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합산규제가 일몰된 지 1년이 지났지만, 국회 파행으로 아직 후속조치가 요원하다. 이에 KT와 딜라이브의 인수합병이 아직 향방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KT-딜라이브의 인수합병(M&A)도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료방송 시장 규제가 '합산규제'보다는 ‘사후규제’ 등 대안을 선택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고 규제 일몰 후 유료방송 사업자 간 M&A가 활발히 이뤄지는 시장상황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과기정보통신부도 이에 관련, 규제를 완화해 주려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KT 역시 지상파와의 관계 정상화를 통해 콘텐츠 보강에 나서는 등 유료방송 시장 강화를 위한 행보에 나섰다. 딜라이브는 채권단으로부터 7월 만기를 앞둔 채무 납기일 연장받으며 매각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 KT-딜라이브 발목 잡는 ‘유료방송 합산규제’
'유료방송 합산규제'란 위성방송, 케이블TV, IP TV 사업을 ‘유료방송’으로 묶고, 한 개 사업자가 전체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의 33.33% 이상 넘지 못하게 하는 규제를 말한다. 이 규제는 지난 2015년 6월에 3년 일몰 법안으로 발효돼 지난해 6월 27일 일몰됐다. 법안 발효 당시만 해도 국회는 “규제가 일몰되기 전에 사후 법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여야간 합의가 불발되고 국회 정상화가 계속 지연되며 현재에 이르렀다. 이는 딜라이브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KT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만약 국회에서 일몰된 합산규제를 다시 부활하겠다고 결정할 경우, KT의 딜라이브 인수는 물거품이 된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 KT·KT스카이라이프 합산 가입자 수는 1010만명으로, 전체 유료방송 시장의 31.07%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하반기 종합유선방송(SO)사업자 딜라이브의 시장 점유율은 전체의 6.29%다. 두 기업이 합쳐지면 37.36%으로, 합산규제의 33% 상한선을 넘어서게 된다.
국회는 지난해 말부터 합산규제 재도입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논의를 시도해 왔다. 지난 1월부터 국회는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소위)를 열고 합산규제 재도입을 논의했으나 여야 간 이견이 발생하고, 정부 측에 일몰된 법안을 대신할 규제 개선 방안을 요청하면서 결정이 미뤄졌다. 이후 여야 관계 경색으로 국회 파행이 장기화되며 소위 개최 시기는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7일 국회관계자는 “국회 정상화 자체가 언제 될지 가늠이 되지 않다 보니 간사간 협의 일정도 잡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합산규제 부활 가능성 낮아…업계 이미 사업자간 뭉치기 행보
다만, 합산규제가 부활할 가능성이 크지는 않아 보인다. 유료방송의 전반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에서도 유료방송 시장 재편에 긍정적인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국회 과방위도 합산규제 재도입 여부 결정 이전에 정부 측에 ‘사후규제 방안’을 제안하는 등 이미 일몰된 합산규제는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게다가 이미 지난해 법안이 일몰된 이후 유료방송 시장은 이통사들을 포함한 시장 상위권 사업자들을 중심으로 ‘합종연횡’하는 모양새다.
지난 2월 SKT는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태광산업의 티브로드를 인수합병하기 위해 양해각서(MOU)를 교환한 데 이어 지난달 과기정통부에 M&A 인가 신청을 접수했다. LG유플러스 역시 지난 2월 CJ헬로의 지분 50%와 1주를 80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하고,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를 진행 중이다. 이 기업들의 M&A가 순탄하게 진행되면 SKT+티브로드 점유율은 23.92%, LG유플러스+CJ헬로는 24.54%가 된다. KT와 KT스카이라이프의 현재 점유율 31.07%에 아직 못 미치지만, 기존 대비 격차를 크게 줄이게 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합산규제가 ‘사후 규제’ 등을 통해 대체될 경우 이 같은 유료방송 사업자들 간 M&A가 추가로 이뤄질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 KT딜라이브, 콘텐츠 강화·채무 만기일 연장 등 인수합병 대기 중
딜라이브 인수에 대해 KT관계자는 “국회에서 합산규제 부활 여부에 대한 결론이 나질 않으니 현재는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그러나 다른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합산규제 결론이 나질 않아 드러내진 않지만, KT가 인수를 위한 물밑작업을 이미 한창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딜라이브는 다음달 7월 만기를 앞둔 1조4000억 원 규모의 채무에 대해 채권단과 만기일 연장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6년 7월 현재 딜라이브의 대주주인 국민유선방송투자(KCI)는 딜라이브 인수 과정에서 채권단에게 2조2000억 원 규모의 인수 자금을 빌렸다. 이 중 8000억 원을 출자전환 했고, 남은 1조 4000억 원이 남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딜라이브가 어차피 KT에 매각을 목표로 하는 만큼 채권단에서도 기업 부도보다는 정상 기업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KT는 최근 지상파와의 관계 회복에 나서며 자사 인터넷방송(OTT) 플랫폼에 지상파 방송국들의 콘텐츠들을 확보하는 등 유료방송 시장에서의 영향력 강화를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KT 관계자는 “최근 KBS와 콘텐츠 제공에 합의해 올레tv 모바일에서 지상파 3사의 VOD 콘텐츠를 송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KT를 제외한 SKT, LG유플러스는 인수합병과 콘텐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SKT는 최근 지상파3사 연합 OTT 플랫폼인 푹(POOQ)과 통합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이통사 중 유일하게 넷플릭스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다. KT는 이번 지상파 VOD 서비스를 시작으로 향후에는 실시간 콘텐츠도 확보할 계획이다. 또 딜라이브는 현재 넷플릭스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다. 딜라이브 인수를 통해 유료방송에서의 점유율 확장과 더불어 넷플릭스 콘텐츠 확보 연계 가능성까지 보인다.
박수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s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