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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향기] 벚꽃 찬가

백승훈 시인

기사입력 : 2024-04-09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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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훈 시인
창밖이 마치 조명을 밝힌 듯 환하다. 창 너머 초등학교 담장 옆 벚나무 한 그루가 피워 올린 수천수만 송이의 벚꽃이 활짝 핀 덕분이다. 내가 사는 집이 학교 앞이라서 시야를 가리는 높은 건물이 없어 원경의 도봉산까지도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전망이 좋다. 창을 열면 언제라도 도봉산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것도 과분한데 학교 담장 곁의 벚나무가 화사하게 꽃을 피우니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꽃구름처럼 몽실몽실 피어난 꽃을 가득 달고 있는 벚나무 가지가 바람에 살랑거릴 때면 하르르 하나둘 흩어지는 꽃잎도 시처럼 느껴진다. 세상에나, 세상에나! 이처럼 눈부신 풍경이라니, 이 세상이 이 세상 같지 않다. 절집에서 자라는 벚나무를 피안앵(彼岸櫻)이라고 한다. 고단한 현실의 강 너머 피안의 세계로 이끄는 나무란 뜻이다. 화창한 봄날, 적요한 절집에서 만개한 꽃송이를 가득 달고 선 벚나무를 마주치면 정말 이승이 이승 같지 않을 만큼 비현실적인 황홀경에 빠져들게 된다. 만개한 벚꽃을 바라볼 때마다 절로 탄성이 터지곤 한다.

벚꽃이 피면 온 나라가 벚꽃 축제로 한바탕 들썩인다. 한국 사람이 제일 좋아하는 꽃은 장미, 제일 좋아하는 나무는 소나무라지만 꽃과 나무를 통틀어 가장 조직적으로 사랑받는 꽃은 벚꽃이 아닐까 싶다. 기상청에서는 해마다 벚꽃의 개화 시기를 알려주고 지자체들은 개화 시기에 맞춰 축제를 기획한다. 전국적으로 가장 많은 가로수 수종은 벚나무다. 하지만 이제는 딱히 소문난 벚꽃 명소가 아니라 해도 어디서나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게 벚꽃이다. 벚꽃 축제를 열기 위해 지역마다 공격적으로 심었기 때문이다. 전국의 가로수 중에 가장 많은 나무도 벚나무라고 한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벚나무의 이산화탄소 저장량은 연간 9.5㎏에 이른다. 수령 25년쯤 된 벚나무 250그루가 1년간 자동차 한 대가 내뿜는 이산화탄소 2.4t을 흡수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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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나무는 버찌 열매가 달린다고 해서 벚나무라고 부른다. 유년 시절, 뒷산을 오르내리며 달콤한 버찌를 따 먹던 기억은 아직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우리나라 야생에서 자라는 벚나무는 크게 산벚나무·올벚나무·왕벚나무가 있다. 합천 해인사의 고려 팔만대장경 60% 이상이 산벚나무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산벚나무는 산에 피는 벚꽃인데 진해 군항제가 끝날 때쯤 온 산마다 하얗게 핀다. 왕벚나무 벚꽃은 꽃이 먼저 피고 뒤에 잎이 나는데, 산벚나무는 잎과 꽃이 거의 동시에 핀다.
아쉽게도 거리마다 환한 꽃그늘을 만들어 주며 지나는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꽃비를 뿌려주는 벚꽃은 우리의 토종이 아닌 일본 왕벚나무 소메이요시노벚나무라고 한다. 외관상으로는 매우 유사하지만 유전자를 이용한 최근 여러 연구에서 우리나라 왕벚나무와는 부모 종이 서로 다른 별개 종으로 밝혀진 바 있다. 연구에 따르면 왕벚나무는 제주도와 해남에 자생하는 한국 특산종(=한국고유종,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식물종)으로 올벚나무를 모계, 산벚나무 또는 벚나무를 부계로 하는 잡종 기원의 식물이고, 소메이요시노벚나무는 일본 특산종으로서 올벚나무를 모계, 일본 특산종 왜벚나무를 부계로 하는 잡종 기원의 식물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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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식재된 일본 벚나무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 마뜩지 않지만, 꽃은 아무런 죄가 없다. 모든 나무가 그러하듯 벚나무는 자신이 원해서가 아니라 인간이 심어놓은 자리에 붙박이로 살아가며 철 따라 꽃 피우고 열매를 맺을 뿐이다. 벚꽃은 동시다발적으로 피어나 한꺼번에 져 내린다. 잠시만 한눈을 팔아도 이미 꽃은 절정을 지나 꽃잎을 흩날린다. 벚꽃이 지기 전에 사랑하는 사람과 벚꽃 그늘 아래 잠시 지금껏 지고 온 삶의 무게를 내려놓고 이 봄날의 낭만과 여유를 즐겨볼 일이다. 그리하면 후회로 점철된 어제와 무겁고 불편했던 오늘과 저당 잡힌 내일이 꽃잎처럼 가벼워지고 팍팍하던 우리의 삶에도 물기가 돌고 벌떼 잉잉거리는 벚꽃처럼 넉넉해질 것이다.


백승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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