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정부가 향후 몇 주일 이내에 ‘반 중국 동맹’ 결성을 위한 미국의 전략을 담은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 IPEF) 구상을 발표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전략의 핵심은 이 지역에서 디지털 교역, 공급망, 녹색 기술을 포함한 주요 이슈에 대한 미국과 동맹국의 협력 체제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WSJ이 전했다.
한국과 미국은 이에 앞서 지난달 19일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간 화상 한미 통장 장관 회담을 통해 양국이 전략적 파트너십을 더욱 강화해 공급망, 신기술, 디지털 생태계, 무역 활성화 등 주요 신통상 현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타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지난해 11월 방한 때 언급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를 통한 역내 협력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한국은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의 내용이 구체화되면 미국과 상호 긴밀히 소통하며 논의를 진전시켜 나가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산업부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와 관련해 경제협력 효과, 우리 기업에 미치는 영향, 주요국 입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익 극대화 관점에서 입장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2017년에 미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전격적으로 탈퇴한데 따라 바이든 정부가 미국의 아시아 전략 공백을 메우려고 IPEF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가 ‘포괄적 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미국이 당장 재가입하는 내용이 이 구상에 들어있지 않다고 WSJ이 전했다.
한국은 오는 4월 중 CPTPP 가입 신청서를 제출한다. CPTPP는 일본·호주 등 아·태 지역 11개 국가가 참여한 초대형 FTA다. 이는 2017년 트럼프 정부가 세계 최대 규모의 경제 블록을 지향했던 TPP에서 탈퇴하자 2018년 일본을 중심으로 나머지 11개 국가가 출범시킨 경제 협력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파트너 국가들과 인도·태평양의 공동번영을 위한 포괄적인 경제협력 구상인 IPEF를 제안했다. ㅈㄴ
바이든 정부는 IPEF 참가국에 관세 삭감을 포함한 기존의 시장 개방에 따른 혜택을 제공하지는 않을 계획이다. 미국의 노동계와 민주당 및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미국의 일자리에 제조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미국의 교역 상대국에 혜택을 주는 데 반대한다.
시장접근 조처는 미국이 이 지역 국가들과 관계를 증진하는데 핵심적인 요소라는 게 미국의 판단이다.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미국에 더욱 많은 농산물과 공산물을 판매하려 한다고 WSJ이 지적했다. 지난달 25일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했던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도 “시장 접근은 이 지역 국가들이 미국의 지도력을 통해 얻으려는 중요한 보상”이라고 말했다고 이 신문이 전했다. 시장 접근 조처가 없으면 이 프레임워크는 일본,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 미국과 유사한 가치와 규정을 공유하는 부유한 국가들의 단순한 클럽에 불과하다고 경제 전문가들과 외교관들이 말했다.
바이든 정부는 이 프레임워크가 아시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과 이 지역 국가 간 안보 협력을 견제하는 중요한 조처로 여기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해에 미국, 인도, 일본, 호주가 참여하는 ‘쿼드’(Quad)를 강화하고, 호주 및 영국과 새로운 잠수함협정을 체결했다. 그렇지만 여기에는 TPP 탈퇴 이후 미국의 포괄적인 경제 전략이 들어있지 않다.
중국은 CPTPP 가입 신청을 하고, 뉴질랜드 칠레 싱가포르 간 ‘디지털경제 파트너십 협정’(DEPA)에 참여하기로 했다. 중국은 또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주도하고 있다. RCEP에는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 아세안(ASEAN) 10개국과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비(非) 아세안 국가 5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향후 몇 주내에 발표할 IPEF는 개별 협정의 집합체 성격을 띨 것이라고 WSJ이 전했다. IPEF 참가국들이 개별적으로 원하는 협정을 골라 서명하는 방식이다. 미 무역대표부는 여기에 담길 디지털 교역, 노동 기준, 무역 확대 방안 등을 마련하고 있고, 미 상무부가 공급망, 인프라, 탈탄소화, 세금 및 부패 문제 등을 감독하고 있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달 26일 발표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와 관련한 보고서에서 바이든 정부가 초기에는 동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지역의 자발적인 파트너들만 제한적으로 IPEF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CSIS는 “여기에는 아마도 일본과 한국, 호주, 뉴질랜드와 같은 미국의 조약 동맹국들과 싱가포르와 같은 긴밀한 파트너 국가들이 포함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바이든 정부가 인도나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 남아시아 국가들을 포함할지 검토하고 있지만, 캐나다와 멕시코, 페루, 칠레 등 미주 대륙의 태평양 지역 파트너 국가들을 포함할 의도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CSIS가 분석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