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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액티비전 파트너였던 번지가 소니와 손 잡은 이유

SF 게임 '데스티니' IP 기반 멀티미디어 사업 전개
소니, MS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에 비해 '역부족'
"콘솔 라이벌 간 적대적 경쟁으로 번지진 않을 것"

이원용 기자

기사입력 : 2022-02-01 18:56

피트 파슨스 번지 소프트웨어 대표. 사진=E3 유튜브이미지 확대보기
피트 파슨스 번지 소프트웨어 대표. 사진=E3 유튜브
마이크로소프트(MS) 엑스박스 콘솔을 대표하는 게임 '헤일로' 시리즈의 기틀을 다졌던 번지 소프트웨어(대표 피트 파슨스, 이하 번지)가 MS의 라이벌 소니에 인수됐다.

소니 그룹의 게임 사업을 담당하는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에 따르면, 이번 인수로 번지는 산하 독립 개발 자회사로 편입된다. 버라이어티·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거래 규모는 약 36억달러(4조3444억원)이다.

업계는 대체로 이번 인수 발표에 대해 "MS의 '빅 딜'에 소니가 반격을 개시한 것"으로 평하고 있다. MS는 지난달 18일 미국 최대 게임사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687억달러에 인수, 자회사로 편입했으며, 다음날 도쿄 증권 거래소에 상장된 소니의 주가는 약 12% 하락했다.
시장 조사 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PS) 콘솔에서 판매량 1위를 차지한 것은 액티비전 '콜 오브 듀티: 뱅가드'였으며, 그 외 '콜 오브 듀티: 블랙옵스 콜드 워'가 판매량 3위에 올랐다.

한 게임계 관계자는 "MS가 PS의 핵심 IP '콜 오브 듀티'를 빼온 만큼 소니도 반격에 나선 것"이라며 "번지는 MS,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주요 파트너사였다"고 설명했다.

번지 소프트웨어는 1991년 미국에서 설립된 게임 개발사로, 2000년 MS에 인수된 후 SF FPS(1인칭 슈팅) 게임 '헤일로' 시리즈 개발을 맡았다. 2007년 번지는 '헤일로' 판권을 포기하는 대가로 MS에서 독립했고, 이후 액티비전 블리자드와 2019년 1월까지 파트너십을 맺고 SF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 슈팅 RPG '데스티니' 시리즈를 선보였다.
번지 소프트웨어가 2017년 출시한 '데스티니 가디언즈'. 사진=플레이스테이션이미지 확대보기
번지 소프트웨어가 2017년 출시한 '데스티니 가디언즈'. 사진=플레이스테이션

영국 매체 PC게이머의 팀 클라크(Tim Clark) 편집장은 소니와 번지가 손을 잡은 이유에 대해 "번지가 보유한 SF 장르 게임 IP를 바탕으로 멀티미디어 사업을 전개하려는 것"이라며 "소니는 대형 영화사, 음반사 등을 보유한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피트 파슨스 번지 대표는 게임 인더스트리(Games Industry)와 인터뷰서 "우리는 2016년부터 게임을 넘어 엔터테인먼트 분야서 세계 최고 업체가 되려는 포부를 품었다"며 "소니는 세계 최고의 게임 개발자들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업체"라고 말했다.

짐 라이언 SIE 대표는 "PS는 풍부한 스토리와 내러티브를 전개하는 게임을 개발하고, 이를 다양한 형태로 확장하는 데 있어 최고의 파트너"라며 "이번 인수 계약은 단순히 PS에 새로운 IP를 추가하는 것이 아닌, 방대한 세계관을 함께 새로이 구축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게임 콘솔기기 양대 라이벌 MS와 소니가 '인수전'을 벌이는 가운데 이를 적대적 경쟁으로 보긴 힘들다는 반론도 있다. IT 매체 더 버지는 "MS가 과거 '마인크래프트' 등을 독점작으로 돌리지 않은 전례가 있다"며 "실제로 '콜 오브 듀티' 시리즈는 PS에서 당분간 계속 서비스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필 스펜서 엑스박스 게이밍 대표는 "액티비전 블리자드와 소니의 계약을 존중하며, 우리는 소니와의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지난달 20일 발표했으며, 라이언 SIE 대표 역시 "이번 인수가 번지의 게임이 PS5 독점작으로 나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고 발언했다.

댄 갤러거(Dan Gallagher) 월스트리트저널 기자는 "소니의 번지 합병을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와 동일 선상에 두는 것은 총을 대포와 경쟁시키는 것"이라며 "이번 거래는 소니가 MS에 정면 대결을 선포한 것이 아닌, 번지가 미래를 위해 새로운 둥지를 찾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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