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NC)가 퓨전 판타지 MMORPG '블레이드 앤 소울'이 9년만에 정식 후속작을 내놓았다.
NC는 지난 1분기 매출 5125억 원(전년 동기比 -30%, 전 분기比 -9%), 영업이익 567억 원(전년 동기比 -77%, 전 분기比 -64%)로 실적 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마땅한 신작이 없었던 와중에 인건비, 마케팅비 등 영업비용이 상승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에 NC는 2분기부터 '리니지' 시리즈 이상으로 매출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 5월 20일 '트릭스터M'을 출시하며 본격 행보를 시작, 다음달 26일 '블레이드 앤 소울 2' 출시를 확정지었다.
블레이드 앤 소울(이하 블소)은 2012년 출시 당시 기준으로 혁신적인 그래픽과 무협 감성을 담은 스토리 등이 호평을 받아 한국은 물론 중화권에서도 큰 방향을 일으켰고 '비무연', '비무제' 등 e스포츠 콘텐츠도 호응을 얻어 20대 젊은 층에 어필하기도 했다.
자연히 블소 후속작 '블레이드 앤 소울 2'가 다음달 26일 출시가 확정짓자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에서 부동의 왕이었던 NC '리니지M'이 카카오게임즈 '오딘: 발할라 라이징'에 빼앗긴 왕좌를 탈환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트릭스터M'이 예상보다 크게 흥행하지 못해 '블소2'가 큰 부담을 지게 됐다고 보고있다. 실제로 트릭스터M은 출시 초반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2위까지 올랐으나 지난 1일 18위까지 떨어졌고, 이후 7월 동안 10위 후반에서 30위 후반 사이를 전전하고 있다.
어플리케이션(앱) 분석 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트릭스터M은 출시 당일 30만 1703명이 이용했으나 지난 11일 기준 이용자는 8001명으로 1달 반 사이에 95%가 넘는 이용자가 이탈했다.
트릭스터M이 부진함에 따라 증권가는 NC의 2분기를 다소 부정적으로 보고있다. NC 2분기 실적에 대해 NH투자증권은 매출 5398억·영업이익 1320억 원, DB금융투자는 매출 5522억·영업이익 1343억 원으로 지난 16일 추산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NC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900억 원 전후였다.
NC가 하반기에 반등하기 위해 블소2의 성공은 필수불가결이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선 블소2가 트릭스터M처럼 단기 흥행에 머무를 수도 있다는 비관론을 제시하고 있다.
'블소' 원작을 즐겼다고 밝힌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그래픽 면에서 원작 출시 초창기인 2012년 시절과 괴리감이 크다"며 "원작 그래픽 팀장을 맡았던 김형태 디렉터의 부재가 생각보다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김형태 디렉터는 블레이드 앤 소울 그래픽 팀장으로 1막 캐릭터, 의상 디자인을 총괄한 것으로 알려져있으며, 2014년 1월 NC를 퇴사해 '시프트업'으로 자리를 옮겨 '데스티니 차일드' 제작에 참여했다.
한편, 인플루언서들은 '리니지형 비즈니스 모델(BM)'에 대한 이용자들의 민심 악화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리니지' 시리즈를 오래 즐긴 것으로 알려진 유튜버 '중년게이머 김실장'은 "트릭스터M은 '리니지2M'의 비즈니스 모델과 거의 흡사한 형태를 취했고, 이것이 단기 흥행에 머무른 원인 중 하나"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몬스터를 잡아야만 획득할 수 있는 장비를 과금을 통해 뽑을 수 있게 만든 '장비 뽑기'가 대표적인 리니지형 BM"이라며 "이러한 BM에 지친 이용자들이 '오딘: 발할라 라이징'으로 옮긴 것이 '오딘'의 흥행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튜버 '쵸피'는 "리니지 이용자들의 태도가 더 이상 친화적인 상황이 아니다"라며 "블소2에도 장비 뽑기나 '기간제로 판매하는 영구 컬렉션' 등 리니지형 BM이 많이 적용된다면 과연 흥행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