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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나루의 아침] ‘테슬라’라는 예외가 드러낸 수입차–미디어 관계 균열

후보는 있는데 시승이 없다...테슬라가 남긴 메시지 그리고 후폭풍
수입차 PR, 뜨거웠던 그 시절 끝?...“올해의 차” 무게를 지키는 방법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AWAK)가 ‘올해의 차’ 시상을 위한 투표 절차에 들어갔다. 기자도 회원 중 한 명이다. 최근 지침을 보면 올해 심사 대상은 93대로 늘었고, 그중 41대가 1차 후보로 추려졌다. SDV 흐름을 반영해 ‘소프트테크’ 부문까지 신설됐다. 시장이 커졌고, 평가의 범주도 넓어졌다. 그런데 정작 가장 많이 팔리고 가장 많이 회자되는 브랜드 중 하나인 테슬라가 ‘평가’의 언어로는 제대로 다뤄지지 못하는 이상한 장면이 반복된다.
테슬라는 1차 리스트에는 이름이 올라간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올해의 차’는 결국 타 보고, 확인하고, 비교한 결과로 결론을 내야 한다. 그런데 테슬라는 국내에서 그 과정 자체가 막혀 있는 경우가 많다. 시승차를 요청해도 연락이 닿지 않고, 공식 창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현장에 쌓였다. 어쩌다 부정 기사가 한 번 나가면 그 매체는 이후 응대가 끊긴다는 ‘소문’도 파다하다. 사실 여부를 따지기 이전에 업계와 미디어가 체감하는 현실이 그렇다.

이 구조에서 테슬라는 “후보로는 존재하지만 결선 후보로 올라오기는 힘든 차”가 된다. 이유는 단순하다. 타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더 현실적인 질문도 남는다. 만약 수상한다면 시상식에 나올 사람은 있는가. ‘관계가 끊긴 브랜드’는 ‘평가의 장’에서도 자연스럽게 멀어진다.

자동차 미디어의 ‘온도 변화’는 여기서 시작된다. 과거에는 기자와 매체가 제한적이었고, 수입차 브랜드들은 시승차와 행사 중심의 적극적인 미디어 활용으로 노출 효과를 키웠다. 자동차는 주로 시승기를 통해 소비됐고, 미디어 노출 자체가 곧 마케팅이었다.
하지만 지금 자동차는 성능보다 오너 리스크, 실적, 가격 정책, 리콜 같은 산업 이슈로 평가된다. 미디어는 늘었지만 노출 효율은 떨어졌고, 브랜드는 비용과 리스크 관리에 들어갔다. 마케팅과 홍보 예산이 줄면서 미디어 대응은 축소됐고, 일부 매체는 자극적인 비판으로 클릭을 노린다. 그 결과 브랜드는 방어적으로 닫히고, 미디어는 더 날카로워지는 구조가 고착화됐다.

테슬라가 여기서 트리거를 당겼다. 미디어 응대 없이도 팔린다는 자신감 혹은 한국 시장을 ‘예외’로 취급하는 태도. 그 결과 국내 소비자는 차를 구매하지만 전문 미디어는 이를 충분히 검증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공식 소통이 부족하면 판매와 시장 데이터 역시 불투명해진다. 미디어와 인플루언서 중 누가 더 편파적인지를 따지는 건 의미가 없다. 시장이 커질수록 ‘권위’는 자연히 유지되지 않기 때문이다.

해법은 단순하다. 브랜드는 최소한의 소통 창구를 열어야 하고, 평가 주체는 시승 불가 차량을 배제하는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 동시에 독립 테스트를 확대해야 신뢰가 유지된다. 결국 남는 것은 검증이다.

수입차 시장 점유율이 커졌는데, 이를 떠받치는 미디어-브랜드 관계는 오히려 더 열악해졌다. 지금의 온도 변화는 단순히 기자들의 심기가 변한 문제가 아니다. 시장이 성숙하는 과정에서 홍보와 검증의 균형이 무너진 결과다. 테슬라가 한국 미디어를 ‘부정적으로만’ 바라보고 있다면, 이제는 시선을 조금 돌려야 한다. 이 시장에 어울리는 최소한의 방식으로 소비자를 위한 최소한의 소통을 시작해야 한다. 씁쓸한 이 현상을 보며 쿠팡 사태를 대하는 김범석 대표가 불현듯 떠오르는 건 나뿐일까?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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