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출연기관과 민간 기업들이 힘을 합쳐 세계적인 수준인 AI 반도체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이번 개발으로 데이터센터 전력 효율이 10배 이상 향상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이를 통해 세계적인 AI 반도체 분야 기술 자립을 위한 발판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와 SK텔레콤 등 민간 기업들은 공동 연구를 통해 고성능 서버와 사물인터넷(IoT) 디바이스에 적용할 수 있는 신경망처리장치(NPU) 기반의 AI 반도체를 개발했다.
NPU는 인간 뇌의 신경망을 모방해 대규모 연산을 동시 처리할 수 있는 AI 프로세서로, 알고리즘 연산에 최적화됐다. 이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AI 반도체는 응용서비스가 필요로 하는 연산을 고성능, 고효율로 실행해준다.
ETRI와 SK텔레콤은 AI 응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등 고성능 서버에 활용가능한 AI 반도체를 개발했다. 현재 AI 연산에 활용되는 반도체는 전력 소모량이 크고 칩 크기가 커 효율적인 생산과 활용에 한계가 있다.
이들은 전력 소모와 제작 비용 등 실용성을 고려해 칩의 크기를 최소화하면서 AI 연산에 최적화된 설계기술을 적용했다. 칩 크기는 동전 크기(17mm x 23mm) 정도로 작아졌고, 1만 6384개에 달하는 다수 연산장치를 고집적해 성능을 극대화했다. 여기에 각 연산장치의 전원을 동작, 차단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적용해 전력소모를 최소화했다.
이 반도체는 초당 40조 번(40TFLOPS)의 연산 데이터 처리를 하면서도 15~40W 수준의 낮은 전력을 소모한다.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 적용시 AI 서비스 관련 전력 효율이 10배 이상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들은 하반기부터 지능형 CCTV, 음성인식 등 서비스하는 SK텔레콤 데이터 센터 적용으로 개발 칩을 실증한 후, 사업화에 나설 계획이다.
아울러 ETRI는 전자부품연구원(KETI), 에프에이리눅스, 넥스트칩, 에이디테크놀로지 등 펩리스기업들과도 사람의 시각처럼 객체를 인식해 지능형CCTV, 드론에 적용할 수 있는 모바일·IoT 디바이스용 사각지능 AI 반도체를 개발했다. 이 칩의 크기는 성인 손톱 크기의 절반 수준(5mm x 5mm)으로 회로 면적을 최소화했다. 아울러 초당 30회의 물체인식이 가능하도록 기존 반도체 대비 10분의 1 이하의 0.5W 전력 사양을 갖췄다.
향후 이들은 하반기부터 영상감시, 정착 분야의 AI 기반 지능형 디바이스 제품화와 연계해 실증을 진행하고, 사업화에 나설 계획이다.
과기정통부는 연구 성과물의 기술 이전(팹리스 등)과 원천 소프트웨어 배포 등을 통해 국내 AI 반도체 생태계의 활성화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 가입, 국내 산·학·연 협력 등을 통해 우리 기술의 국제 표준화에도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AI 반도체는 우리나라가 AI 시대에 ‘ICT 강국을 넘어 AI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기반”이라면서 “독자적인 AI 반도체 개발은 국내 AI·데이터 생태계 혁신을 위한 중요한 도전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최 장관은 이어 “민·관 협력을 통해 ‘AI 반도체 발전 전략’을 수립해 AI 반도체를 미래 혁신성장 동력으로 집중 육성해 나가겠다”면서 “혁신적 설계, 저전력 신소자 등 AI 반도체 핵심기술 투자를 올해 본격화하고, 기억·연산을 통합한 신개념 반도체 기술(PIM) 등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도전적 연구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박수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s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