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월 180억달러 그쳐 작년보다 31% 감소...대형건설사도 30% 급감
수주텃밭 중동‧아시아서 부진 원인...현대·GS건설 2곳만 작년보다 웃돌아
수주텃밭 중동‧아시아서 부진 원인...현대·GS건설 2곳만 작년보다 웃돌아

19일 해외건설협회와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올들어 1~11월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180억 달러(약 21조 4000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06년 165억 달러 이후 13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이다.
특히, 대형 건설사들의 수주 부진이 심각했다. 올해(11월 말 기준) 상위 9개 건설사의 해외 수주액은 전년대비 30% 감소한 129억 달러(15조 362억 원)로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해외건설 수주액 기준 상위 9개 건설사 가운데 지난해보다 높은 실적을 올린 건설사는 현대건설(32억 3000만 달러)과 GS건설(20억 6000만 달러) 2곳일뿐 대다수 건설사들이 전년실적 대비 반토막이 났거나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 수주 실적을 보면 그동안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 텃밭이었던 중동과 아시아 시장에서 신규 수주가 대폭 줄었다. 올해 건설업계는 중동에서 44억 달러(5조 2000억 원), 아시아에서 106억 달러(12조 6000억 원)어치의 건설공사를 수주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49%, 28% 감소한 규모이다.
공종별로 보면 ▲플랜트 91억 달러(10조 8000억 원) ▲건축 37억 달러(4조 4000억 원) ▲토목 36억 달러(4조 3000억 원) 순이었다. 이 역시 지난해보다 나란히 38%, 29%, 36% 줄어든 금액이다.
강정화 한국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은 “올해 중동 플랜트 수주가 예상보다 저조해 일부 건설사를 제외하고는 지난해 대비 수주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면서 “또한 2010년 이후 대규모 수주의 후유증으로 2013년부터 현안 사업장이 발생하면서 해외건설 부분의 사업성이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건설 시장에서 고전하는 이유로 단순 시공 분야 비중이 여전히 높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최근 해외건설 발주 형태는 단순도급에서 민관합작투자(PPP)사업 방식으로 변하고 있지만 국내 건설사의 PPP사업 수주 비중은 전체 수주액의 5%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대부분 단순시공에 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관합작투자사업(PPP)은 건설사가 위험 부담을 지고 도로 등의 공공 인프라 투자와 건설, 유지나 보수 등을 맡되 운영을 통해 수익을 얻고 정부는 세금 감면과 일부 재정 지원을 해주는 방식이다.
건설업계는 기존 단순시공 방식에서 PPP사업으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정부의 금융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PPP사업 참여를 위해서는 금융 조달 능력이 절대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기 때문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중국 건설사들이 정부의 파격적인 금융지원을 등에 업고 저가 수주공세를 펼치고 있어 중동‧아시아시장에서의 국내 건설사들의 입지가 약해지고 있다”면서 “해외수주가 본격적으로 회복되기 위해서는 국책은행은 물론 시중은행 등 금융기관과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올해 총 6조원에 달하는 ‘해외수주 정책금융 지원 패키지’ 발표에 이어 최근 나이지리아 등 초고위험국에서의 수주 프로젝트 지원을 위해 신설된 수출입은행의 ‘특별계정’과 무역보험공사의 ‘국가개발프로젝트’를 활용한 정책 금융 지원에 나섰다.
해건협 관계자는 “지난 50년간 해외수주는 확장과 수축 국면이 반복되고 있는데, 현재는 수축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수주 실적 회복을 위해서는 현지 기업과 합작하는 동시에 정부와 공기업이 참여해 민간이 안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하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