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PS 장르라면 치를 떨었던 기자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 것은 블리자드의 '오버워치'였다. 유저 개개인의 실력도 중요하지만 팀원 간 손발이 척척 맞을 때 오는 카타르시스는 그 어느 것에도 비할 수 없다.
오버워치 역시 FPS 장르의 숙명과도 같은 '핵(불법 프로그램)'과의 전쟁으로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사실 유저들 사이에서는 이미 한물간 게임으로 인식이 고정돼 있기도 하다. 많은 오버워치 유저들이 에이펙스, 발로란트 등으로 떠났지만 기자는 주기적으로 파티를 꾸려 여전히 3~5인큐를 즐기고 있다. 깨끗한 오버워치를 위해 게임 도중 핵 유저를 만나면 꾸준히 신고하는 일종의 자경단 역할에도 꽤 충실했었다.
오버워치에 접속할 때 신고한 계정의 조치가 완료됐다는 안내 문구가 뜰 때면 친구들과 "거봐 핵 맞잖아"라며 통쾌해했던 때도 있다. 하지만 이제 신고를 해도 안내 문구가 뜨지 않게 된 지 오래다. 한 판 걸러 한 판마다 핵 의심 유저를 만나고, 심지어 패배가 확실시될 때 게임 판 자체를 터뜨리는 디도스 핵까지 겪어봤다. 상대편 진영에 화물이 코앞까지 도착했는데 갑자기 캐릭터가 바닥으로 무한 낙하를 반복하는 등 맵 이탈이 발생하는 식이다.
오버워치를 주로 플레이하는 유명 유튜버들도 '핵'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지만 블리자드는 묵묵부답이다. 새로운 캐릭터를 내고, 전설 스킨과 무기를 업데이트해 오로지 수익을 내는 데에만 집중하는 모습이다.
전 프로게이머 류제홍은 직접 핵을 사용하는 유저와 접촉을 시도, 핵의 판매와 사용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다룬 콘텐츠를 게시하기도 했다. 프로그램의 미세 조정을 통해 마치 사람이 조준하는 것 같은 수준까지 구현이 가능하다는 말에 혀를 내둘렀다. 디스코드 방에서 대놓고 핵 판매가 이뤄지고 있지만 블리자드는 어떤 제재에도 나서지 않고 있다.
유저들 사이에서는 "오버워치가 갈 데까지 갔다"는 말이 나온다. 혹자는 "오버워치는 이제 핵과 더 비싼 핵의 대결로 변질됐다"고도 한다. 블리자드는 현 상황을 인지하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미 늦었지만, 아예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전락하기 전에 유저들의 목소리에 블리자드는 응답해야 한다.
편슬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yeonhaey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