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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인공지능(AI), 현장에서 건설산업의 미래를 짓다

최성필 산업2국장이미지 확대보기
최성필 산업2국장
서울 도심의 한 재개발 현장.
아침 7시 작업자들이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기 전 인공지능(AI) 기반 안전 시스템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크레인 붐의 각도, 작업자의 동선, 전선의 장력까지 카메라와 센서가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관리자가 손에 쥔 태블릿엔 “위험구역 접근 감지” 알림이 뜬다.

이제 건설현장에서 AI는 사람을 대신하는 게 아니라 함께 일하는 동료가 되어 가고 있다.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사람 눈에만 의존했던 안전 확인이 이제는 AI의 몫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국내 건설산업이 AI 기술을 현장에 본격 도입하며 산업 구조의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단순한 자동화가 아니라 산업 구조 자체가 재편되는 흐름이다.

오랫동안 경험과 노하우에 의존해온 산업이 AI를 통해 효율성뿐 아니라 안전과 지속가능성을 함께 추구하는 체질 개선의 단계로 들어선 것이다.

AI는 이제 건설 프로젝트의 설계부터 유지관리까지 모든 과정에 스며들고 있다.
설계 자동화로 자재 낭비를 최소화하고 공기를 단축하며 시공 현장에서는 폐회로TV(CCTV) 영상과 센서가 위험요소를 찾아낸다.

유지관리 단계에서는 AI가 설비의 이상 징후를 미리 감지해 사고를 막는다. AI 기술은 생산성 향상을 넘어 일터의 ‘생명선’이 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도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세계 건설 AI 시장은 지난 2023년 39억 달러에서 2032년 226억 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공사 기간은 최대 12%, 비용은 30%까지 줄일 수 있는 잠재력이 제시된다.
건설업에서 AI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경쟁력임을 보여주는 수치다.

건설사들의 대응도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현대건설은 로봇과 영상 분석 AI를 결합해 중대재해를 사전에 차단하는 시스템을 도입했고, DL이앤씨는 전국 현장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관제 플랫폼을 마련했다.

삼성물산은 스마트홈 기술을 기반으로 주거 공간을 데이터 기반 서비스로 발전시키고 있으며, 롯데건설은 AI 단열 시스템으로 에너지 절감과 품질 향상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또한 많은 건설사들이 AI 관련 인재를 채용하고 기존 직원들을 교육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기업들이 기술 투자와 안전 확보를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변화다.

앞으로 AI 기술의 발전과 확장은 건설업계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며, 우리는 더욱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건설 환경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제 과제는 명확하다. 이러한 변화가 산업 내부의 효율성에 머물지 않도록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

정부와 공공기관은 데이터 표준화, 공공 인프라의 디지털 모델링 확산, AI 안전 알고리즘 검증체계 구축 등 산업생태계 전반의 디지털 인프라를 마련해야 한다.

기술 격차가 산업 격차로 이어지는 시대에 중요한 것은 규제가 아니라 기반 조성이다.

AI는 특정 기업의 경쟁 수단이 아니다. 안전, 에너지 효율, 지속 가능 도시라는 사회의 기본 가치와 직결된다.

정부는 공공 조달, 기술 인증, 연구개발 지원 등을 통해 기업의 책임 있는 혁신을 촉진하고 시민이 안심할 수 있는 산업 구조를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결국 AI 도입의 본질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기술을 누가 더 빨리 쓰느냐보다 그것을 사회와 어떻게 연결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현장의 안전망에서 시작된 변화가 산업의 체질을 바꾸고 나아가 더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로 이어져야 한다.

AI를 통한 건설산업의 혁신적인 미래는 이미 시작됐다.


최성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ava01@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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