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전이 역대급 초접전 양상을 보인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여론조사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간발의 차이로 앞서 있다.
워싱턴의 선거 전문가들은 해리스가 상당한 차이로 앞서 나가야 승리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그 이유는 지난 2016년,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 지지자들이 선거전 조사에 응하지 않는 비율이 민주당 후보 지지자들보다 훨씬 높았기 때문이다.
2024년 대선에서 판세를 가르는 핵심 변수는 ‘샤이 트럼프(shy Trump)’ 유권자다. 워싱턴 선거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에도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처럼 트럼프를 지지하지만, 이런 의사를 드러내지 않는 샤이 트럼프 유권자가 실존한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다. 문제는 그 규모다.
샤이 트럼프의 비율을 알아내는 것은 과학이 아니라 예술이다. 현재의 여론조사 기법으로 이들을 정확하게 찾아낼 수가 없다. 지난 2016년, 2020년 대선 당시에 사전 여론조사에서 나이가 많을수록, 고학력일수록, 백인일수록 여론조사 응답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인 저학력 백인 남성은 여론조사에 잘 응하지 않는다.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으로 대선 베팅 마켓이 주목을 받고 있다. 비영리 매체인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따르면 지난 1866년 이후 미국 대선에서 배당률 우위를 차지한 후보가 패배한 적은 두 차례뿐이다. 한 번은 1948년 대선에서 해리 트루먼 민주당 후보가 8대1의 배당률을 뒤집고 토머스 듀이 공화당 후보를 이긴 것이고, 또 다른 한 번은 지난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꺾으면서 7대2의 배당률을 뒤집었다. 지난 2020년 대선에서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그해 5월부터 11월까지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베팅률에서 우위를 점하면서 당선됐다.
이번 대선에서도 판돈을 걸고 대선 승리자를 예측하는 베팅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미국에서는 대선 결과를 알아맞히는 데 여론조사보다 베팅업체들의 배당률이 더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선거 베팅 마켓에 유입되는 자금도 급증하고 있다.
미국에서 선거 베팅은 불법이었다. 그러나 해외에서 개설된 사이트에 미국인 등이 참여하는 식으로 베팅 마켓이 운영됐다.
미국 정부는 베팅 마켓이 선거전을 왜곡할 우려가 있다며 이를 규제하려고 한다. 연방정부 규제 기관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2년 전부터 대표적인 선거 베팅 사이트 프리딕트잇(PredictIt)을 규제하려 했다. CFTC는 선거 결과에 대한 예측이 궁극적으로 민주적인 선출 절차에 참여하는 미국인의 진정성을 훼손하고, 상업화할 위험이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 연방 항소법원은 지난 2일(현지시각) 예측 시장 플랫폼 칼시(Kalshi)의 선거 결과 예측 계약 거래를 허용하는 판결을 했다. 칼시가 법원 승소 후 처음으로 미국 대선 베팅 계약을 허가받아 운영을 시작했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선거 정치 예측 시장이 공식적으로 열렸다.
미 경제 전문지 포춘은 최근 대선 결과 예측에는 여론조사보다 증시 흐름이 더 정확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984년 이후 미국 증시의 간판 지수인 S&P500지수가 8∼10월 사이에 오르면 여당 후보가, 그 반대이면 야당 후보가 어김없이 승리했다는 것이다.
여론조사, 베팅 마켓, 주식 시장은 선거 결과를 예측하는 데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한다. 한국의 안보와 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미국 대선의 흐름을 정확하게 추적하려면 종합적인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