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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향기] 봄이 오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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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길 / 백승훈 시인
“산 너머 조붓한 오솔길에 봄이 찾아온다네/ 들 너머 뽀얀 논밭에도 온다네….” 1970년대 가수 박인희가 부른 ‘봄이 오는 길’의 일부다. 봄이 시작될 무렵이면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되는 노래 중 하나인데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봄이 우리를 찾아오는 것인지, 우리가 봄을 찾아 나서는 것인지 가늠이 안 돼 고개가 갸웃거려지곤 한다. 야생화를 좋아하다 보니 겨울빛이 사라지기도 전에 일찍 피어난 복수초나 바람꽃 등을 찾아 잔설에 덮인 계곡을 헤매고 다니는 내게 봄은 늘 찾아 나서는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찾아 나서든, 절로 찾아오든 봄이 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전히 높은 산엔 희끗희끗 눈이 남아있고 꽃샘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해도 햇살의 온기를 품은 바람이 생명의 숨을 불어넣는지 하루가 다르게 만물의 생동이 빨라지고 있다. 바람의 방향이 바뀐 탓인지 3월의 바람은 차지만 여인의 목에 살랑이는 실크 스카프처럼 매끄러운 부드러움이 있다. 그 부드러움이 냇가의 버들강아지를 눈 뜨게 하고 꽃망울을 부풀린다. 이미 남녘에선 매화와 산수유가 한창이라는데 아직 서울에선 봄꽃 구경이 쉽지 않다. 공연히 마음에 조급증이 일어 가만히 앉아 찾아오는 봄을 기다릴 수가 없다. 지인을 만나러 화곡동에 갔다가 잠시 틈을 내 목마른 자가 우물을 찾듯이 꽃구경도 할 겸 강서구 마곡 신도시의 서울식물원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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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식물원은 한국 자생식물로 전통 정원을 재현한 야외 주제 정원과 열대·지중해 12개 도시 식물을 전시한 온실로 구성되어 있다. 야외의 주제 정원은 마른 억새만 무성해 봄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시간도 넉넉지 않아 온실만 둘러보았다. 지중해와 열대기후 환경을 바탕으로 독특한 식물문화를 발전시킨 세계 12개 도시 정원을 관람할 수 있는 온실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다양한 식물들을 만날 수 있고, 꽃도 만개해 봄이 무르익은 느낌이었다. 적도 근처 월평균 기온 18°C 이상인 지역으로, 지구 생물종 절반이 분포한 열대지역 온실엔 베트남 하노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브라질 상파울루, 콜롬비아 보고타의 열대식물이 전시되어 있고, 지중해 온실에선 여름엔 구름이 적고 기온이 높아 건조하나 겨울에는 비가 많이 오고 온화한 지역에서 자라는 올리브나무 등을 볼 수 있어 이국적 풍경을 느낄 수 있었다.

온실을 둘러보는 동안 수선화를 비롯해 데이지나 서양란 등 다양한 꽃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온실을 나와 야외 정원을 걷다 보니 매화 가지에 꽃망울이 터질 듯 부풀어 있었다. 그러고 보면 봄이 오는 길은 다양하다. 도로를 오가는 자동차나 기차처럼 정해진 길이 따로 없기 때문이다. 태양은 만물을 공평하게 비춰주고 햇살을 받은 초록 생명들은 저마다의 시간에 맞춰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운다. ‘봄’이란 말 속에 ‘보다’라는 의미가 담겨 있듯이 봄은 시각적이다. 그래서 봄엔 눈을 크게 뜨고 마른 풀숲을 헤치고 돋아나는 새싹을 찾거나 꽃나무 가지를 살피며 개화의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 애를 쓰게 된다.

봄은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어김없이 찾아와 한바탕 흐드러지게 꽃을 피워 놓는다. 하지만 나이 든 탓일까. 언제부턴가 봄을 맞이할 때마다 내 생이 끝날 때까지 몇 번의 봄을 더 볼 수 있을까 하고 헤아리는 버릇이 생겼다. 다행이라면 내게 몇 번의 봄이 남아있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한 번일 수도 있고 열 번이 될 수도 있는 봄, 그리 생각하면 초록 새싹 하나, 꽃 한 송이가 더없이 귀하게 생각된다. 입 없는 것들이 색색으로 피어나 향기로 말을 걸어오는 봄이 시작됐다. 나는 지금 봄이 오는 어느 길 위에 서 있는가 자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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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훈 시인



백승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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