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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이 가른 수익률"...환노출형 미국 ETF, 환헤지형 수익률 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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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프=정준범 기자
'킹달러' 흐름이 지속되면서 환율 대응 전략이 미국 ETF 투자 성과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최근 한 달간 원·달러 환율이 1450원 선에서 등락하는 동안, 환노출형 ETF 수익률이 환헤지형을 두 배 이상 앞지르는 현상이 나타났다. 주가 상승에 환차익이 더해지면서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14일부터 11월 14일까지 국내 상장 주요 미국 ETF 대부분에서 환노출형이 환헤지형을 크게 앞섰다. 대표 상품인 'TIGER 미국S&P500'의 환노출형 수익률은 3.53%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환헤지형 'TIGER 미국S&P500(H)'는 1.60%로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KODEX 미국S&P500'도 환노출형 3.31%, 환헤지형 1.46%로 유사한 패턴을 보였다.

환노출형 ETF는 환율 변동을 그대로 반영하는 구조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달러 표시 자산의 원화 가치가 함께 높아지면서 환차익이 발생한다. 반면 환헤지형은 선물환 계약 등을 통해 환율을 미리 고정하기 때문에 주가 변동만 수익률에 반영된다.
나스닥100 추종 ETF 역시 마찬가지였다. 'TIGER 미국나스닥100'은 환노출형 3.45%, 환헤지형 1.38%를 기록했고, 'KODEX 미국나스닥100'도 각각 3.29%와 1.35%로 두 배 이상 격차를 보였다. 기술주 중심 지수가 안정적으로 상승한 가운데 환율 효과가 더해진 결과다.

채권 ETF에서는 격차가 더욱 극명했다. 'ACE 미국10년국채액티브'의 환노출형은 1.13% 올랐지만, 환헤지형은 –0.73%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같은 자산에 투자하면서도 환율 영향만으로 수익 방향이 완전히 갈린 셈이다. 미국 국채 금리가 높은 변동성을 보이는 상황에서 환율이 최종 성과를 결정하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환노출 전략, 당분간 유효할 듯


시장에서는 강달러 기조가 단기간에 꺾이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 금리가 고점 근처에서 장기 유지되는 가운데,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겹치면서 원화 약세 압력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도 달러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식과 환율이 동시에 상승하는 현재 국면에서는 환노출 전략이 더 유리하다고 진단한다. 한 자산운용사 ETF 운용 책임자는 "환율이 조정되면 국내 증시도 함께 눌릴 가능성이 커 지금은 굳이 환헤지 비중을 늘릴 필요가 없다"며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감안하면 아직은 환노출 전략이 유리한 국면"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미 금리 차로 인한 환헤지 비용 부담도 환노출형의 상대적 우위를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환헤지형 ETF는 선물환 계약을 주기적으로 갱신하면서 헤지 비용이 발생하는데, 양국 간 금리 차이가 클수록 이 비용이 커진다. 투자 기간이 길어질수록 누적 효과가 커지면서 환노출형과의 수익률 격차가 벌어지게 된다.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투자자는 환율이 장기 성과를 결정짓는 요소가 아니라고 보고 환노출형 상품을 유지한다"며 "장기 투자 관점에서는 헤지 비용 부담을 피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변동성 시대, 혼합 전략 필요


다만 전문가들은 환율 변동성이 커진 만큼 포트폴리오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한다. 환노출형과 환헤지형을 적절히 배분하면 환율 변동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상승장에서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강달러 국면에서는 환노출형이 유리하지만, 향후 정책 변화나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시에는 헤지형이 방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 기간과 목적에 따라 전략을 달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장기 투자자라면 환노출형 비중을 높이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가 성장하고 달러가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한다는 전제하에서는 환차익을 포기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 단기 트레이딩이나 변동성이 큰 시기에는 환헤지형 비중을 늘려 안정성을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연말이나 연초처럼 환율 변동성이 커지는 시기에는 헤지형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 현명하다.


정준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jb@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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