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5월 국내 ETF 순자산총액은 199조8788억 원으로 집계됐다. 200조까지 단 1211억 원 남았다.
지난 2023년 5월 30일 ETF 시장의 순자산은 95조8327억 원에서 2년만에 2배 넘게 성장 한 것이다. 상장 종목도 712개 종목에서 지난달 30일 기준 989개 종목으로 277개 종목이 늘어나면서 1000개 종목 달성까지 단 11개 남았다.
한편 신한자산운용은 기존 1조3112억 원에서 7조7266억 원으로 453.91%(5조9555억 원) 증가해 5대 운용사 가운데 순자산총액 증가율이 가장 돋보였다. 한국투자신탁운용도 기존 4조3147억 원에서 16조1856억 원으로 275.13%(11조8709억 원) 증가해 성장률 2위를 기록했다.
업계 1·2위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도 몸집을 키웠다. 같은 기간 각각 37조7083억 원, 31조9690억 원 불어난 77조2251억 원, 67조894억 원으로 집계됐다.
두 운용사의 순자산을 합치면 144조3145억 원으로 전체 운용사 시가총액의 72.20%나 차지할 만큼 압도적이다.
성과 침체로 인기가 꺾인 공모펀드의 대체재로 등장한 ETF는 코로나19 이후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쏠리며 빠른 성장을 이어갔다. ETF는 펀드를 주식처럼 실시간 매매할 수 있고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특성 때문에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것이 주요 장점이다.
투자 포트폴리오의 내용이 매일 투명하게 공개된다는 점도 개인 투자자들을 이끄는 핵심 요인이다.
지난 2023년 5월 31일부터 지난 5월 30일 까지 ETF시장에서 개인 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는 각각 32조2836억 원, 3조2926억 원 사들이며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반면 기관은 37조751억 원 팔아치웠다.
올해 들어 ETF 수익률 상위권은 △PLUS K방산(121.78%) △TIGER K방산&우주(112.97%) △PLUS 한화그룹주(102.17%) △SOL K방산(91.57%) △PLUS 우주항공&UAM(63.45%) 순이였다. 이들은 트럼프의 상반기 정책 수혜를 톡톡히 받은 종목들로 꼽힌다.
하위권은 △'TIGER 2차전지TOP10 레버리지'(41.57%), △'KODEX 2차전지산업레버리지'(38.92%) 등 2차전지 관련 종목이 부진했다.
운용사들이 재빠르게 투자자 수요에 맞춰 ETF를 내놓고 경쟁에 뛰어들자 ETF 시장은 변화하면서 액티브 ETF 비중이 늘어났다. 액티브 ETF는 패시브 ETF에 비해 운용역이 개별 투자 판단에 의해 포트폴리오를 기초지수에 벗어나 운용한다. 분산투자를 하는 ETF에 초과수익을 위한 운용 전략을 더한 셈이다.
이외 변동성이 커지는 시장에 맞춰 대표지수가 아닌 특정 부문에 투자하는 테마 ETF와 파생형 ETF도 인기를 끌었다. 최근엔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자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내는 월배당을 선호하는 투자자가 많아졌다.
올해는 주가가 떨어질 때 손실을 줄여주는 버퍼형 신상품도 출시됐다. 하락장에서 풋옵션을 활용해 손실을 최대 10%까지 방어하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S&P500버퍼3월액티브'가 대표 상품이다.
하지만 장 성장의 이면에는 그늘도 존재한다. 특정 종목이나 테마가 시장 관심을 끌면 여러 운용사가 비슷한 시기에 유사한 상품을 쏟아내는 ‘붕어빵 ETF’ 현상이 대표적이다. 자산운용업계가 비슷한 콘셉트의 ETF를 찍어내듯 선보이는 ‘물량 공세’에 집중하며 상품의 성과와 안정성 측면에서 차별화된 상품이 나오기 어려운 기류가 형성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자산운용사들이 시장 점유율 확보 경쟁에 치중하며 ‘좀비 ETF’도 쏟아졌다. 기관이 핵심 고객층이던 공모펀드와 달리 ETF 시장에서는 개인의 비중이 크다. 업계는 테마형 ETF를 선호하는 개인에 맞춰 비슷한 종목으로 구성된 상품을 동시다발적으로 내놨고, 생존에 실패하는 ETF도 자연스레 많아졌다. ETF 상장폐지로 투자자가 금전적 피해를 보지는 않지만, 업계가 상품 개발과 운용에 필요한 자원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품 자체 품질보다 마케팅과 수수료 인하 경쟁에 업계 역량이 쏠리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국내 상위 점유율을 지닌 일부 자산운용사들은 지난해부터 미국 등 해외 지수형 ETF를 중심으로 무리하게 총보수를 낮췄다. 순자산 규모가 큰 해외 지수형 상품의 비용을 낮춰 경쟁사 고객을 끌어오려는 의도가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최근 ETF 상위 자산운용사를 대상으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ETF 유동성공급자(LP)와 괴리율 구조 등을 비롯해 과도한 마케팅 등을 포함한 업계 과열 경쟁 양상까지 전방위적으로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적극적 보수율 인하 경쟁으로 특정 상품 투자자가 실제 부담하는 비용은 이례적으로 낮은 수준에 도달했지만, 자산운용사 관점에서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테마형 ETF가 특정 이슈나 트렌드에 따라 출시되는 만큼 손실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성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0328syu@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