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했던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무산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주 "가스 징후가 일부 확인됐지만, 경제성을 확보할 수준은 아니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한국가스공사를 비롯한 관련 종목의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등 시장에도 충격을 줬다.
정부는 근원암, 저류암, 트랩, 덮개 등으로 구성되는 유전 지층 구조인 '석유 시스템'은 양호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외자 유치를 통해 추가 탐사 동력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그간 야권을 중심으로 대왕고래 사업이 불투명하게 진행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1차 시도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얻지 못해 추가 사업 동력 약화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프로젝트명을 '대왕고래'로 명명하고 동해 심해 가스전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철통 보안을 위해 석유·가스가 대량 매장됐을 가능성이 높은 가스전 후보지에 이 같은 이름을 붙였다.
당초 예상 매장 자원은 가스가 75%, 석유가 25%로 실제 대량의 자원이 발견된다면 석유보다는 가스의 비중이 훨씬 높은 가스전 형태일 것으로 추정되면서 시장의 관심이 쏠렸다.
당시 한 증권사는 프로젝트 발표 이후 한국가스공사에 대해 오는 12월 동해 가스전 첫 시추를 앞두고 단기간 트레이딩 매력이 부각된다고 분석했다.
해당 연구원은 "2025년 초까지 결국 대왕고래가 변수"라며 "민간 E&P(석유·가스 개발) 업체의 투자 여부가 확실하지 않은 가운데 동해 가스전 뉴스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종목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처럼 석유 개발이 국민적 관심을 받으면서 관련 테마주의 변동성이 심화됐다. 정부의 발표가 나올 때마다 한국가스공사를 비롯한 관련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했다.
지난해 6월 4일 한국가스공사 주가는 4만9350원까지 치솟았고, 같은 달 20일에는 6만4500원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이후 하락세를 지속하다가 프로젝트 무산 발표 직후 급락세를 이어가며 결국 주가 3만원 선도 깨졌다.
이 같은 주가 급변은 정부의 성급한 정책 발표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정부는 장밋빛 전망을 제시하며 탐사 시추를 추진했지만, 결과적으로 투자자들에게 혼란과 손실을 안겨줬다. 경제성이 불투명한 사업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뒤,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발표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유전 개발은 본질적으로 높은 불확실성을 수반하는 사업이다. 성공 확률이 낮은 만큼 정책 결정에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수적이다. 특히 석유·가스 탐사와 같은 대규모 자원이 투입되는 프로젝트는 경제성 평가와 시장 영향을 철저히 분석한 후 추진해야 한다. 이번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정부의 섣부른 개발 추진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는 이번 실패를 교훈 삼아 보다 신중한 자원 개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단기적인 기대감에 휩쓸려 무리한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이 아니라 철저한 검증을 거쳐 실질적인 경제성이 확보된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시장과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주는 섣부른 발표는 지양해야 할 것이다.
정준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jb@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