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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전기차 판매 넘어 ‘자율주행 구독’ 수익 확대 승부

테슬라 전기차의 운전석 디스플레이에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의 주행 경로와 주변 도로 상황이 표시돼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테슬라 전기차의 운전석 디스플레이에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의 주행 경로와 주변 도로 상황이 표시돼 있다. 사진=로이터

테슬라 전기차의 운전석 디스플레이에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의 주행 경로와 주변 도로 상황이 표시돼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가 자동차 판매에 의존하는 기존 사업모델에서 벗어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로 수익원을 확대하고 있다.

완전자율주행(FSD) 소프트웨어의 유료 구독자가 170만명에 달하는 가운데 높은 수익성을 앞세운 구독 사업이 향후 테슬라의 기업가치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자율주행 기술을 중심으로 사업구조 전환을 추진하면서 세계 자동차업계도 소프트웨어와 AI 서비스에서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테슬라가 추진하는 스페이스X와의 합병도 이같은 전략을 뒷받침할 수 있는 방안으로 거론된다. 로켓과 자동차 제조 기술을 결합해 AI 개발과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에 필요한 자원과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FSD 구독 170만명…자동차 판매보다 높은 수익성 주목


테슬라의 사업 전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FSD 소프트웨어다.

FSD는 명칭과 달리 현재 운전자가 운전석에서 전방을 주시하고 주행 상황을 감독해야 하는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다. 그러나 차량 판매 이후에도 지속적인 구독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자동차 판매와는 다른 수익구조를 갖고 있다.
북미에서 판매되는 테슬라 신차 가운데 운전자 감독이 필요한 FSD 버전을 이용하는 차량의 비율은 75%를 넘어섰다.

전 세계 FSD 유료 구독자는 170만명으로 1년 전보다 67% 증가했다.

테슬라는 FSD에서 발생하는 반복 매출 규모를 별도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구독료는 시장에 따라 다르지만 미국에서는 월 99달러(약 13만1000원)다.

미국 투자은행 요크빌 아이브스의 댄 아이브스 기술 담당 분석가는 “FSD는 이미 테슬라 사업 가운데 이익률이 가장 높은 부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전 세계 고객의 약 10~15%에 머물고 있는 FSD 보급률을 50% 수준으로 확대한다면 테슬라의 재무구조 전체를 바꿀 잠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아이브스는 차량을 연간 5만~10만대 더 판매하는 것보다 소프트웨어 구독 사업을 확대하는 것이 기업가치에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FSD에서 발생하는 매출 1달러에 대해 자동차 판매에서 발생하는 매출 1달러보다 50~70%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프트웨어 구독 사업의 높은 수익성이 테슬라의 성장 전략에서 자동차 판매량 못지않게 중요한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30년 판매 목표 2000만대서 500만대로 축소


FT에 따르면 테슬라가 소프트웨어 사업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자동차 판매는 여전히 회사의 핵심 수익 기반이다.

자동차 사업은 테슬라 전체 매출의 약 75%를 차지한다. 대형 기술기업들과 AI 분야에서 경쟁하기 위해 필요한 막대한 투자 자금을 마련하는 데도 자동차 사업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중국 전기차업체들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테슬라의 자동차 판매 확대 전략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머스크 CEO는 과거 2030년까지 연간 자동차 판매량을 2000만대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이후 이를 500만대로 낮췄다.

테슬라의 지난해 자동차 인도량이 160만대였다는 점에서 수정된 목표도 상당한 성장이 필요한 수준이다.

테슬라는 지난해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 자리를 중국 비야디(BYD)에 내줬다.

중국 업체들은 전기차 판매 경쟁에 그치지 않고 소프트웨어와 AI 투자도 확대하며 자율주행 분야에서 테슬라를 추격하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 21일 실적 발표에서 FSD가 자동차 수요를 견인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구매할 수 있는 자동차 가운데 FSD와 실질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제품은 없다고 주장했다.

테슬라는 이날 자동차 주문 잔량이 최근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유럽 자율주행 승인 경쟁…중국 샤오펑 추격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사업을 확대하려면 각국 규제당국의 승인을 확보해야 한다.

테슬라는 아직 운전자의 감독이 필요 없는 완전자율주행 버전에 대해 규제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유럽에서는 중국 샤오펑과 첨단 운전자 보조 및 자율주행 기술 승인을 둘러싸고 경쟁하고 있다.

테슬라의 운전자 감독형 FSD는 네덜란드와 일부 유럽 국가에서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유럽연합(EU) 전체로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한 회원국 표결은 오는 12월로 연기됐다.

샤오펑도 독일 당국과 협력하면서 자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인 XNGP의 EU 승인을 추진하고 있다.

EU가 내년 초 첨단 운전자 보조 및 자율주행 관련 규정을 채택한 이후 승인을 받는 것이 목표다.

샤오펑의 정예칭 법률고문은 자사가 가장 먼저 승인을 받는 기업 중 하나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자동차업계 전반에서도 구독형 소프트웨어 사업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GM은 지난해 테슬라 출신 스털링 앤더슨을 영입해 차세대 완전자율주행 개인용 자동차 개발을 맡겼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도 퀄컴, 엔비디아 등 기술기업들과 협력해 운전자의 지속적인 감독이 필요한 '레벨 2+'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스라엘 자율주행 기술업체 오토브레인스의 이갈 라이헬가우즈 CEO는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사업 전략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운전자가 전방을 계속 주시하지 않아도 되는 고도화된 자율주행 기술을 구독 서비스로 제공해 새로운 매출을 창출하는 방향으로 업계가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볼보자동차의 호칸 사무엘손 CEO도 “서구권에서는 테슬라가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선도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인정했다.

다만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볼보가 앞서 있다고 주장하면서 엔비디아와 협력해 출발지부터 목적지까지 자동으로 주행할 수 있는 기술을 신차에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스페이스X 합병, AI 투자 확대와 기술 통합의 변수


테슬라가 추진하는 스페이스X와의 합병도 자율주행 사업의 장기적인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머스크는 이달 스페이스X가 개발한 압축가스 추진기를 적용해 공중으로 뛰어오르고 회전하는 신형 로드스터를 공개했다.

시연 이후 5일 만에 테슬라와 스페이스X가 합병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FT는 “두 회사가 합쳐질 경우 신소재, AI, 제조기술 분야의 공동 연구를 확대하고 반도체 등 핵심 부품 확보를 개선하면서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자동차산업 전문 컨설팅업체 오토싱의 레이 싱 창업자는 미래 이동수단이 자율주행 중심으로 발전할 것이며 스페이스X 기술이 자율주행 발전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테슬라의 주요 주주 중 한 명도 스페이스X의 AI 기술 혁신을 테슬라가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합병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합병이 실제로 성사되려면 주주와 규제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미국 투자은행 윌리엄블레어의 제드 도스하이머 분석가는 합병이 승인될 경우 머스크가 통합 기업의 의결권 50% 이상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두 회사의 결합이 위험을 확대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 관찰자이자 테슬라 지지자인 맥스 윌슨은 머스크가 위험한 선택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가 각각 뛰어난 성과를 거뒀지만 두 기업을 합치면 불확실성이 큰 사업에 서로의 미래가 묶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AI 사업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다른 사업으로 위험이 확산할 수 있으며 스페이스X의 성공을 지나치게 광범위한 사업 확장의 자금원으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FT는 합병 성사 여부와 별개로 테슬라의 기술 중심 전략이 이미 세계 자동차업계의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자동차, 토요타, 샤오펑 등이 로봇 사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GM과 포드는 에너지저장장치 사업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모색하고 있다.

캐나다왕립은행(RBC) 캐피털마켓의 톰 나라얀 분석가는 테슬라를 기존 산업을 변화시키는 혁신기업의 전형적인 사례로 꼽았다.

그는 경쟁업체들이 뒤처지지 않기 위해 테슬라의 혁신을 따라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테슬라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의 구독 기반을 얼마나 확대하고 이를 지속적인 수익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향후 성장 전략의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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