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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中 기업의 새로운 투자 허브로 부상…작년 35억 달러 유치

저임금·막대한 보조금·친중 정책으로 중국 기업 대거 진출
EU 관세 회피 위한 현지화 전략…전기차·배터리 분야 집중 투자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2025년 2월 24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의회의 봄 회기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2025년 2월 24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의회의 봄 회기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헝가리가 저렴한 임금과 막대한 보조금, 친중국 정책을 앞세워 유럽 진출을 노리는 중국 기업들의 새로운 투자 허브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10일(현지시각)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와 로듐 그룹 싱크탱크의 공동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유럽 외국인직접투자(FDI) 중 30% 이상인 31억 유로(35억 달러)가 헝가리로 향했다. 이는 프랑스, 독일, 영국의 '빅3'를 합친 것보다 많은 규모다.

이러한 투자의 대부분은 배터리와 전기차(EV) 분야에 집중됐다. 중국 기업들이 유럽 시장으로 확장하면서 가파른 EU 관세를 피하기 위해 생산 현지화를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의 유럽 5대 주요 투자 프로젝트 중 4개가 헝가리의 배터리 또는 전기차 프로젝트였다.

중국 전기차 대기업 비야디(BYD)는 지난달 부다페스트에 새로운 유럽 본사를 개설하고 두 번째 헝가리 공장에서 연말까지 현지 제작 첫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헝가리로의 중국 투자 러시를 상징하는 대표적 사례다.
헝가리가 중국 투자를 대거 유치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 우선 헝가리의 임금은 서유럽보다 훨씬 낮다. 평균 노동비용이 독일의 시간당 39유로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동시에 헝가리는 동유럽 대부분 이웃 국가들과 달리 적절한 인프라와 중국에 우호적인 정부를 제공할 수 있다. 헝가리의 한 중국 기업 소식통은 "루마니아는 산업과 물류에서 경쟁력이 없고, 체코나 폴란드 정부는 중국 기업에 관심이 없다"고 설명했다.

헝가리는 또한 투자 인센티브 제공에 매우 관대했다.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생산업체인 중국 CATL은 2022년 헝가리 동부에 73억 유로를 투자해 두 번째 유럽 공장을 설립했는데, 부다페스트는 세금 공제와 직접 보조금 형태로 8억 유로를 돌려줬다.

또 다른 중국 기업 이브 에너지(EVE Energy)도 2023년 배터리 셀 공장 건설에 13억 유로를 투자하면서 약 3700만 유로의 직접 보조금을 받았다.
빅토르 오르반 총리의 친중국 정책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오르반은 2015년 헝가리가 중국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에 가입한 이래 줄곧 베이징을 위해 레드카펫을 깔아주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는 중국 백신을 받아들인 최초의 유럽 국가였으며, EU가 중국을 비판하는 것을 지속적으로 차단해왔다.

이런 태도는 중국에 대한 여론이 경직되고 있는 브뤼셀과 부다페스트의 관계를 긴장시켰다. 2022년 EU 집행위원회는 헝가리의 코로나 회복 기금을 동결했다. 하지만 분석가들은 이러한 조치가 오히려 부다페스트를 중국으로 더 가깝게 만들었다고 평가한다.

파리 자크 들로르 연구소의 사샤 쿠르티알 연구원은 "오르반은 EU 집행위원회와 대부분 다른 유럽 국가들을 거스른 길을 선택했기 때문에 외국인직접투자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헝가리에 대한 중국 투자는 2012~2021년 연평균 8900만 유로에 불과했지만 2022년 15억 유로로 급증했다. 2022년 말까지 80개 이상의 중국 기업이 헝가리에 투자했으며, 여기에는 여러 주요 전기차 회사와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통신 그룹이 포함됐다.
하지만 헝가리 내에서도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모두 환영하지는 않는다. 2026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적이고 중국에 회의적인 야당 지도자 피터 마자르가 오르반에게 강력한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마자르의 티자당이 오르반의 피데스당을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마자르는 "한 국가는 중국의 차관이나 러시아의 영향에 의존하지 않고 자립할 때 주권적이고 진정으로 독립적일 수 있다"며 중국 투자 의존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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