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11번가와 손을 잡고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발을 디뎠다. 이에 따른 이커머스 시장 판도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16일 SK텔레콤(SKT)은 아마존과 이커머스 협력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지분 참여 약정 방식으로 아마존은 11번가의 기업공개(IPO) 등 한국 시장에서의 사업 성과에 따라 일정 조건이 충족되는 경우 신주인수권리를 부여받는다.
현재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네이버와 쿠팡 양강 체제다. 그 아래로 이베이코리아와 11번가 등이 경쟁하고 있다. 아마존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만큼 아마존과의 협력으로 11번가가 도약할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관건은 11번가가 아마존과 어떤 서비스를 선보이느냐에 달렸다. 구체적인 협력 방안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11번가는 이번 협력으로 아마존 상품을 직접 구매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직구의 경우 이미 11번가와 다른 이커머스에서도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다. 배송 속도, 가격 경쟁력, 고객 대응(CS) 등의 부분에서 혁신을 이루지 않는 이상 메리트를 갖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11번가가 아마존 인기 제품을 직매입해 배송 시간을 줄이는 방법을 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쿠팡 등은 고객 수요를 예측해 제품을 직접 구매해 물류센터에 보관하고 있다가 고객이 주문하면 바로 배송하는 형태로 '총알배송'을 하고 있다.
11번가는 아직 협업 방향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지만, 아마존 상품 직매입 가능성은 미지수다. 11번가는 올해 직매입 사업을 대폭 축소하고 오픈마켓 위주로 전개해왔다. 11번가는 2018년 SK플래닛에서 독립하면서 수익성 개선을 목표로 운영해왔다. 분사 당시 국민연금 등 재무적투자자(F1)로부터 상장을 조건으로 투자 유치에 성공했기 때문에 흑자에 유리한 오픈마켓 집중을 택한 것이다. 11번가가 아마존과 손을 잡으면서 다시 직매입 사업을 본격적으로 꾸릴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렇다 보니 직구 외에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멤버십 협업이다. 11번가는 오는 30일 SKT와 운영해온 유료 멤버십 ‘올프라임’ 서비스를 종료한다. 내년 초 혜택 등을 보강하기 위해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했다. 아마존과 협업을 시작하면서 아마존의 유료 멤버십인 ‘아마존 프라임’과 연계한 서비스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료 배송, 빠른 배송, 할인 혜택, 미디어 콘텐츠 무제한 시청 등을 제공하는 아마존 프라임은 가장 성공적인 유료 멤버십 모델로 꼽힌다. 전 세계 가입자 수도 1억 5000만 명에 이른다.
한 업계 관계자는 “11번가는 SKT와 함께 멤버십을 운영하는 만큼 쇼핑뿐만이 아니라 콘텐츠, 라이프 등 다방면의 혜택을 제공해왔다”면서 “이는 아마존의 멤버십과 유사한 형태를 보이며 두 일부 서비스를 아마존과 연계하면 멤버십 전략에서 차별화를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희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r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