으로 '쓴 잔'을 마신 전력이 있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통공룡으로 불리는 신세계 그룹이 주류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향후 시장 판도가 어떻게 바뀔지 주목되고 있다.

22일 신세계그룹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 그룹은 지난 16일 미국 와인 양조장 ‘쉐이퍼 빈야드(Shafer Vineyards)’와 관련 부동산을 3000억원에 인수하면서 주류 사업을 본격화 하고 있다.
신세계 그룹이 와인 양조장을 인수한 것은 코로나19로 홈술족(혼자 집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이 늘면서 국내 와인 시장 규모가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자 정 부회장이 ‘와인’ 사업을 전략적으로 키우기로 결단을 내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인수에는 정 부회장이 직접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쉐이퍼 빈야드는 최상급 와인 생산에 적합한 기온과 토양을 가진 곳으로 유명하며 나파밸리에서도 상징적 와이너리로 꼽힌다.

인수는 신세계의 부동산 개발사인 신세계프라퍼티가 주도했다. 신세계프라퍼티는 국내 중심의 부동산 포트폴리오를 선진국 해외 우량 자산으로 다각화를 위해 인수하는 것으로 포장했지만 쉐이퍼 빈야드와의 실질적 시너지는 신세계L&B와 낼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신세계L&B는 주류 수입·유통 전문업체로 이 역시 애주가 정 부회장의 손에서 탄생했다. ‘와인을 합리적 가격으로 국내에 공급하고 와인 대중화에 앞장서겠다’는 포부로 2008년 설립돼 차근차근 성장하며 현재는 금양인터내셔날을 재치고 와인 수입사 1위 자리에 올랐다.

신세계L&B는 2019년 매출 1000억원 돌파 후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만 1432억원으로 집계돼 지난해 매출은 2000억원을 바라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번 인수는 앞으로 업계 1위 타이틀을 굳히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 관계자는 “1979년 설립된 쉐이퍼 빈야드는 나파밸리를 대표하는 최고급 와인인 힐사이드 셀렉트를 비롯한 5개의 럭셔리 와인 제품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와이너리”라며 “사업적 가치가 높다”고 평가했다.

정 부회장은 와인과 함께 급격히 성장 중인 ‘위스키’ 시장에도 주목하고 있는 듯 하다. 신세계L&B는 최근 위스키 사업 등을 경험한 경력직을 찾는 수시채용 공고를 냈다. 회사 측은 위스키 제조를 위한 증류소 설립을 검토 중이긴 하지만 사업 본격화를 언급할 수준은 아니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검토 중인 단계인 만큼 관련 사업 진출은 열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 부회장은 잘하면서도 잘되는 ‘와인’ 사업을 중심으로 위스키 분야 등에 도전하며 주류 사업 역량을 강화해 나가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현지의 와이너리 인수도 이를 보여주고 있지만 신세계L&B의 자체 주류전문점인 ‘와인앤모어’의 공격적 출점도 이를 방증한다. 2017년 8개에 그쳤던 와인앤모어 점포는 지난해 말 기준 44개까지 늘었고 올해도 추가 출점을 계획 중이다.

관련업계는 미국 와이너리 인수로 프리미엄 와인 라인업을 확보하게 됨은 물론, 자체 오인 생산 가능성도 거론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는 방식으로 시장 재패에 나설 것으로 분석했다.

주류업계는 신세계L&B의 사업 강화에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한 주류유통업체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은 유통 대기업으로 제품을 소개할 수 있는 유통채널이 다양하다는 점에서 일반 주류유통사 보다 훨씬 더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며 “거기에 프리미엄 와이너리까지 갖추게 되면 후발주자들과 격차를 더 벌이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물론 정 부회장의 주류 사업 확장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정 부회장은 지난 2016년 제주소주를 인수하며 야심차게 ‘푸른밤 소주’ 등을 출시, 공격적 마케팅에 나섰지만 사업 부진을 면치 못했다. 결국 이후에도 반전 없이 고전을 거듭하다 결국 현재 소주 사업은 접었다.

이와 관련 신세계그룹은 와인 자체 생산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 없고 앞으로 관련 전략을 수립해 나갈 계획임을 밝혔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쉐이퍼 빈야드 인수가 그룹 내 계열사인 신세계L&B 등과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인수 초기 단계로 어떤 방법으로 시너지를 낼지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 없다”며 “중장기적 전략은 수립해 나가는 과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까지 구상 중에 있지만 리테일 사업과 연관성이 있는 만큼 관련 계열사와 시너지를 기대 중”이라고 부연했다.


송수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sy1216@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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