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이날 뉴욕 주식시장에서 9.03% 급등한 411.4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보도에 따르면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나스닥 100 지수에 편입된다면 4,510억 달러 규모의 상장지수펀드(ETF)가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주식을 매수하게 돼 엄청난 자금 유입이 예상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 때문에 나스닥 100 편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소프트웨어 회사? 비트코인 투자 회사?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본래 기업 분석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였지만, 최근에는 비트코인 투자에 집중하면서 '비트코인 재무 회사'로 변모했다. 세일러 최고경영자(CEO)는 공격적인 비트코인 매입 전략을 통해 회사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주력해왔다. 실제로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주가는 올해 500% 이상 급등했으며, 현재 보유 중인 비트코인 가치는 400억 달러를 넘어섰다.
그러나 세일러의 이런 전략은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나스닥 100 편입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 투자은행 티디코웬(TD Cowen)의 랜스 비탄자 애널리스트는 "나스닥 100 지수는 시장을 대표하는 기업들로 구성되어야 한다"며 "마이크로스트래티지처럼 비트코인 투자에 집중하는 회사는 지수 편입 취지에 맞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스닥 100 지수,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변신' 수용할까?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시가총액은 현재 980억 달러로, 나스닥 100 지수에서 40위 안에 드는 규모다. 하지만 비탄자 애널리스트는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본업인 소프트웨어 사업 규모가 작다는 점이 지수 편입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문제는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사업 분류다. 현재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기술 회사로 분류되어 나스닥 100 지수 편입 자격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loomberg Intelligence)의 제임스 세이파트 애널리스트는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내년 3월에는 금융 회사로 재분류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나스닥 100 지수는 금융 회사를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재분류가 이루어질 경우 지수 편입이 불가능해진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투자자문사 알아이에이 어드바이저(RIA Advisors)의 마이클 레보위츠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비트코인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회사"라며 "사실상 상품이나 ETF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레보위츠 매니저는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가치는 전적으로 비트코인에 의존하고 있으며, 소프트웨어 사업은 거의 의미가 없다"며 금융 회사로의 재분류가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지수 편입 시 긍정적 효과 vs. S&P 500 지수 편입은 어려울 듯
벤치마크의 마크 팔머 애널리스트는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나스닥 100 지수에 편입될 경우 막대한 자금 유입이 발생해 주가 상승을 촉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팔머 애널리스트는 "이는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프리미엄으로 주식을 발행하고 더 많은 비트코인을 매수하는 전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웬의 비탄자 애널리스트는 "지수 편입으로 거래량이 증가하고 새로운 투자자가 유입될 수 있지만, 이미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편입은 더욱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S&P 500 지수는 기업의 수익성을 중요하게 평가하는데,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최근 4분기 중 3분기 동안 순손실을 기록했다. 비탄자 애널리스트는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전통적인 운영 회사가 아니라는 점이 S&P 500 지수 편입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스닥 100 지수, 암호화폐 시장에 문호 개방할까?
나스닥 100 지수는 전통적으로 비금융 기업에 집중해 왔다. 하지만 최근 나스닥은 자체 디지털 자산 상품을 출시하는 등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나스닥 100 지수 편입 여부는 나스닥이 암호화폐 시장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진출할지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외에도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와 액손 엔터프라이즈가 나스닥 100 지수 편입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나스닥 100 지수 변경 결과는 오는 23일에 발표될 예정이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