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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생산적 금융 강화하려면 금산분리가 필요하다

구성환 기자
구성환 기자
지난해 금융권의 핵심 과제로 떠오른 ‘생산적 금융’이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정책금융 확대와 함께 금융권도 혁신기업 지원을 전면에 내세우며 자금 공급을 늘리고 있다.
그러나 생산적 금융의 내용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상당수 생산적 금융이 여전히 대출 확대와 보증 지원 중심에 머물러 있다. 이는 단기 유동성 지원에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기술·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장기적 성장 전략에서는 아쉬움이 있어 보인다.

이 같은 구조적 한계의 배경에는 금산분리 원칙이 있다. 현행 제도는 금융회사의 산업자본 지배나 적극적 경영 참여를 엄격히 제한한다. 그 결과 금융권은 기업의 성장 과정에 깊이 관여하기보다 대출 등 제한된 금융 수단을 통해 외부에서 지원하는 역할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반면, 해외 주요국들은 일찌감치 금산분리의 빗장을 풀어 금융사들이 다양한 비금융 사업에 진출해 지역·벤처 기업들과 시너지를 극대화해 나가며 산업의 성장 동력을 창출해 나가고 있다.
일본 시중은행들은 일본 정부의 금산분리 완화를 통해 일본 경제의 구조적 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있다. 일본 금융사들은 지방 활성화를 위한 지역상사 운영과 관광 진흥,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 지원,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한 서비스 제공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일본 경제 동력 회복을 지원하고 있다.

또 미국 금융사들은 ‘머천트 뱅킹’ 제도를 통해 일시적으로 비금융 분야에 진출해 비금융 산업을 지원하며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의 대형 금융지주사인 골드만삭스와 JP모건 체이스 등도 해당 제도를 통해 바이오·친환경 에너지 및 인프라, 핀테크 등 다양한 분야에 직접 지분 투자를 함으로써 해당 기업들의 파트너가 되며 혁신을 이끄는 한 축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금산분리가 추구하는 기본 취지인 금융의 사금고화를 막고 시스템 리스크를 차단하겠다는 원칙은 존중돼야 한다. 다만, 과거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만으로 금융의 역할 확장을 가로막는다면, 정부가 금융권에 붙인 ‘이자장사’ 비판에서 벗어날 기회를 가로막게 되는 것이다.

금융권의 생산적 금융이 시작된 만큼 확실하게 정착되려면 단순 대출 확대를 넘어 지분 투자·산업 참여 등 다양한 방면에서 기존 원칙을 존중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금산분리 완화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구성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oo9koo@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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