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의 지난해 매출(CJ대한통운 실적 제외)은 전년 대비 10.9% 늘어난 14조 1637억 원, 영업이익은 73% 늘어난 1조 415억 원이다. CJ제일제당의 연간 영업이익이 1조 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CJ제일제당 식품 매출은 약 9조 원으로, 이중 절반에 가까운 46%가 해외에서 나왔다.
슈완스 인수 직전인 2018년 식품 매출 해외 비중이 14%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슈완스를 포함한 미국 식품 매출 역시 2018년 3649억 원에서 지난해 3조 3286억 원으로 약 10배 성장했다.
◇'글로벌 기업'을 위한 '통 큰 베팅'
CJ그룹이 항상 강조하는 것은 '최고의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이다. 이를 위해 선택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슈완스 인수였다. 슈완스는 1952년 미국 미네소타주에 설립된 회사로 18개의 브랜드를 가진 대형 식품기업이다.
CJ제일제당은 2019년 슈완스 인수를 위해 1조 5000억 원의 금액을 투자했다. CJ그룹은 다수의 인수합병을(M&A)을 진행해왔지만 1조 5000억 원 규모의 거액을 한 번에 쏟아부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CJ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으로 초기 부채 비율이 200%에 가까워지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CJ제일제당은 슈완스 인수로 매출을 늘리고, 유통채널을 확보해 미국 시장 공략을 가속화한다는 전략이었다. 우려도 잠시 슈완스는 CJ의 일원이 된 뒤 아시안 푸드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며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슈완스는 아시안 푸드 시장에서 전년 대비 약 5%p 늘어난 24.3%의 점유율로 1위에 올랐다. 슈완스의 아시안 브랜드(PAGODA, MINH 등)와 비비고의 시너시가 구체화되면서, 기존 1위였던 아지노모토를 제치는 성과를 거뒀다.
◇제품 경쟁력과 유통망의 시너지 효과 '톡톡'
슈완스는 지난해 미국 내 주요 냉동식품 기업 중 가장 높은 매출 성장률(28.6%, B2C 냉동식품 기준)을 기록하며, 타이슨 푸드(25.1% 성장)를 따돌리고 성장률 1위에 올랐다. 네슬레는 11.9% 성장하는 데 그쳤다. 아시안 푸드의 확대가 기존 주력 제품인 피자의 안정적인 성장에 힘을 보탠 결과라는 분석이다.
2019년 3월부터 CJ제일제당 실적에 슈완스가 포함됐으며, 시너지 극대화를 위한 통합 작업이 지속됐다. 특히, 2013년 비비고 만두의 미국 진출과 함께 적극적으로 시장을 공략해온 CJ제일제당의 제품 경쟁력과 미국 냉동식품 업계 최고 수준인 슈완스 영업력을 결합해 고객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양사의 일반 소비자 시장(B2C) 유통망 통합 시스템을 구축해, 미국 전역에 거미줄처럼 퍼져있는 3만 개 이상 점포에서 K-푸드 비비고를 비롯한 아시안 푸드 전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비비고 만두의 경우, 기존 코스트코 중심의 유통에서 미국 대표 유통채널인 월마트 대부분 매장에 입점됐고, 대형마트인 크로거·타깃뿐 아니라 푸드시티·하이비 등 중소형 슈퍼마켓까지 입점 매장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아시안 푸드 중심으로 안정적 성장
슈완스는 CJ제일제당과 함께 아시안 푸드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슈완스는 작년부터 유통채널에 비비고, 파고다 등 주력 제품을 중심으로 아시안 냉동식품 구역을 별도로 구성한 ‘아시안 데스티네이션’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미국 냉동식품 시장에서 아시안·에스닉 푸드는 MZ세대를 중심으로 큰 관심과 인기를 끌면서 효과는 커졌다. 아시안 데스티네이션을 도입한 점포가 그렇지 않은 점포보다 아시안 냉동식품 매출이 61%p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CJ제일제당은 슈완스와의 협업을 더욱 강화하면서 차세대 핵심제품 발굴에 힘쓰고, 냉동·상온 가정 간편식(HMR)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오는 2025년 미국 내 식품 매출 6조 원을 달성할 계획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슈완스 인수는 외형적인 성장뿐 아니라 두 회사의 차별화된 핵심 경쟁력이 결합된 ‘윈-윈(Win-Win)’ 사례로 의미가 깊다”면서 “CJ제일제당이 보유한 최고 수준의 식품제조 연구개발(R&D) 역량과 노하우와 슈완스 영업력의 시너지를 극대화해 글로벌 최고 식품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희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r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