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5 젠슨 황 '피지컬 AI' 로봇 화두 제시
우리나라 AI, 로봇 기술 격차 커 법제도 지원 절실
국회는 반도체·AI·R&D 지원 법안 처리 손 놓아
라스베이거스 CES 현장에서 인공지능(AI)은 변수가 아닌 상수였다. 전시관에 AI가 접목되지 않은 기술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나아가 CES 2025는 ‘소프트웨어(SW) AI’에서 물리적 실체를 갖춘 ‘피지컬(Physical) AI’로 진보를 알리는 시발점이 됐다. 우리나라 AI, 로봇 기술 격차 커 법제도 지원 절실
국회는 반도체·AI·R&D 지원 법안 처리 손 놓아
그 중심에 젠슨 황이 있었다. 젠슨 황은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뿐 아니라 우리나라 업계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미쳤다. AI가 물리적 세계로 확장된다면 로봇, 자율주행 등에 가장 먼저 접목될 것으로 봤다.
황 CEO는 8년 만의 CES 기조연설에서 ‘피지컬 AI’를 설파하면서 글로벌 파트너사의 로봇과 무대에 섰다. 엔비디아 기술로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드는 14개 회사는 미국이 4곳, 중국이 6곳이었다. 독일·노르웨이·캐나다·이스라엘도 1곳씩이었다.
아쉽게도 한국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은 무대에 없었다.
3년 전 테슬라가 처음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개한 이후 AI 기술과 결합해 큰 진전을 보였다.
2023년 9월 말 옵티머스 시제품이 나왔고, 2024년 1월 옷을 개는 영상을 선보이기도 했다.
중국 기업들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휴머노이드 로봇 대량생산 등 기술이 급성장하고 있다. 중국의 러쥐로봇은 연간 200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생산하는 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러쥐로봇 제품은 화웨이의 생성형 AI가 탑재됐다.
우리나라는 현대차가 대주주인 보스턴다이내믹스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내세우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말 최대주주로 등극한 레인보우로보틱스도 기대감을 갖게 한다. 국내 첫 2족 보행 로봇 ‘휴보’를 개발한 카이스트 휴보 랩 연구진이 2011년 설립한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최근 주가가 40% 넘게 뛰기도 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사람처럼 움직이거나 일을 하기 위해 로봇 지능과 2족 보행 능력이 중요하다. 사람의 두뇌인 AI 소프트웨어, 에너지인 배터리, 손에 해당하는 그리퍼, 발의 역할을 하는 보행 능력, 감각에 해당하는 센서와 통신기술이다.
특히 AI 기술은 휴머노이드 로봇의 핵심이다. AI에 기반해 고도의 작업 수행, 새 환경에 적응, 인간과 상호작용, 인지·판단·학습 등 로봇 지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AI 칩과 챗GPT, 제미나이, 코파일럿, 라마와 같은 AI 기술이 발전한 미국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글로벌 R&D 전략지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AI 기술이 상위 10개국 중 5위다. 그러나 각 항목별 100점 기준으로 10점대에 그친다. 선도국인 미국·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크다.
AI 시대 한국은 또 기술을 선도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는 패스트 팔로우 전략도 잘 해낼지 우려스럽다. 반도체·스마트폰과 같은 기술에서는 삼성전자 등 국내 주요 기업이 빠르게 추격해 시장을 평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AI, 로봇과 같은 차세대 기술 패러다임 전환 경쟁에서 우리나라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
라스베이거스를 뒤로하고 장시간 비행 후 인천공항에 내려보니 국내는 탄핵 정국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국회는 정쟁에 매몰돼 반도체 투자세액 공제 지원, 국가전략기술에 AI을 포함하는 법안, 연구개발(R&D) 지원 등 조세개편 과제들을 줄줄이 지연시키고 있다. 국제사회가 AI와 로봇 같은 첨단산업으로 총성 없는 전쟁을 펼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딴 세상 같다.
임광복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