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이코노믹 표진수 기자] '이통 3사는 연이어 저가 요금제를 내놓고, 신규 가입 고객보다 이탈 고객이 더 많고...'
알뜰폰업계가 적자 누적에 경쟁력 하락이라는 이중고(二重苦)에 빠져 신음하고 있다. 최근 들어 이동통신 3사가 정부 정책에 따라 저가 요금제를 내놓으면서 가뜩이나 적자에 시달리는 알뜰폰 사업자들이 더 힘들어졌다.
22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올 1~9월 알뜰폰에서 이동통신 3사로 번호이동을 한 가입자는 49만4345명에 이른다. 반면 이동통신 3사에서 알뜰폰으로 이동한 가입자는 44만2282명이다. 이동통신 3사에 5만여 가입자나 뺏긴 것이다.
이처럼 알뜰폰 가입자가 감소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통신비 인하 정책에 이동통신 3사가 적극 호응해 연이은 저가 요금제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최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가 출시한 저가 요금제는 월 3만3000원 요금제에 데이터 1~1.3GB를 제공하고 여기에 25% 선택약정 요금할인을 적용해 월 2만4000원대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월 2만원대 데이터 1GB를 제공하는 내용을 담은 정부의 보편요금제에 준한다.
KTOA는 "이처럼 이동통신 3사가 3만원대 요금제에서 데이터 제공량을 대폭 늘리면서 중저가 요금제와 알뜰폰 상품의 주요 공략층이 겹치자 상당수의 소비자가 이동통신 3사로 옮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여파로 알뜰폰 업계의 누적 손실도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서 알뜰폰 업체의 망 도매대가를 추가로 인하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긴 했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올해에도 200억원이 넘는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알뜰폰 업계의 적자는 지난해 264억원을 포함, 지난 6년간 누적액만도 무려 35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정부는 물론 국정감사장에서도 알뜰폰에 대한 관심은 부각되지 않고 있다. 지난 8월 바른정당 오세정 의원이 알뜰폰 도매대가 산정방식 개선, 동일망 사용하는 이동통신사-알뜰폰 간 결합할인상품 제공 등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이와 관련한 논의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한국 알뜰통신사업자 협회 관계자는 "정부의 보편요금제 도입에 알뜰폰 업계의 상황이 모호해졌다"면서 "이동통신 3사의 요금제를 알뜰폰 업계에서 도매로 제공받아 판매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기대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표진수 기자 vyvy@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