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P 소멸시키고 폐업하려 했다"…당시 극비 계획 전말 공개
상장 폐지 딛고 NCAA 유니폼 안착…'범죄 낙인'서 '공공 신뢰' 자산으로
연준 마스터 계좌 뚫고 제도권 심장부 진입 노린다…남은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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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회사 정리하고 XRP 주주 분배 고려했다"…갈링하우스의 고백
12일(현지시각) 암호화폐 전문매체 타임스 타블로이드에 따르면 최근 캔자스 대학교 강연에 나선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020년 12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소송을 제기했을 당시 회사가 입었던 치명적인 타격을 처음으로 고백했다.
당시 SEC는 리플이 XRP를 미등록 증권으로 판매했다며 제소했고, 직후 코인베이스를 비롯한 미국 주요 거래소들은 서둘러 XRP를 상장 폐지했다. 가격은 폭락했고 시장에서는 "가치가 0이 되기 전에 매도하라"는 경고가 쏟아졌다.
갈링하우스 CEO는 "SEC의 제소 당시 회사는 거의 폐업 직전의 한계 상황이었다"라며 "당시 리플이 보유한 모든 XRP 토큰을 주주들에게 넘겨주고 법인 자체를 정리함으로써 SEC가 소송을 이어갈 근거를 의도적으로 없애는 방안까지 검토했다"고 밝혔다. 막강한 자원과 권력을 가진 정부 기관과의 싸움에서 생존을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슈워츠 최고기술책임(CTO) 역시 당시 회사 변호인단으로부터 "리플은 끝났으니 당장 합의해야 한다"는 극심한 압박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특히 SEC가 개인이 아닌 갈링하우스와 공동 창업자 크리스 라슨을 직접 기소한 것은 회사를 빠르게 굴복시키기 위한 의도적인 전략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리플이 사투를 선택한 것은 수백 명의 직원 일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과 함께, 소송 자체가 불공정하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갈링하우스 CEO는 소송 전 SEC 관계자들을 여러 차례 만나 기술을 설명했으나 그 누구도 증권법 위반 가능성을 경고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결국 리플은 4년간 약 1억 5,000만 달러라는 막대한 소송 비용을 쏟아부으며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법적 불확실성 해소…상장 폐지 자산에서 명문대 유니폼으로
사투의 결과는 대반전이었다. 2023년 아날리사 토레스 뉴욕지방법원 판사는 "XRP 토큰 자체는 증권이 아니다"라고 판결하며 리플의 손을 들어줬다. 이어 2025년 SEC가 항소를 최종 포기하면서 길었던 법정 공방은 막을 내렸다. 리플은 당초 SEC가 요구했던 20억 달러의 극히 일부인 5,000만 달러 안팎의 벌금을 내는 것으로 사태를 종결 지었다. 법적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자, 기관 투자자들의 의구심도 사라졌다.
이러한 부활의 상징적인 사건이 이번 주 갈링하우스 CEO의 모교인 캔자스 대학교에서 연출됐다. 미국 대학스포츠협회(NCAA) 디비전 I 프로그램의 기업 로고 착용 허용에 따라, 캔자스 제이호크스(Kansas Jayhawks)의 유니폼에 XRP 로고 패치가 부착되는 5년 계약이 체결된 것이다. 가상자산이 미국 주요 대학 스포츠팀 유니폼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보수적인 대학 사회가 브랜드 이미지를 걸고 XRP 로고를 수락했다는 것은, 이 자산이 과거 '퇴출 대상'에서 이제는 공공기관이 신뢰하고 지지하는 주류 자산으로 체급이 바뀌었음을 증명하는 방증이다.
국가 신탁 은행 승인 완료…연준 마스터 계좌 뚫을까
법적 족쇄를 푼 리플의 시선은 이제 미국 연방 정부의 금융 시스템 직접 연결로 향하고 있다.
리플은 이미 연방 규정에 따라 고객 자금을 수탁·관리할 수 있는 국가 신탁 은행(National Trust Bank) 운영에 대한 조건부 승인을 획득했다. 시중 은행을 거치지 않고 독자적으로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이에 더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마스터 계좌(Master Account) 개설까지 추진 중이다.
현재 리플이 국경 간 결제를 처리할 때는 연준 결제 시스템과 리플 네트워크 사이에 시중 은행이라는 중간 단계가 필요해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만약 연준 마스터 계좌가 승인되면 대형 시중 은행들과 동일하게 연준 시스템에 직접 연결되어 중간 비용을 제로(0)에 가깝게 줄일 수 있다. 리플이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인 RLUSD의 시가총액이 이미 16억 달러를 돌파한 점도 이러한 대형 금융 생태계 확장의 일환이다.
물론 과제도 남아 있다. 연준이 가상자산 관련 특수 계좌 승인 결정을 잠정 보류한 상태인 데다,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을 비롯한 워싱턴 정계 일부의 규제 압박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또한 XRP 토큰 자체의 유용성에 대한 냉정한 시각도 존재한다. XRP는 이종 통화 간 송금을 연결하는 '브릿지 자산'으로 활용되는데, 건당 거래 시간이 4초 미만이고 수수료가 극히 낮아 기관들이 대규모로 XRP를 장기 보유할 유인이 적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년 전 규제를 피해 자산을 소멸시키려 했던 리플이, 이제는 연준의 심장부로 진입해 전통 금융 시스템의 영구적인 톱니바퀴가 되기 위한 여정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가상자산 시장의 역사적 이정표다.
이인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