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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과 신념 다른 상대에게 속마음 솔직히 털어놓는 것은 불가능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178회)] 영화 의 감동과 교훈

한성열 고려대 교수

기사입력 : 2020-02-05 12:42

넷플릭스에서 상영된 영화 '두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프란치스코 교황은 보수와 진보로 대립하고 있는 지금 우리 사회에 진정 필요한 것은 진정한 고백과 속죄와 화해라는 큰 교훈을 주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넷플릭스에서 상영된 영화 '두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프란치스코 교황은 보수와 진보로 대립하고 있는 지금 우리 사회에 진정 필요한 것은 진정한 고백과 속죄와 화해라는 큰 교훈을 주고 있다.
2019년 세밑 극장가에 잔잔하지만 큰 감동을 준 영화가 상영되었다.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의 작품 <두 교황>이다.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차기 프란체스토 교황과의 짧은 만남 동안에 일어나는 일화와 대화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연출한 영화이다. 안소니 홉킨스가 베네틱토 16세로 분해 열연하였고, 조나단 프라이스가 교황 프란체스코 역을 맡아 큰 감동을 주었다. 아름답고 신비스럽기까지 한 바티칸의 내부는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2005년 성 요한 바오르 2세 교황의 승하 후 265대 교황 선출 투표가 진행된다. 강력한 후보 라칭거 추기경과 본인은 원치 않았지만 주변에서 밀어준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이 경합을 벌였고, 결국 라칭거가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된다. 이후 아르헨티나로 돌아온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은 은퇴를 결심하고 은퇴를 허락받기 위해 몇 차례 서신을 보내도 답이 없자 직접 바티칸으로 베네틱토 16세를 방문한다. 마침내 베르고글리오 추기경과 교황 베테틱토 16세가 만났다. 교황은 추기경의 은퇴의사를 무시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자신이 교황직을 사임하고 그가 뒤를 이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밝힌다.
​지난해 말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
'두 교황' 극장가에 잔잔하지만 큰 감동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은 출신배경이나 성격 그리고 교리에서도 너무 다르다. 본명이 요제프 알로이지우스 라칭거(Joseph Aloisius Ratzinger)인 그가 교황으로 선출됐을 당시 나이는 78세의 고령이었다. 베네딕토 16세는 극적인 카리스마는 없지만 명석하고 신념이 강한 학자이며 유능한 행정가이자, 일곱 개의 명예박사학위와 모국어인 독일어뿐만 아니라 10개국 언어로 소통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난 능력을 갖춘 인물이다. 사람들로부터 ‘21세기 최고의 신학자이며 유럽의 최고 지성’으로 칭송을 받고 있다. 부드러운 음성의 내성적인 사색가이며 모차르트와 바흐의 곡을 즐겨 연주하는 수준급의 피아니스트이기도 하다.

교황이 되기 전 바티칸의 신앙교리성 장관에 재임하는 동안 라칭거 추기경은 산아제한, 동성애, 종교 다원주의와 같은 문제에 대해서 교회의 교리를 옹호하였다. 또 해방신학의 마르크스주의와 미움과 폭력을 독려하는 성향에 대해 두 차례나 비난하면서 남아메리카의 노골적인 해방신학자들에게 반대하는 법안을 제정하는 등 보수주의자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그리하여 많은 해방신학자의 활동이 중지되거나 파문 조치가 내려졌다. 이런 보수주의자로서의 면모는 교황으로 선출된 후에도 일관되게 유지되었다.

대조적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은 천주교 역사상 최초의 아메리카 대륙 출신 교황이면서, 동시에 최초의 예수회 출신 교황이다. 그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태생으로 화공학자와 나이트클럽 경비원으로 잠시 일하다가 신학교에 입학하여 신학생이 된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항상 검소함과 겸손함을 잃지 않고 있으며, 사회적 소수자들, 특히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관용을 촉구하며, 여러 가지 다양한 배경과 신념, 신앙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소통이 오갈 수 있도록 대화를 강조하는 데 헌신적인 노력을 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공식적으로는 낙태, 피임, 동성애 등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동성애를 죄로 규정하는 교회의 전통적인 가르침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동성애자들을 사회적으로 소외시키거나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는 등 베네틱토 16세와 비교하면 상당히 진보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가톨릭 신자가 아닌 필자는 이 영화에 나오는 대립되는 보수와 진보의 교리 자체에 대해서는 깊은 지식이 없고, 큰 관심도 없다. 심리학을 공부하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가톨릭이라는 거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종교의 최고위직 성직자인 교황들이 자신과 다른 이념을 가지고 있는 상대를 대하는 자세와 누구에게도 쉽게 털어놓을 수 없었던 속마음을 꺼내고 그 마음의 짐에서 벗어나도록 서로 도와주는 공감과 배려의 자세가 감동을 준다.

​교황과 다른 신념 가기고 있는 상대에
도와주는 공감과 배려의 자세에 감동

두 교황은 자신이 과거에 겪었던 아픈 마음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먼저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신이 젊었을 때 겪었던 가슴 아픈 사연을 고백하면서 자신은 교황이 될 자격이 없다고 사양한다. 아르헨티나의 군부독재 시절 당시 예수회 총장이었던 그가 사실 여부를 떠나 군사정권에 저항하다 납치돼 고문당한 예수회 소속 신부들의 체포와 납치를 묵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사실을 고백했다. 그 후 한 신부와는 화해를 했지만, 또 한 신부와는 결국 화해를 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을 고백한다.
또한 베네딕토 16세도 신부들이 어린이들을 성추행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이를 공개하지 않고 묵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또한 바티칸의 재정문제 등으로 죄책감을 느끼고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동시에 교황의 직무를 수행할 자신의 능력과 믿음에 대해 심한 회의를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고백하면서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에게 고해성사를 받기까지 한다.

일반인들도 자신의 속마음을 남에게 꺼내 보이는 것은 쉽지 않다. 더구나 자신과 출신배경과 이념이 다른 사람에게 고백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종교지도자들은 말한 것도 없다. 하지만 세계적인 거대 종교의 최고위 성직자들이 개인적인 괴로움과 죄책감을 상대방에게 고백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일 터이다. 더군다나 자신과 이념을 달리하는 상대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솔직히 꺼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두 교황은 서로를 믿고 자신을 개방하는 용기를 보여주고 있다. 베네딕토 16세가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에게 고백한다. "젊었을 때는 주님이 내게 무엇을 원하는지 늘 알았소. 하지만 지금은 모르겠소. 영적인 보청기가 필요한 것 같소." 군대에 버금가는 위계를 유지하는 가톨릭에서 교황이 하위직급인 추기경에게 ‘영적인 보청기가 필요하다’고 고백하는 것은 보통 용기 있는 일이 아니다.

다음으로는 서로 상대방의 실수와 고통에 대해 공감해주고 따듯하게 위로해준다. 서로 질시하고 반목하는 것은 일반인들이나 종교계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간간히 폭로되는 종교계의 부끄러운 실상은 성직자나 일반인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허탈한 마음을 갖게 해준다. 하지만 교황과 추기경과의 관계는 이런 일반적인 면모를 뛰어넘는 모습니다. 서로 상대방을 위로해주고 격려해주는 모습은 큰 감동을 준다. 베네틱토 6세는 자괴감과 죄책감에 시달리는 추기경에게 애정어린 충고를 해준다. "우리는 신이 아니오. 신과 함께 살지만 신이 아니오. 하지만 그 분이 계시니 형제님 자신이 설교하는 자비를 믿으세요."

이런 두 분의 친분관계가 마음속에서 진정으로 우러나온 것이라는 것은 지난해 10월 프란치스코 교황과 새로 임명된 13명의 추기경을 접견한 자리에서 92세인 전임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보수 가톨릭계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는 현 프란치스코 교황을 지지해달라고 호소하는 모습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자신의 속마음을 고백하고 용서를 받은 베네딕토 16세는 삶의 방식까지 바뀐다. 항상 고독하게 지내고 대중을 멀리한 그는 이제는 바티칸을 방문한 여행객들과 어울리며 같이 사진도 찍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 경호원을 놀라게 한다.

보수와 진보가 크게 대립하면서 개인과 사회의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 <두 교황>은 지금 우리 사회에 진정 필요한 것은 진정한 고백과 속죄와 화해라는 큰 교훈을 주고 있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
한성열 고려대 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 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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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열 고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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