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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향기] 내 주변서 찬찬히 살피는 '봄마중'

백승훈 시인

기사입력 : 2024-02-27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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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훈 시인
산수유가 피었다. 폭설이 내리기 며칠 전이었다. 아파트 화단의 나무들 가지치기할 때 한 가지 주워다 물병에 꽂아두었던 것인데 거짓말처럼 노란 꽃망울을 터뜨린 것이다. 올해는 입춘이 지난 뒤에도 봄눈답지 않게 폭설이 자주 내린다. 진즉에 남녘에서 올라오는 꽃 소식에 마음이 들떠 자주 가지 끝으로 눈길을 주곤 했는데, 산수유나무는 그때마다 번번이 하얗게 눈꽃을 피워 나의 기대를 저버리기 일쑤였다. 몇 번이나 더 눈꽃을 피워야 가지 끝에 꽃을 피우려나 조바심을 하던 터라 꽃봉오리 부풀 틈도 없이 전기톱에 무참히 잘려 나간 가지가 몹시 안쓰러웠다. 혹시나 하고 물병에 꽂아두고 깜빡 잊고 있었는데 이렇게 눈부신 꽃을 피운 것이다. 아침잠에서 깨어 무심코 창문을 열었다가 노란 산수유꽃과 맞닥뜨렸을 때의 그 놀라움이라니!

“산수유나무가/ 노란 꽃을 터트리고 있다/ 산수유나무는 그늘도 노랗다// 마음의 그늘이 옥말려든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은 보아라/ 나무는 그늘을 그냥 드리우는 게 아니다/ 그늘 또한 나무의 한 해 농사/ 산수유나무가 그늘 농사를 짓고 있다// 꽃은 하늘에 피우지만/ 그늘은 땅에서 넓어진다// 산수유나무가 농부처럼 농사를 짓고 있다/ 끌어모으면 벌써 노란 좁쌀 다섯 되/ 무게의 그늘이다.” -문태준의 ‘산수유나무의 농사’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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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 노란 꽃망울을 마주하니 갑자기 마음의 경사각이 가팔라지며 마음 안섶에서 바람의 기운이 느껴진다. 마치 내가 나무라도 된 듯 온몸의 세포들이 소스라치듯 깨어나 실가지처럼 바람을 타는 것 같다. 아직 먼 산은 희끗희끗한 잔설을 이고 있지만 머지않아 거리엔 순해진 바람이 불고, 바람 소리를 기억하는 나무들은 제 안의 것들을 흔들어 깨워 오는 봄을 온몸으로 맞이할 것이다. 자주 눈이 내려 다가서는 봄의 발걸음이 더디긴 해도 봄은 소리 없이 다가와 우리가 한눈파는 사이에 마술처럼 천지간에 눈부신 꽃들을 가득 피워놓을 게 틀림없다.

한때는 꽃을 찾아 전국을 누비기도 했으나 이젠 일부러 꽃을 찾아 길을 떠나진 않기로 했다. 기다려도 봄은 오고, 기다리지 않아도 때가 되면 꽃은 핀다. 기다림은 시간을 꿀처럼 더디게 흐르게 만들지만 진득하게 제자리를 지키며 봄을 기다리기로 했다. 남녘의 친구가 보내준 청매화 사진을 보면 절로 엉덩이가 들썩이기도 하지만 굳이 찾아 나서지 않아도 머지않아 나의 주변에도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릴 것이다. 눈 녹은 골짜기엔 노루귀꽃이 피어나고, 제풀에 몸이 뜨거워진 얼레지도 봄 햇살 아래 보랏빛 꽃송이를 보란 듯이 피울 것이다. 평생 한곳에 붙박이로 살면서도 사계절을 제일 먼저 알아차리고 때맞춰 잎을 내고 꽃 피우고 열매를 맺는 나무처럼 온전히 내 자리를 지키며 사계절을 제대로 맞이하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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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꽃을 찾아 먼 길 떠나기보다는 내 주변을 찬찬히 살피며 내 눈 속에 들어오는 꽃들을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해야겠단 생각을 했다. 시절인연(時節因緣)이란 말도 있지 않던가. 굳이 애쓰지 않아도 만나야 할 인연은 만나게 되고, 아무리 애를 써도 만나지 못할 인연은 만나지 못하는 법이다. 시절인연이 무르익지 않으면 곁에 두고도 만날 수 없고, 만나려 애쓰지 않아도 시절의 때가 되면 절로 만나게 된다. 올봄에는 나무가 자연의 순리대로 철 따라 꽃 피우고 열매 맺듯이 조바심하지 않고 묵묵히 노력하면서 때를 기다리는 법을 제대로 배워야겠단 생각을 한다.

가만 생각해 보면 봄은 왔어도 봄 같지 않았던 봄이 얼마나 많았던가. 몇 번의 봄이 내게 남아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제라도 내게 오는 봄을 온전히 맞이하고 싶다. 늘어만 가는 나이쯤은 나무가 나이테를 제 몸속에 새기듯 속에다 새기고 늘 푸른 희망으로 오는 봄을 마중해야겠다.


백승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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