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하신 메뉴 나왔습니다.”
실제 제주항공 객실 승무원이 음식이 든 상자를 들고 활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비행기처럼 좁은 좌석, 비행기 창문이 그려진 유리문, 벽에 걸린 세계 각 도시 시계 등 인테리어에 더해 기내식 서빙까지 받으니 비행기를 탄 기분이 물씬 들었다.
지난 4월 30일 AK&홍대가 제주항공과 협업해 운영하는 기내식 카페 ‘여행의 행복을 맛보다’를 찾았다. 해당 카페는 팝업 스토어 형식으로 AK&홍대 1층에서 3개월간 만날 수 있다.
2019년 가을 이후로 비행기를 타본 적이 없는 기자는 ‘기내처럼 꾸민 카페’라는 이곳의 분위기가 흥미로웠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쉽게 할 수 없던 색다른 체험으로 기분 전환을 하고픈 마음도 있었다.
오후 1시까지 빈자리 없이 붐비던 카페는 오후 2시경이 되자 한산해졌다. 해당 카페는 ▲불고기 덮밥 ▲흑돼지 덮밥 ▲파쌈 불백 ▲승무원 기내식 등 제주항공의 인기 기내식 메뉴 4종을 비롯해 커피를 포함한 각종 음료도 판다. 음료는 승무원이 직접 제조한다.
제주산 흑돼지로 만든 덮밥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만 원짜리 파쌈 불백을 골랐다.
메뉴 주문을 하면 영수증과 함께 티켓 한 장을 받을 수 있다. 티켓 상단에 적힌 ‘JEJU air BOARDING PASS 탑승권’, 오른편의 ‘No.0423’이라는 글씨는 비행기 티켓을 본뜬 것이다.
티켓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그대’라는 문구 아래로 “설렘의 맛으로 향하는 여행맛 JEJU ON THE 테이블편이 이륙할 예정입니다. 본 탑승권을 반드시 소지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문이 작은 글씨로 인쇄돼 있었다.
안내방송은 없었지만, 실제 탑승 수속을 밟으러 가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매장 입구를 구경했다. 공항 검색대를 형상화한 주황색 문에 ‘탑승구’라는 단어가 일본어와 영어로 적혀있었다.
매장 면적은 편의점 수준으로, 그리 크지 않았다. 4~5명의 승무원이 근무하기에 적당한데다 시범적으로 선보이는 팝업스토어이기에 문제 될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내식 상자 색은 승무원이 목에 두른 스카프와 같은 주황색이었다. 상자 겉면 정 중앙에는 ‘여행의 행복을 맛보다’라는 문구와 함께 해당 상자가 친환경 콩기름으로 인쇄됐다는 의미의 ‘SOY INK’ 인증 마크가 보였다.
패키지 안에는 단호박 샐러드와 파채, 불고기 덮밥, 그리고 제주 귤로 만든 간식이 가지런히 담겨있었다. 안쪽에 쓰인 “코로나19로 지친 당신께 여행의 맛을 선물합니다. 제주항공 기내식과 함께 일상을 여행처럼 즐겨보세요”라는 문구를 읽으며 물티슈로 손을 닦고 일회용 수저로 식사를 시작했다.
한 숟갈을 뜨자마자 입안 가득 기내식 특유의 온기가 전해져왔다. 그야말로 ‘만 원의 행복’이었다.
이곳의 메뉴는 일반 식당처럼 주방에서 요리되는 게 아니라, 비행기와 동일한 방식으로 음식을 데워 공급된다고 한다. 마침 그 타이밍에 남자 승무원들이 카트에 커다란 기내식 상자들을 싣고 등장했다.
AK&홍대가 기내식 카페를 선보이게 된 것은 최근 이 쇼핑몰이 변화하는 소비자 취향에 맞춰 ‘취향셀렉숍’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과 연관이 있다.
AK플라자 관계자는 “이번 제주항공 기내식 카페 팝업스토어는 AK&홍대의 대대적인 리뉴얼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평소 우수 기내식으로 평가되던 제주항공의 기내식을 색다른 경험과 함께 즐길 기회다”라고 설명했다.
AK&홍대 매장 개편은 지난 3월부터 진행됐으며, 기자가 방문했을 당시 핵심 테넌트 층인 4층과 5층은 체험형 미디어 아트 전시와 홍대를 대표하는 키덜트 전문관으로 탈바꿈할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었다.
국내 유일 원피스 애니메이션 전문점 ‘플레이원피스’, 중고 피겨 판매숍 ‘리펀샵’, 게이머 라이프 스타일 전문 매장 ‘슈퍼플레이’, 굿즈 랜덤구매숍 ‘제일복권샵’ 등 MZ세대의 취향을 존중해 마련된 공간들이 눈에 띄었다.
AK&홍대는 이번 개편으로 홍대 지역의 ‘취향특화 플레이스’로 도약할 계획이다. 지역 친화형 쇼핑센터의 취지를 적극 반영해 지역 상권 살리기에도 동참했다.
폐업 소식으로 많은 만화 팬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낸 ‘북새통문고’는 1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홍대 대표 만화 서점으로 만화 애호가 사이에서 ‘메카’로 불리기도 했다. 도서정가제와 코로나19의 여파로 올해 2월 폐업 수순을 밟았으나, 위기를 딛고 오는 5월 AK&홍대에서 그 명맥을 잇는다.
AK&홍대 마케팅 관계자는 “AK&홍대가 홍대 핵심 소비층으로 자리 잡은 MZ세대의 취향을 고려한 쇼핑 공간으로 변신한다”라면서 “앞으로도 ‘홍대스러움’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의 결과를 매장 구성에 반영해 홍대 지역 대표 랜드마크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손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jizz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