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글로벌 반도체 설비 매출은 532억 달러다.
1년 전보다 1% 늘어난 수치다. 이 중 절반가량인 247억3000만 달러는 중국 몫이다.
전 세계 반도체 설비 매출에서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도 46%로 올라갔다. 사상 최대다. 1년 전 같은 기간 시장점유율 25%보다 두 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특히 지난해 3분기 이후 중국의 반도체 설비 수입이 급증세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반도체 설비 수출 규제가 무색할 정도다.
중국에 대한 반도체 설비 수출이 급증하는 것은 미국의 인공지능(AI) 등 첨단 반도체 제조 설비 규제조치 때문이다. 미국에 이어 일본과 네덜란드가 동참한 이후 중국은 범용 설비를 대량 구매 중이다.
도쿄일렉트론의 경우 중국으로부터 주문이 급증하는 추세다. 네덜란드의 ASML도 올 상반기 중국 시장 판매액이 49%에 달했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3배나 늘어난 규모다.
중국 이외 지역에서 팔린 반도체 설비 매출은 27% 감소한 2284억7000만 달러다.
스마트폰과 PC 수요가 동시에 줄어든데다 전기차(EV) 시장 성장도 둔화한 여파다. 대만의 반도체 설비 수요는 상반기 62억4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51%나 감소한 상태다.
글로벌 최대 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TSMC의 상반기 투자가 121억 달러로 33%나 줄어든 여파다. AI 반도체 설비 투자는 늘었지만 기타 설비 수요의 급감을 막지 못했다는 의미다.
향후 관심사도 중국 시장 동향과 AI 수요 확대 여부다. 올해 반도체 설비 시장은 지난해보다 3.4% 증가한 109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미국의 대중국 제재에도 불구하고 올해 중국 점유율은 30% 이상을 유지할 게 분명하다. 중국은 미국의 수출 규제에 맞서 자체적인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 중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중국이 전기차처럼 반도체 설비 분야에서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를 수도 있다.
글로벌 공급망 변화와 시장 흐름에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
김종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85kimj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