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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 '반도체 기밀 정보' 요구에 삼성전자 "난감하네"

TSMC, 다음달 8일까지 제출하겠다고 밝힌 후 입장 번복
국방생산법 앞세운 미국 압력 거부하기엔 위험 커

박정한 기자

기사입력 : 2021-10-27 10:19

대만 파운드리업체 TSMC가 미국 정부의 반도체 기밀 정보 요구에 응하겠다고 했다가 다시 입장을 번복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대만 파운드리업체 TSMC가 미국 정부의 반도체 기밀 정보 요구에 응하겠다고 했다가 다시 입장을 번복했다. 사진=로이터
백악관과 미국 상무부 등 미국 정부는 지난 9월 23일 글로벌 반도체 업체를 대상으로 화상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미국은 칩 공급망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TSMC, 삼성전자 등에 영업비밀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재고량, 주문 현황, 판매 내역 등을 45일 이내에 넘겨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미국 기업 인텔 등은 11월 8일 마감일까지 데이터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특히 대만업체 TSMC는 인텔 등과 함께 데이터 제출을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가 26일(현지 시간) 이를 다시 번복했다. 고객에 대한 정보를 제출하는 부담감 탓에 오락가락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정부의 입장


미국 정부는 글로벌 반도체 업체를 대상으로 민감한 영업기밀을 요청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반도체 생산에 차질을 빚어 반도체 부족에 따른 경제적 타격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자동차 산업은 큰 타격을 입었다.

올해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반도체 부족으로 차량 생산을 중단하거나 감축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 자동차 산업 단체 ‘자동차 혁신 얼라이언스’는 전세계 반도체 생산 부족으로 올해 자동차 생산량이 128만대 줄어들 수 있다며 지난 4월 초 미국 정부에 해법을 촉구했다.

이에 따라 백악관은 4월 12일 인텔, GM, 포드, 삼성전자, TSMC 등 19개 기업 임원들을 불러모아 반도체 부족사태 해법을 논의했다.

인텔은 이날 회의 후 자동차 제조사를 위한 자체 칩 생산 공장을 건설할 준비가 되었다고 발표했다.

백악관은 또한 5월 20일 제2차 반도체 회담을 열어 495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생산 긴급 보조금을 지원해 미국 자동차 회사에 반도체를 먼저 생산해주도록 요청했다.

이에 따라 TSMC는 다른 업종에 제공하는 반도체 용량을 조절하는 방법을 통해 자동차 칩 생산을 늘리는 전례가 없는 조치를 취했다.

삼성전자도 화답했다. 삼성전자는 미국에 약 20조 원을 투자해 칩 공장을 짓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5월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한미 비즈니스 원탁회의에서 텍사스주(州) 파운드리 신규 프로젝트에 17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생산 우선순위와 공장 건설 투자가 미국 요구를 충족하지는 못했다. 백악관은 9월 23일 제3차 반도체 회담을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 삼성전자, TSMC, 인텔, 다임러, BMW, GM, 포드, 스텔란티스 등이 참석했다. 백악관은 반도체 공급망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45일 이내 반도체 재고량과 판매 데이터를 내도록 요구했다.
삼성전자는 오는 11월 8일까지 미국 정부에 반도체 기밀 정보 요구에 대한 데이터 제출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전자는 오는 11월 8일까지 미국 정부에 반도체 기밀 정보 요구에 대한 데이터 제출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한국 정부와 삼성전자 입장


미국 정부의 압박에 한국정부와 삼성전자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반도체 관련 기밀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회사 경영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이수혁 주미 한국대사는 지난 10월 13일 “한국기업의 일급 비밀 정보를 제공할 수는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미국 입장은 완강했다. 지나 레이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기업이 자료 제출을 꺼린다면 데이터를 넘겨줄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업계는 레이몬드가 취할 단계는 ‘국방 생산법’이라고 점친다. 미국이 1950년대 통과시킨 이 법은 대통령이 비상 상황에서 미국 민간기업에 국방 관련 제품을 생산하도록 요구하고 유통을 통제할 권한을 가진다.

이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전(前) 미국 대통령은 2020년 3월 13일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해 국방 생산법을 발동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27일 미국 자동차 업체 GM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증 환자를 치료하는 데 필요한 인공호흡기를 생산하도록 요구하는 국방 생산법 승인을 사용했다.

미국 정부는 또한 4월 28일 미국 육류 가공 공장이 쇠고기, 돼지고기, 가금류 등 육류 제품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도록 코로나19 기간 동안 계속 공장을 운영하도록 했다.

이와 같은 ‘국방 생산법’을 거머 쥔 미국 정부는 지난 10월 21일 인텔, 인피니언, GM 등이 반도체 관련 데이터를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으며 다른 기업들도 후속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미국 상무부 압박에 그간 제출에 부정적이었던 TSMC 역시 11월 8일 마감일까지 관련 정보 제출하겠다고 10월 22일 약속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고립무원 상태에 빠졌다. 삼성전자는 최근 상황을 감안할 때 반도체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미국의 강제력 행사 전례


일본 반도체 산업은 1980년대 급속히 성장해 미국 자리를 위협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1987년 도시바가 소련에 민감한 군사 기술을 판매했다고 비난해 결국 도시바 사장이 사임하고 일본 반도체 산업은 쇠퇴의 길을 걸었다.

미국 GE는 프랑스 핵심 에너지 기업 알스톰을 인수하려 했다. 미국 정부는 이를 돕기 위해 2013년 알스톰 임원 피에루지를 체포해 유죄를 인정했다. 그리고 알스톰에 7억72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결국 미국은 알스톰을 ‘배제’하고 프랑스 원자력 발전소 대부분을 부분적으로 장악했다.

독일 지멘스는 2016년 미국 GE와 발전기, 자동화 기술 분야에서 경쟁했다. 미국은 지멘스에 총 16억 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고 GE를 도왔다.

이와 같은 전례를 보면 미국은 동맹국이라고 해도 자신의 안보와 국익을 위해서는 타협을 하지 않는 것을 명확히 알 수 있다. 미국은 이번에는 국내 자동차 제조업체 지원을 명분으로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들에게 미국 요구를 수용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의 완강한 입장이 어느 정도 관철될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그러나 미국은 얼마나 많은 기업이 미국측 요구에 응하고 관련 자료를 내놓는 지에 따라 분명한 입장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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