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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트럼프 관세 효과' 부풀리기...대미 투자·제조업 일자리 감소 '역풍' 감춰

주요 기업들, 관세 불확실성으로 투자 취소·보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사진)에게  압력을 가해 대미 투자 확대를 유도하려고 했으나 애플은 최근 인도 공장 신설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사진)에게 압력을 가해 대미 투자 확대를 유도하려고 했으나 애플은 최근 인도 공장 신설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정책으로 외국 기업의 대미 투자를 유도하려고 했으나 실제로 그런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미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가 1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미국의 주요 도시와 주에 따르면 미국의 관세를 피하려는 대미 투자 붐은 최소한 아직 일어나지 않고 있으며,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이 오락가락함에 따라 대미 투자를 보류하거나 관망하는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이 매체가 전했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대변인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올해 1분기에 국내 총투자가 22%가량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폴리티코는 “백악관이 제시한 수치는 관세 정책이 시행되기 이전에 이뤄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기업들이 수시로 투자 계획을 바꾸거나 시행을 보류하고 있어 관세가 기업들의 투자에 미친 영향을 계량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이 매체가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0년 사이에 가장 높은 수준의 관세를 수입품에 부과하면 미국과 외국 기업들이 생산 시설을 다시 미국으로 이전하는 제조업의 ‘리쇼어링’이 촉진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악관은 미국과 외국 기업들의 수십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대미 투자 확대 계획을 강조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기대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역사상 그 누구도 보지 못했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대미 투자 실적을 내세웠다. 그는 집권 2기 출범 이후 현재까지 12조 달러에 이르는 투자 유치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중동 3개국 순방의 마지막 방문국인 UAE를 찾은 계기에 투자 유치 등 2000억 달러(약 280조원) 규모의 상업 거래 성과를 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백악관은 주요 기업들의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대미 투자 계획, 양해각서 체결 등을 내세웠다. 그러나 백악관은 관세를 피하려는 대미 투자를 특정하지 않음으로써 ‘트럼프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고 폴리티코가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관세 정책을 시행하기 이전에 이뤄진 대미 투자 계획이 백악관의 ‘관세 실적’에 포함돼 있다고 이 매체가 짚었다. 또 기존 투자가 신규 투자로 둔갑하는 등 대미 투자 내용이 부풀려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기업인 행사에서 “팀 쿡(애플 CEO)과 약간 문제가 있었다”며 인도에 생산 기지를 신설하려는 쿡 CEO를 비판했다. 애플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자 중국에 대한 생산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베트남·인도 등 다른 지역으로 생산 거점을 늘리려고 한다.

애플은 향후 수년간 글로벌 아이폰 생산량 중 25%가량을 인도에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올해 1분기 기준 미국에서 판매된 아이폰의 절반 이상이 인도에서 조립됐고, 2분기에는 그 비중이 더 커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해외에 생산기지를 둔 자국 기업의 리쇼어링을 유도하고 있으나 애플은 미국 대신 인도와 베트남을 생산기지로 택했다.

애플은 미국 텍사스에 인공지능(AI) 서버 공장을 신설하고 향후 4년간 5000억 달러(약 700조원)를 미국에 투자하겠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미국 내 새로운 사업 확장이 아니라 기존 사업을 연장한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적했다.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는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인다. 혼다·스텔란티스 등이 미국으로 공장 이전 계획을 밝혔으나 미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자동차 제조업 분야 일자리가 지난해 이후 20.8%가 감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 자동차에 대한 25%의 품목별 관세를 부과한 올해 3월과 4월 사이에 자동차 제조업 일자리가 4.7% 줄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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