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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美 제재에도 '차이나 AI' 정조준...상하이 R&D 허브 세운다

미 수출 통제 뚫려 현지 맞춤형 칩 개발…500억 달러 시장 입지 강화
젠슨 황 CEO 방중 후 급물살... 상하이시 세제·부지 혜택 제시
2025년 3월 1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SAP 센터에서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이 엔비디아 GPU 테크놀로지 컨퍼런스(GTC)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5년 3월 1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SAP 센터에서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이 엔비디아 GPU 테크놀로지 컨퍼런스(GTC)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의 강력한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속에서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려 상하이에 연구 개발(R&D) 센터 터를 찾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의 제재로 매출에 타격을 입었어도 중국 시장이 전략적으로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18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 로이터통신, 노트북체크 등 외신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상하이에 새 사무 공간을 빌려 칩 검증, 제품 쓰임새 좋게 하기, 자율 주행 연구처럼 특정 분야 연구에 힘쓰는 R&D 허브를 운영할 계획이다.

이 일을 잘 아는 소식통 세 명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2025년 초부터 상하이 안에서 터를 찾기 시작했으며, 특히 민항구와 쉬후이구를 깊이 살펴보고 있다.

◇ 젠슨 황 CEO 방중, R&D 센터 추진 탄력


이번 상하이 R&D 센터 추진 움직임은 지난달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갑자기 중국을 찾은 뒤 더욱 힘을 받았다. 4월 방중 기간 중 황 CEO는 공청(龔正) 상하이시 시장으로부터 프로젝트에 대한 원칙적인 지지를 확보했으며, 시장은 세금 감면 및 행정 절차 간소화를 제안했다. 두 소식통은 황 CEO가 중국을 다녀온 것이 프로젝트 진행에 영향을 주었다고 전했다. 황 CEO는 줄곧 중국 시장이 엔비디아 성장에 핵심 요소라고 강조해왔다.

황 CEO가 중국을 찾은 것은 미국 정부가 중국으로의 H20 칩 선적에 새로운 제재를 밝힌 바로 뒤였다. 지금 H20는 이 회사가 중국에서 법대로 팔 수 있는 유일한 인공지능 칩이다. 황 CEO는 중국에 있는 동안 허리펑(何立峰) 부총리, 공청 상하이 시장 같은 중국 고위 인사들을 만났다.

◇ 현지 R&D, 설계 아닌 검증·최적화 초점


계획에 밝은 관계자들은 상하이에 세워질 팀이 중국 안에서 그래픽 처리 장치(GPU)를 설계하거나 고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 대신 엔지니어들은 칩 설계를 살피고, 지금 제품을 쓰임새 좋게 만들며, 자율 주행 연구처럼 특정 부문 작업을 수행할 예정이다. 핵심 지적 재산권 개발은 미국 수출 통제 규칙을 어기지 않도록 중국 바깥에서 이루어진다.

미국 정부는 2022년부터 엔비디아의 가장 뛰어난 인공지능 프로세서에 대해 수출 허가를 받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런 제한으로 지난 회계연도에 회사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전 규제 도입 전 26%에서 13%로 줄었다. 엔비디아는 이에 맞서 여러 칩의 낮은 사양 버전을 만들었다. 이런 방식은 미국 관리 일부에게서 비판을 받기도 했다.

◇ 수정 H20 칩 7월 출시...블랙웰 기반 칩도 개발


가장 최근 조치로 회사는 중국의 주요 클라우드 서비스 회사들에게 고친 H20 가속기를 7월에 내놓겠다고 알렸다. 기억 용량과 성능은 강화된 미국의 기준에 맞게 축소될 예정이다. 똑같은 제한을 채우는 블랙웰 기반 부품 또한 만들고 있지만, 출하를 위해서는 미국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로이터는 이달 초, 엔비디아가 화웨이 같은 현지 경쟁 회사들에게 빼앗긴 시장 점유율을 되찾고 중국 안에서 매출 부진을 넘어서려고 앞으로 두 달 안에 중국 시장 맞춤형으로 성능을 낮춘 버전의 H20 칩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 500억 달러 中 AI 시장 사수 총력


중국 시장은 엔비디아에게 상당한 매출 비중을 차지한다. 1월 26일 마감된 바로 전 회계연도 기준으로 중국은 엔비디아 전체 매출 13%인 170억 달러(약 23조7235억 원) 매출을 기록했다.
상하이 지방 정부는 엔비디아의 R&D 센터를 데려오려고 적극적인 모습이다. 두 소식통은 상하이시가 세금 덜어주기 같은 여러 좋은 조건을 주겠다고 밝혔으며, 한 소식통은 R&D 센터를 세우려고 상당한 크기의 땅을 주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상하이는 테슬라 같은 주요 외국 기업들이 많이 들어와 있는 중국 최대의 외국 기업 중심지다.

엔비디아는 이번 상하이 R&D 센터 추진 계획에 대해 공식 답을 내놓지 않았다. 상하이 시 정부 역시 의견을 말해달라는 요청에 바로 답하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들은 계획이 아직 알려지지 않았기에 신원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했다.

황 CEO는 중국을 다녀온 뒤 CNBC와 이야기하며 중국의 인공지능 시장이 앞으로 2~3년 안에 약 500억 달러(약 69조7750억 원)에 이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또한 화웨이와의 경쟁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이처럼 빨리 자라는 시장에서 빠지면 엔비디아에게 '큰 손실'이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미국의 H20 칩 대중국 판매 제한 조치가 있기 전인 2월 실적 발표에서 엔비디아 경영진은 대중국 매출이 미국 수출 통제 이전보다 절반 정도라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중국에 약 4000명 직원을 두고 있으며, 이 중 약 절반이 상하이에서 일한다. 추가 사무 공간은 지금 직원들과 앞으로 뽑을 사람들을 받아들여, 민감한 칩 설계 일을 해외로 옮기지 않고도 현지 R&D를 더 강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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