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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대 박사의 인문학] 도의 존재를 의심하거나 무시하지 마라

'산문으로 읽는 21세기 도덕경' 제17장
정경대 한국의명학회 회장
정경대 한국의명학회 회장
노자가 말했다. 참 도인은 더럽고 깨끗함을 분별해 차별하지 않는다. 차별심이 없으면 고요만 있을 뿐 그 마음은 광대한 우주와 같다. 그 광대한 세계에는 천상천하의 일을 다 알고 지은 죄도 저절로 용서받는다. 이것이 참된 도의 덕이다.
모름지기 도덕경을 읽은 자라면 이 말뜻을 모르진 않을 것이다. 특히 이 도덕경을 타인에게 가르치는 지식인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가르침을 받은 자 역시 도를 칭송하고 참 도인이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도는 얻기도 어렵고 세속적인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아마도 도를 경시하게 될 것 같다.

이에 대해 노자는 마치 예견하고 있었던 듯 이렇게 말했다. 최상의 존재를 알고 나면, 그다음에는 도와 친해졌다가 그다음에는 두려워하고 나중에는 무시한다. 그 까닭은 믿음이 부족해서 그러함이니 도의 존재를 믿지 않고 의심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여기서 말하는 최상의 존재란 일체 번뇌를 여의고 삼매에 든 이상적 세계, 즉 도의 세계를 일컫는다. 도의 세계를 알고 나면 누구나 도와 가까워지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러나 도와 가까워지려니 득도를 위한 치열한 노력이 필요하고, 보통 인간으로서 누리고 싶은 온갖 세속적 욕망을 절제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욕망! 그것은 어쩌면 극복할 수 없는 속인의 절대적 한계일지도 모른다. 마치 벗어날 수 없는 함정에 빠져 자포자기하는 것처럼, 도와 가까워지려던 갈망은 어느새 사라지고 되레 도를 무시해 버린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세속의 욕망을 즐기며 집착하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도가 가리키는 바 바른 삶의 행로를 따르지 않고도 일을 성취했다면서 자만하고, 크게 공을 이룬 것은 오직 자신의 노력으로 저절로 그리된 것이라 자랑한다.
그러나 천지 만물의 그 모든 것은, 도에서 태어나고 도의 작용으로 운동해 변화하고 존재한다고 했다. 자연을 변화시키는 기후와 숨을 쉬게 하는 공기와 운동하는 에너지, 거기다가 삶의 파노라마까지 도가 관여해 운명이 전개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과거의 일상생활에서 도의 무위한 덕을 본받아 얼마만큼 바르게 삶을 영위하고 베풀면서 살았느냐에 따라서 현재 삶의 파노라마가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도력이 대단하다거나 혹은 도력이 없다거나 또는 덕이 많다거나 덕이 없다거나 하는 말은 그 때문에 생겨난 본능적 운명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태어난 것은 근본으로 돌아가는데, 도가 처음으로 만물을 태어나게 했으나 나중에 반드시 근본으로 돌아오게 하는 카르마(業)의 작용이 당초에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도에서 태어난 일체 존재물 역시 카르마 작용으로 반드시 근본으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이 말뜻은 불교의 윤회사상과 비교해볼 수 있다. 현재 삶의 상태는 이전에 지은 카르마에 의한 응보의 결과라는 관점에서 볼 때 도의 덕목을 얼마만큼 행했는가가 운명의 잣대가 된다. 그러나 도와 가까워져서 도의 덕목을 온전하게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노자는 도를 진심으로 행하면 천지 만물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세상 삶에 어떤 걸림도 없이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런 사실을 알고 나면 누구나 도를 칭송한다. 하지만 막상 실천하자니 일상에서 부닥치는 갖가지 난관을 극복하지 못함으로써 초심을 잃고 도와 멀어진다. 그러기에 중생이라 하거니와 그나마도 도를 의심하다가 아예 무시해 버린다. 그리고 물불을 가리지 않고 욕망에 집착해 그 뜻을 성취하고 나면 보란 듯이 자랑한다. 그러나 그다음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욕망을 위한 부도덕한 행위에 대한 응보다.
세상사는 응보이자 동시에 응보의 시작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겪고 있는 삶의 행로를 스스로 지었거나 새롭게 짓는 카르마란 화두로 돌이켜 봄이 어떨까? 나라는 존재가 걸어온 과거의 삶을 곰곰 반추해 보자. 그리고 잘못된 카르마의 응보를 두려워하면서 미래세의 복된 나를 위해 도와 친해지도록 우리 다 함께 노력해 보자.

정경대 박사의  '산문으로 읽는 21세기 도덕경'.이미지 확대보기
정경대 박사의 '산문으로 읽는 21세기 도덕경'.



정경대 한국의명학회 회장(종교·역사·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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