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 B필러·eMP·루프 에어백까지 설계부터 다시
통상보다 3배 가까운 평가…감성·품질도 양산 가능한 기술로
통상보다 3배 가까운 평가…감성·품질도 양산 가능한 기술로
이미지 확대보기제네시스가 초대형 전동화 플래그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90에서 럭셔리의 완성 방식을 다시 짰다. B필러를 숨긴 코치도어부터 달항아리를 닮은 외관, 천연소재의 촉감과 정숙성까지 장인의 감각으로 설명해 온 영역을 설계와 공법, 반복 검증을 통해 일정한 품질로 구현하는 방식이다. '기술로 완성한 장인정신'을 내세워 전통적인 럭셔리 브랜드와 다른 공식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29일 제네시스에 따르면 회사는 전날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에서 'GV90 테크 데이'를 열고 GV90의 핵심 기술과 개발 과정을 공개했다. 연구개발·제조 부문 실무 책임자 12명이 지난 8월 공개된 콘셉트 '네오룬'의 디자인과 공간을 양산차로 옮기기 위해 새로 만든 차체 구조와 플랫폼, 제조 공법과 검증 과정을 설명했다.
제네시스가 이날 내건 슬로건은 '기술로 완성한, 새로운 장인 정신(Engineered Craftsmanship)'이다. 완성차에서 보이는 결과뿐 아니라 같은 감성과 품질을 수많은 양산차에 반복 구현하는 기술에 무게를 뒀다.
B필러 없애고 14톤포스 견뎠다…디자인을 구조로 구현
개발 초기에는 구조적으로 유리한 대향형 슬라이딩 도어도 검토했다. 플래그십에 어울리는 개방감과 후석 승객의 독립적인 승하차를 구현하기 위해 결국 독립 개폐식 코치도어를 택했다. 리어도어가 먼저 바깥쪽으로 이동한 뒤 회전하는 '듀얼 모션 힌지'도 이 과정에서 새로 만들어졌다.
70kg이 넘는 리어도어를 안정적으로 움직일 방법을 찾기 위해 개발진은 대학 기구학 교재를 다시 살피고 가구 박람회까지 찾았다. 최종 해법은 공작기계와 산업용 로봇에서 사용하는 초정밀 '리니어 모션 가이드'였다.
없어진 B필러의 기능은 차체와 도어 곳곳으로 분산했다. A필러와 루프 등 차체 골격 안에는 고강도 튜브를 넣어 도어 개구부를 하나의 고리처럼 연결하는 '히든 롤케이지'를 만들었다. 도어 내부에는 1.8GPa급 초고강도 스틸 듀얼 빔을 넣고 상·하단 래치가 하중을 차체로 전달하도록 설계했다.
첫 시험부터 목표를 달성한 것은 아니다. 개발 초기 T카의 천장 강도 시험은 목표에 미치지 못했다. 해석과 구조 변경을 반복한 뒤 두 번째 T카에서 목표치를 넘어섰고, 최종 차량은 전복 사고를 가정해 지붕을 누르는 자체 시험에서 14톤포스(tf) 이상의 하중을 견뎠다. 시속 60km 측면 직각 충돌 시험에서도 차체가 밀려 들어온 뒤 최소 320mm의 탑승객 생존 공간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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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검증의 양도 늘렸다. 안세진 제네시스프로젝트2실 상무는 현장 Q&A에서 개발 단계별로 통상적인 차량보다 "거의 3배 가까운 평가"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평가 단계에 들어가기 전부터 B필러의 역할을 도어로 옮겼을 때의 하중 전달 경로를 분석하고 선행 충돌시험을 진행했다.
기존 구조에서 안전성을 확보한 뒤 디자인을 얹은 것이 아니라 원하는 공간과 디자인을 먼저 정하고, 이를 만족시키는 새로운 구조와 검증법을 만든 셈이다.
실내 넓히려 부품 위치부터 바꿨다…3톤 EV 충돌도 계산
GV90에는 제네시스 플래그십 전용 전동화 플랫폼 eMP(Electric Mobility Prime)가 처음 적용됐다. 넓은 실내와 충돌 안전성, 고출력 동력계와 주행성능을 한 플랫폼 안에서 동시에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1열부터 2열까지 바닥이 끊김 없이 이어지는 '심리스 풀 플랫 플로어'를 만들기 위해 기존 바닥 아래에 있던 통합 충전 제어 장치(ICCU)를 전방 PE룸으로 옮겼다. 대시보드 안쪽의 공조 장치도 함께 이동시켜 바닥을 평평하게 만들고 칵핏을 얇게 했다. 2열 시트 레일은 카펫 아래 차체 안으로 숨겼다.
후방에는 고출력 모터와 서스펜션, 후륜 조향 장치를 위아래로 겹쳐 배치하는 '3차원 PE 모듈 구조'를 적용했다. 기계장치를 줄여 공간을 만드는 대신 기존 부품을 입체적으로 재배치해 승객이 사용할 공간을 넓혔다.
3톤이 넘는 대형 전기차의 충돌 안전성도 차체를 단순히 두껍게 만드는 방식에서 벗어났다. GV90는 차체 구조물의 72%에 알루미늄을 적용하고 서스펜션 연결부에는 여러 폐단면을 하나로 주조하는 '할로우 캐스팅' 공법을 사용했다.
스몰 오버랩 충돌에서는 디플렉터와 프렁크바가 충돌 에너지를 옆으로 흘려 차량이 장애물을 비켜가도록 했다. 고속 정면 충돌 때는 뒤로 밀린 서브프레임과 PE 시스템이 배터리 아래로 빠져나가면서 탑승 공간과 배터리를 보호하도록 하중 경로를 설계했다.
세계 최초로 적용한 루프 에어백은 시험 방식까지 새로 만들었다. 전복 때 천장을 따라 1400mm 길이의 에어백이 0.08초 안에 펼쳐져 탑승객 이탈과 머리 충돌을 막는다. 차량을 약 90도 기울이는 기존 시험을 넘어 실제 사고처럼 180도 이상 회전시키는 전복 시험을 도입했다. 실차 40대와 에어백 단품 300회 이상의 시험에 외부 기관 검증까지 거쳤다.
개발진은 현장 Q&A에서 안전벨트를 착용한 상태에서도 고속으로 여러 차례 회전하거나 전복 후 차량이 미끄러지며 장애물과 충돌하는 상황까지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95% 크기의 대형 더미를 태운 시험에서도 탑승객 이탈이 발생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달항아리의 '감각'까지 수치화…복제 어려운 건 양산 노하우
GV90의 디자인 콘셉트인 달항아리도 감각만으로 완성하지 않았다. 부품 경계와 소재별 색 차이를 최대한 지워 하나의 덩어리처럼 보이도록 하는 데 제조 공법과 품질 관리 기준을 새로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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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전면부의 '윙 페이스 MLA 헤드램프'에는 렌즈 전체를 차체 색으로 칠한 뒤 빛이 나오는 부분만 레이저로 깎아내는 '컷리스' 공법을 적용했다. 16종의 외장 컬러마다 레이저 출력과 주파수, 가공 속도를 따로 설정했다.
소재가 다른 범퍼와 차체가 같은 색으로 보이도록 컬러당 48차례에 걸쳐 도료 입자의 배열과 보는 각도에 따른 색감까지 조정했다. 퍼스트 에디션의 투톤 외장에는 차량이 도장 부스를 세 번 거치는 새로운 공정을 적용해 두 색의 경계에서 손으로도 단차가 거의 느껴지지 않도록 했다.
천연 소재도 편차를 그대로 두지 않았다. 제네시스 최초의 울 캐시미어 원단은 원사 혼방 비율과 직조 구조, 후가공 조건이 다른 200종 이상의 샘플을 만들어 촉감과 내마모성을 비교했다. 리얼 우드와 리얼 스톤은 디자이너가 무늬 방향과 색상을 분류한 실물 견본집 '마스터 북'을 만들어 차량마다 일정한 조합이 적용되도록 했다. 뒷좌석 우드 플로어는 골프화의 스파이크로 밟는 상황까지 가정해 내구성을 시험했다.
이 같은 방식은 단순히 독특한 부품 하나를 만드는 것과 양산차의 품질을 완성하는 일이 다르다는 개발진의 판단에서 나왔다. 최동욱 제네시스클로저설계팀 팀장은 현장 Q&A에서 경쟁사가 차량을 분해해 구조를 벤치마킹할 수는 있어도 "안정적으로 만들고 생산하기 위한 여러 가지 품질 노하우"까지 단기간에 따라오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허로 구조를 보호하는 것 못지않게 설계한 기능을 수천·수만대에서 동일한 품질로 재현하는 제조 기술이 경쟁력이라는 의미다.
정숙성도 감각 대신 측정과 설계로 접근했다. 개발진은 모터와 감속기 하우징에 관찰창을 만들고 고속 카메라와 레이저를 이용해 회전축이 소음을 만드는 순간을 추적했다. 분석 결과를 토대로 모터와 감속기를 연결하는 축을 분리형으로 바꾸고 기어 접촉면을 조정했다.
소프트웨어도 활용했다. 모터 입력 전류에 소음을 일으키는 성분과 반대 위상의 전류를 넣어 진동 원인인 가진력을 최대 40% 줄였다. 모든 유리에 차음 유리를 적용하고 전·후석 도어에는 기존보다 두 배 두꺼운 차음 필름을 사용했다. 흡차음재를 배선보다 먼저 장착하도록 생산 공정 순서까지 바꿔 차음 면적도 넓혔다.
풍절음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강풍 환경과 독일 아우토반에서 시속 240km 주행 시험을 반복하며 다듬었다. 초기 목표보다 윈드 노이즈를 2dB 더 낮췄고 로드 노이즈도 플래그십 세단 G90보다 낮은 수준을 확보했다.
GV90에서 제네시스가 보여주는 차별점은 수작업을 기술로 대체하는 데 있지 않다. 장인의 감각으로 표현됐던 개방감과 색감, 소재의 촉감, 정숙성과 안전성을 설계값과 생산 공법, 시험 기준으로 옮겨 수많은 양산차에서 같은 수준으로 재현하려는 데 있다. 콘셉트카에서 한 번 구현하는 기술과 시장에 판매할 차량에서 반복 구현하는 기술 사이의 간극을 엔지니어링으로 메우는 방식이다.
안세진 상무는 "장인이 오랜 시간 집중해 달항아리를 빚듯 GV90에는 수많은 개발진의 시간과 노력이 담겨 있다"며 "GV90는 혁신적인 기술로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기술로 완성한 가장 현대적인 장인정신의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