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 씨가 오랜만에 경영에 복귀했다.
19일 CJ그룹에 따르면 이선호 씨는 지난 18일 부장급인 CJ제일제당 글로벌비즈니스 담당으로 발령받아 출근했다. 2019년 9월 일선 업무에서 물러난 지 1년 4개월 만이다.
이선호 부장이 새로 맡은 글로벌비즈니스 담당은 K-푸드 세계화를 위해 해외 시장을 겨냥한 전략제품을 발굴하고 사업전략을 수립·실행하는 자리다. 미국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해외 경험이 풍부하며 글로벌 신사업 추진에 계속 참여해왔다는 점 때문에 회사 측이 그에게 이번 보직을 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장은 지난해 글로벌 시장 매출 1조 원을 돌파한 ‘비비고만두’를 이을 차세대 K-푸드 발굴과 함께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한 전략적 활동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1990년생인 이 부장은 미국 컬럼비아대 금융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2013년 CJ제일제당에 입사해 바이오사업팀과 식품전략기획 1부장 등을 맡았다. 그는 CJ제일제당이 2018년 미국 냉동식품 전문기업 ‘슈완스 컴퍼니’를 인수했을 때 통합전략(PMI) 작업을 주도하기도 했다.
이 부장의 경영 복귀에, 일각에서는 이재현 회장이 ‘식품’과 ‘미디어’ 부문을 앞세워 경영 승계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게 아니냐는 의견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부장에 앞서 지난해 말 이 회장의 장녀인 이경후 씨가 CJ ENM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CJ그룹 지배구조의 중심 회사는 CJ㈜다. 이 부장, 이 부사장 남매는 현재 CJ㈜의 지분을 각각 2.75%, 1.2% 확보하고 있다. 아버지 이 회장 지분(42.1%)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으로 총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선 추가 지분이 필요하다.
추가 지분을 마련할 명분은 충분하다.
이 부장은 CJ올리브영의 최대 주주로 17.97%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CJ그룹과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은 지난해 CJ올리브영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 대상자로 사모펀드 ‘글랜우드PE’를 낙점하고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는데, 전체 기업가치는 1조 8000억 원으로 평가됐다.
오는 2022년 CJ올리브영이 상장한 이후 기업 가치가 커지면 커질수록 승계 작업은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다.
이 부장이 지난해 말 자신이 보유한 CJ올리브네트웍스의 지분 중 일부를 매각한 것도 그의 경영복귀와 승계작업의 초석이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그가 CJ올리브영 상장 이후 남아있는 CJ올리브네트웍스의 지분을 정리하거나 CJ㈜와의 주식스왑으로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
CJ그룹의 관계자는 “이 부장의 복귀를 CJ그룹의 승계작업과 연결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손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jizz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