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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향기] 꽃의 완상법

백승훈 시인

기사입력 : 2024-04-0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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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훈 시인
바야흐로 꽃의 세상이다. 봄이 와서 꽃이 피는 게 아니라 꽃이 피어서 봄이라던가. 눈길 닿는 곳마다 터져 오른 꽃들로 눈이 부시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몽실몽실 부풀어 오르던 벚나무 가지의 꽃망울들이 하나둘 터지기 시작했다. 볕 잘 드는 쪽의 가지에서 피기 시작한 벚꽃은
누가 성냥불이라도 그어댄 듯 순식간에 불꽃처럼 온 나무를 꽃으로 뒤덮는다. 꽃샘바람 속에서도 다양한 꽃들이 피어나지만, 팝콘처럼 터지는 벚꽃이 만개해야 비로소 봄은 절정이라 할 수 있다. 화르륵 피어났다가 순식간에 지는 벚꽃의 황홀한 시간은 매우 짧다. 절정에서 스스로 목을 긋고 꽃송이가 떨어지는 처연한 동백과 달리 벚꽃은 매화처럼 산화한다.

꽃잎 한 개 한 개가 낱낱이 바람에 날리며 꽃보라가 되어 흩어진다. 김훈은 매화를 보고 가지를 떠나 땅에 닿는 동안, 바람에 흩날리는 그 잠시 동안​이 매화의 절정이라고 했는데 벚꽃도 그와 다르지 않다. 이외에도 배꽃이나 복사꽃, 앵두꽃도 다 바람에 묻는 풍장(風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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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꽃 흰 이파리/ 하염없이 져 내리는 늦은 봄날/ 강가에 앉아서/ 저녁강에 마지막 붉은 입술을 맞추던/노을의 붉은 숨소리를 들었습니다// 더운 피 돌던 시절도 깊어지면/ 지는 꽃잎처럼 강물이 되어 흘러가는가/ 꽃잎 떨군 꽃받침 위로 저녁별 돋아 오도록/ 가눌 수 없는 슬픔인 양 하얗게 지는/ 배꽃 이파리만 정처없습니다// 당신을 마중하다가 반생이 가고/ 당신을 배웅하다가 또 남은 반생이 가고.” 어느 해인가, 전남 나주의 배나무 과수원에서 바람에 날리는 배꽃을 보고 썼던 ‘화장(花葬)’이란 나의 졸시다.

꽃이 지고 피기를 거듭하면서 봄은 점점 깊어진다. 다투듯 피는 꽃을 일일이 눈맞춤하기도 쉽지 않지만 지는 꽃을 배웅하기도 그리 간단치는 않다. 중국 명나라 때 문명이 높았던 원굉도는 자신이 쓴 '원중랑전집'에 꽃의 완상법을 이렇게 적고 있다. “겨울에 피는 꽃은 첫눈 올 때가 좋고 눈이 내리다가 개거나 초승달이 뜰 때 따뜻한 방 안에서 보아야 제맛이 난다. 봄꽃은 갠 날, 약간 쌀쌀할 때 화려한 집에서 보는 게 좋고, 여름꽃은 비 온 뒤 선들바람 불어올 때 좋은 나무그늘 아래나 대나무 그늘, 물가의 누각에서 바라보는 것이 제격이다. 가을꽃은 시원한 달빛 저녁이나 석양 무렵, 텅 빈 섬돌, 또는 이끼 긴 길이거나, 깎아지른 바위 곁이 좋다. 만약 날씨를 따지지 않고 아름다운 장소를 가리지 않고 꽃을 본다면 신기가 흩어지고 느슨해져서 서로 어울리지 못하니, 이는 술집에 있는 꽃이나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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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섭리를 따라 피고 지는 꽃을 보는 데에 예절과 격식을 따지는 깐깐함이 다소 부담스럽긴 하지만, 원굉도의 꽃 완상법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은 꽃을 보는 일이나 사람을 대하는 일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봄날을 더욱 환하게 만드는 꽃들, 화란춘성(花爛春盛) 만화방창(萬化方暢). 꽃구경하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피어나는 꽃을 찾아 나서지 않아도 문밖만 나서면 온통 꽃세상이다. 아무리 사는 게 바쁘더라도 길을 가다가 꽃을 만나면 잠시 걸음을 멈추고 꽃을 바라볼 일이다. 그리고 오감으로 꽃의 색과 향기를 느껴볼 일이다. 꽃의 시간은 매우 짧고 한 번 지고 나면 다시 일 년을 꼬박 기다려야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꽃은 피었으면 지는 게 자연의 순리다. 낙화가 없으면 녹음도 없고, 녹음이 없으면 열매도 씨도, 이듬해 꽃을 다시 볼 수도 없다. 꽃이 피었다 지듯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고, 헤어지면 다시 만나게 마련이다. 그래야 식물이 성장하고 인간은 성숙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꽃은 피고 지는 게 자연스러운데 인간은 욕심 때문에 꽃처럼 아름답게 살기도 어렵고 꽃처럼 미련 없이 죽기는 더 어렵다. 피고 지는 일이 자연스러운 꽃처럼 마음을 다스리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면 최고의 완상법이 아닐까 싶다.


백승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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