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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향기] 봄비에 젖은 생각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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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훈 시인
주말 밤부터 봄비가 내렸다. 무려 70여 일만의 단비다. 50년 만의 겨울 가뭄 속에 동해안에선 사상 최대의 산불이 발생했다. 진화대원들의 밤샘 사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강풍을 타고 번져만 가던 화마가 봄비 덕에 완전히 제압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비가 내리면 옷보다 먼저 마음이 젖는 여린 감성을 지닌 터라 비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 편인데 이번에 내린 비는 일부러라도 맞고 싶을 만큼 반가운 비였다.

“가슴 밑으로 흘려보낸 눈물이/하늘에서 떨어지는 모습은 이뻐라/순하고 따스한 황토 벌판에/봄비 내리는 모습은 이뻐라/언 강물 풀리는 소리를 내며/버드나무 가지에 물안개를 만들고/보리밭 잎사귀에 입맞춤하면서/산천초목 호명하는 봄비는 이뻐라/거친 마음 적시는 봄비는 이뻐라/실개천 부풀리는 봄비는 이뻐라”(고정희의 ‘봄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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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시인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밤새워 내린 비는 겨우내 잠들었던 산천초목을 흔들어 깨우고 대지로 스며들어 세상에 새로운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을 것이다. 나무들이 봄비에 젖어 숨을 고르는 동안 숲속의 작은 벌레나 짐승들도 겨우내 굳어진 몸을 길게 늘여 기지개를 켜고 있을 것만 같다. 가뭄 끝에 내리는 봄비는 단비이자 대지의 초록 생명을 살리는 젖비가 아닐 수 없다.

머릿속으로 빗방울의 행로를 가만 그려본다. 동그란 빗방울 하나가 수천수만 미터의 허공을 날아와 풀잎 위에 닿는다. 그리고 다른 빗방울들과 어울려 좀 더 커다란 물방울이 되어 풀잎을 미끄러져 지상으로 내려앉는다. 그렇게 모인 물방울들은 하나의 물줄기가 되어 낮은 곳을 따라 흘러가면서 실개천을 부풀리고 달빛 아래 작은 마을을 휘돌아 나가기도 한다. 산이 막으면 휘어져 흐르기도 하고 바위를 만나면 몸을 나누어 흐르다가 절벽을 만나면 폭포가 되어 흰 물기둥을 이루기도 한다. 그리고 강을 지나 마침내 세상의 물들이 모여드는 푸른 바다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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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없으면 살 수 없는 것이 어디 초목뿐이겠는가. 우리의 몸도 70%는 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하여 인체에 수분이 2% 부족하면 갈증을 느끼게 되고, 5%가 부족하면 혼수상태에 빠지고, 7%가 부족하면 목숨을 잃는다. 목숨 지닌 것치고 물 없이 살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물이 없다면 풀도 없고 나무도 없고 내가 좋아하는 꽃 또한 볼 수 없다. 봄비 스친 들판에 초록빛이 짙어 오듯 만물을 소생케 하는 물은 오늘도 세상의 가장 낮은 곳을 흐르며 이 땅의 온갖 생명을 꽃 피운다. 그래서일까. 노자는 상선약수(上善若水)라 하여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고 했다. 노자의 철학을 한마디로 축약하면 '물의 철학'이라고 했던 신영복 교수에 의하면 노자가 최고의 선을 물과 같다 한 까닭은 크게 세 가지라고 한다. 첫째는 만물을 이롭게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서로 다투지 않는다는 것이며, 셋째는 항상 낮은 곳에 처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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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2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날'이다. 갈수록 세상의 물은 인간에 의해 오염되어 안전하게 마실 수 있는 물의 부족 현상은 극심해지고 있다. 물은 자정능력이 있어서 오염된 물도 어느 만큼 시간이 흐르면 맑아지긴 하지만 물 부족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선 물 오염의 주범인 우리 인간들이 물을 잘 관리하고 아껴 쓰는 게 상책이다. 물 절약은 나부터, 내 가정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가정에서 쓰는 물의 3분의 1 정도는 수세식 화장실에서 쓰이는데. 각 가정에서 1.5ℓ용 음료수 빈 병 1개에 물을 채워 넣어두면 화장실에서 10%의 물을 아낄 수 있다고 한다. 머리를 감거나 샤워를 할 때도 비누칠하는 동안 수도꼭지를 잠그면 물 20%를 절약할 수 있고. 설거지를 할 때도 물을 받아 놓고 쓰면 수도꼭지를 계속 틀어 놓고 쓸 때보다 10분의 1만 물을 쓰면 된다고 한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물을 아껴 쓰면 물은 보다 아름다운 세상을 우리에게 돌려줄 것이다.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
사진없는 기자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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