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국내 멀티플렉스 업계의 재무 상황이 최악의 상황에 치닫고 있는 가운데, 업계 1위 CJ CGV(이하 CGV)가 생존을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CGV는 지난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2020년 3분기까지 누적 영업적자는 2989억 원, 당기순손실은 4344억 원에 이른다. 특히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1118.31%로 2019년 말(652.62%)보다 465%P가 올랐다.
2020년 3분기 매출(1552억 원)은 직전분기 대비 273.12% 오르고 영업손실(968억 원)도 직전 분기 대비 400억 원가량 줄었지만,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참담한 수준이다. 매출은 68.8%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지난해 신용등급은 A+에서 A―로 두 차례에 걸쳐 하향 조정됐다.
이에 CGV는 3년 이내에 전국 직영점 119개 중 35∼40개를 줄이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몸집 줄이기에 돌입했다. 지난해 전국 8개 지점 운영 중단에 이어 올해 4개 지점의 임시 휴업을 결정했다. 이번에 임시 휴업이 결정된 곳은 안동·청주성안길·대구칠곡·해운대점 등 위탁점 4곳이다. 안동점은 지난 4일부터 무기한으로, 청주성안길은 오는 2월 28일까지, 대구칠곡과 해운대는 오는 31일까지 문을 닫는다.
이외에도 임차료 인하, 탄력 운영제 실시, 비효율 사업에 대한 재검토 등 운영 전반에 관한 내용이 자구책에 포함됐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 해외에 있는 극장들이 속속 영업을 재개했지만 중국과 베트남을 제외하고는 '올스톱'에 가깝다. 터키 법인은 계절적 비수기와 콘텐츠 공백이 겹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인도네시아 법인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각 지방정부의 영업 중단 요청으로 지난해 4월 경부터 극장 운영이 중단되면서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다.
한편 CGV는 생존을 위해 자본 확충 전략에 착수했다. 지난해 하반기에만 약 7000억 원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지난해 7월 2209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고 이후 10월 26일에는 채권 형태로 800억 원의 신종자본 증권(영구채)을 발행했다. 12월 15일에는 2000억 원의 만기 3년짜리 공모 회사채(이자율은 3.80%)도 발행했다.
12월 28일에는 이사회를 열어 지주사 CJ로부터 2000억 원의 신종자본 차입을 결정했다. 차입금은 2019년 기준 자기자본의 75.93% 수준으로, 최초 이자율은 4.55%다. 이자율은 오는 2022년 6.55%로 높아지며 2023년부터는 매년 0.5%포인트씩 가산된다. 차입 기간은 30년이다.
신종자본은 차입금이지만 신종자본 증권과 마찬가지로 재무제표상에서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분류된다. 일반 회사채를 발행할 때보다 높은 이자를 지급해야 하지만, 부채비율의 부담을 덜면서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CGV가 자산 확보에 열을 올린 데에는 매달 내야하는 임대료 부담이 큰 영향을 미쳤다.
최근 코로나19 피해를 본 자영업자들의 임대료를 낮춰주는 정책(착한 임대인 운동)이 공론화되고 있지만, 수혜대상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한정된다.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은 지원 범위(세금액 1억 원 미만)에 들지 않아 각종 수혜 목록에서 배제된 상태다.
이에 지난달 말 한국상영관협회는 “정부는 영화관이 입점한 건물주에게도 임대료 인하 시 세금 혜택을 주는 등 임대료와 관련한 지원책에 영화관을 포함해야 한다”고 의견을 표명했다.
CGV가 조달한 자금 가운데 일부는 2016년 터키 1위 극장 사업자 마르스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며 빌린 자금을 상환하는데 투입할 예정이다. 당시 CGV는 복수의 공동 투자자들과 함께 총 8000억 원을 들여 이 회사를 사들였다. CGV는 메리츠증권 등으로부터 2900억 원을 빌리며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었다.
TRS 계약의 정산 시기는 오는 5월로 CGV가 돌려줘야 할 금액은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약 3500억 원이다. CGV는 향후 투자자와 협의를 거쳐 해당 자금을 조기 상환할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CGV 한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지침상 오후 9시 이후로 극장 문을 닫아야 하다 보니, 매출에 타격을 입고 있다.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는 심정으로 재개봉 특별관을 조성하고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팝콘 주문 배달 등을 선보였지만 위기를 타개하기에는 역부족이다”라면서 “운영 시간대는 축소됐는데 임대료는 그대로라 안타깝다. 임차인의 부담을 덜기 위한 별도의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